안정기 도달한 청년벤처 ‘랩바이랩’ 최혁진 대표

이공계 일반대학원 ‘깜깜이’ 전형 타개할 기대 높아
“한때 실패 고민했지만 초심 쫓아 창업 과정 난관 극복”

"대학·기업·스타트업 망라한 플랫폼 만들 것”

▲ '랩바이랩'은 '깜깜이 전형'으로 인식되는 대학원 연구실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DGIST 학생들로 구성된 랩바이랩 구성원들. 윗줄 왼쪽부터 김혜진, 최혁진(대표), 김명현씨. 아랫줄 왼쪽부터 김종수, 김산하, 지정민씨.(사진=김정현 기자)

성공한 청년 창업이 보이지 않는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39세 미만의 청년창업자 10명 중 7명이 폐업했다. 정부가 투자한 자금이 끊어지면 지속성을 잃는 정부 의존형 창업이 많다는 지적이다. 나름의 노하우로 난관을 뚫어낸 청년 창업가들이 있다. 이들은 시장에 어떻게 정착할 수 있었을까. 본지는 이들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위험요소를 드러내 정부와 대학의 창업 정책에 유의미한 담론을 던지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대학원에 가서 연구를 계속 해보고 싶다. 하지만 좋은 연구실이 어디 있는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교수 이메일로 CV(이력서)를 밀어 넣고, 직접 찾아가서 ‘컨택’(Contact, 접촉)을 해야 한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학생인 최혁진씨와 김명현·김산하·김혜진·김종수·지정민씨도 대학원진학을 앞두고 고민했다. 이들은 아예 이런 고민을 풀어줄 정보를 제공해보자는 데 뜻을 같이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작년 10월 연구자 대 연구실 매칭 플랫폼 ‘랩바이랩’이을 설립했다.

랩바이랩은 현재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학의 과학기술 분야 연구실 2000곳을 소개하고 있다. 대학 홈페이지에서도 알 수 있는 기본 정보 외에도 △정부-기업과제 비율 △자대-타대생 비율 △출퇴근 시간 △지도교수 성향 등 정성적인 파악할 수 있다. 인터뷰를 통해 기초자료를 구축하고, 우수한 학생을 찾는 연구실, 기업, 스타트업이 직접 홍보를할 수 있는 창구도 있다. 소식이 알려지며 '깜깜이 대학원 전형'을 깰 수 있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을 들으며 주목을 받았다.

창업 2년차 랩바이랩은 고비를 막 넘겼다. 지난 8월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이 종료된 후 한 중소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자금난에 빚을 내는 창업자가 많지만 대출은 받지 않았다. 최혁진 대표는 창업만을 위해 DGIST에서 연고도 없는 서울로 온 뒤, 사업을 안정화하기 위해 매달렸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난 2월 8평도 안 되는 복층 오피스텔을 사무실로 삼았다. 복층은 에어컨 전기세가 비싸다는 것을 몰랐는데, 여름이 되자 20만원이 나와 놀랐던 기억이 있다. 회계 기장도 문제였다. 지식이 없었다. 세무사에게 10만원을 내고 맡기면 된다는 기본적인 것도 몰랐다. 세무, 경영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현실은 녹록치 않았지만, 좋은 연구실을 찾아주자는 ‘초심’은 버리지 않았다. 정부 투자 기간이 끝날 즈음, 기사를 보고 많은 기업들이 투자를 문의해 왔다. 창업 정신에 맞는 플랫폼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투자사를 찾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돈이 끊어질까 걱정도 했지만 어디로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까를 더 고민했다. 투자사도 기업 사이에서 다리를 놓는 플랫폼이고, 우리도 사람과 연구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덕분에 우리의 가치와 비전에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다른 문제는 부수적인 요소가 됐다.”

조직을 묶어내는 노하우도 결국은 초심이었다. 최 대표는 함께 가려면 대표가 동료들을 이끌려고 해서는 안 되고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설득 과정에서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좋은 연구실을 찾아주자’는 창업 정신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그리고 투자사와 업계 사람을 만나면서 자신이 알게 된 정보를 동료들과 공유한다.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처음에 하고자 했던 생각을 되뇌면서, 가려했던 그대로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표로서 팀을 설득하고 투자자를 설득해야 하는 일이 많다. 대표가 외부에서 얻은 정보로 인해 팀원들과 괴리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팀원들에게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공유하고, 공통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 "팀원들에게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공유해야 하고, 공통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최혁진 랩바이랩 대표.(사진=김정현 기자)

최 대표는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고 가다듬고 있다. 이를 위해 앞선 벤쳐 사업자들에게 듣고 배웠다. 대학원에 한정됐던 사업 영역도 기업과 출연연,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한 학생이 100% 랩바이랩을 통해 KAIST 대학원에 진학한 사례가 나왔다. 하지만 좋은 실적으로 홍보하지는 않았다. 연구실이 꼭 대학원일 이유는 없다고 느꼈다. 사람이 필요한 중소기업이 많다. 기업 입장에서도 대학원생 채용은 깜깜이다. 현재는 분야를 확대해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창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처음에는 과학기술원에 한정됐지만, 이제 서울대·고려대·성균관대 등 종합대학 연구실 정보도 제공한다. 하지만 랩바이랩을 찾는 이용자들은 이제 옥석을 가려주는 정보를 원한다. 랩바이랩은 연내에 사용자들이 좋은 연구실을 구분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랩바이랩이 ‘좋은 연구실이란 이런 것’이라고 판단하기란 부적절하다. 우리는 기준을 만들 생각이 없다. 수천 건의 연구실을 인터뷰하면서, 자신 있는 연구실은 스스로 랩미팅(교수-대학원생들의 정기 회의)과 같은 정성적 요소를 공개한다는 것을 느꼈다. 동영상 컨텐츠도 발굴할 계획이다. 랩바이랩에 소개하는 연구실은 모두 좋은 연구실이 될 수밖에 없게 설계할 계획이다. 올해 말에는 뭔가 보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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