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산 본지 논설위원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프라임사업단장))

지난달 25일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1차 의견수렴회가 진행됐고, 이후 각 대학은 공식적인 의견서를 제출했다. 필자 소속 대학은 자체 의견서와 별개로 서울지역 사립대학 기획처장협의회와 프라임사업대학협의회 공동 의견서까지 제출했으니 불과 열흘 사이에 의견서 세 개를 제출한 셈이다. 의견서마다 형식과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평가지표 유불리와 불리한 평가지표에 대한 개선 방안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고민의 끝은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돼 입학정원을 지키는 데에 닿아 있다.

그 어떤 수사로 평가 목표를 표현하더라도, 입학정원 감축이라는 블랙홀이 평가와 관련된 모든 관심을 빨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입학정원 감축 가능성이 거의 없는 대학과 달리, 사회적 발언권이 높지 않은 대다수 대학은 평가지표, 평가방식, 평가시기 변화에 따라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길게는 9년 동안 등록금 동결 및 인하로, 최근에는 입학전형료와 입학금 인하 및 폐지 요구로 재정적 압박이 극심한 사립대 입장에서는 작금의 힘든 상황을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다.

필자를 포함해 평가와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에게 이 시점에서 묻고 싶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인 위기 속에서, 대학구조개혁평가 목적이 입학정원 감축으로 귀결되는 상황이 과연 타당한지 말이다. 지난 1주기 평가 목적이 입학정원 감축에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필자가 아는 대학 관계자는 지난 1주기 평가 때 A 등급을 받았지만, 입학정원을 대폭 줄이는 바람에 재정적 타격이 커서 지금은 울고 싶은 마음이라고 한탄했다. 수많은 대학 구성원과 관련 기관이 문제를 제기했기에 새 정부 들어 진행되는 2주기 평가에 기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번 2주기 평가는 물론, 2021년에 진행될 3주기 평가 역시도 여전히 입학정원 감축을 목표로 한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의도치 않게 다른 대학을 이겨야 우리 대학이 살 수 있다는 제로섬 게임에 내몰린 형국이다.

지난 시론에서 필자는 대학구조개혁평가 필요성에 동의하며, 여러 대학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대교협 기관인증평가와 연계할 것을 제안했다. 교육부는 기관인증평가 기준이 다소 낮아 인증을 받지 못하는 대학 수가 적어서 입학정원 조정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수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대교협과 협의해 기관인증평가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미인증 대학을 대상으로 법적 근거를 토대로 입학정원을 줄일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방식은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이 최소한의 ‘위생요인’을 갖췄는지 검증하는 것에 목적을 둬야 하며, 이에 근거한 입학정원 감축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인증 대학에는 특수목적재정지원사업과 일반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권한을 부여하고 대학 스스로 학령인구 감소 위기 속에서 경쟁력을 갖도록 재정지원을 해줘야 한다. 특별히 일반재정지원사업에 대한 문턱을 낮춰 재정위기에 봉착한 대학의 숨통을 틔워 줄 것을 제안한다. 첫 번째 제안이 대학이 위생요인을 만족시키도록 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두 번째 제안은 대학 스스로 ‘경쟁요인’을 구축하라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요컨대 최소한의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대학은 정부가 직접 개입해 입학정원을 줄이되, 그렇지 않은 대학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와 재정적 지원을 동시에 제공해 줄 것을 제안하고 싶다. 그리고 대학은 이렇게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대외적으로 처해 있는 위기 극복 방안을 마련해 실행하고, 진인사대천명의 마음으로 수요자의 선택을 기다리면 어떨까? 어떤 대학은 특정 영역을 특성화함으로써, 다른 대학은 평생교육을 지향함으로써, 또 다른 대학은 동문을 재교육함으로써 얼마든지 대학교육 3.0 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빵집 주인이 첫 번째 제빵사에게 오늘 빵을 잘못 만들면 해고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두 번째 제빵사에게는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빵을 만들어 보라고 지시했다. 당신이 손님이라면 어떤 제빵사의 빵을 선택하겠는가? 지금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대학이 어떤 빵을 만들도록 요구하고 있을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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