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결국 2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는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 총장들은 물론 여러 교수단체가 1주기와 비슷한 방식의 2주기 평가를 반대하고 나섰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조직된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서는 이미 평가를 시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1주기 평가를 한번 치렀다고 해서 2주기 평가를 앞둔 대학들의 부담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1주기가 예선이었다면 2주기는 본선으로, 이번 평가 결과가 앞으로 각 대학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직감하는 분위기다.

특히 2주기 평가는 일반재정지원이 연계될 전망이다. 대학들은 특수목적사업 일변도의 재정지원방식이 바뀌자 ‘단비’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에도 예체능 계열이 많은 대학들은 평가 없이는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명박정부에서 전 대학을 평가해 재정지원제한대학을 처음 지정했던 2011년을 떠올려본다. 당시 추계예술대를 비롯해 예체능계열이 강한 대학은 현저히 낮은 취업률과 전임교원 확보율 등으로 학자금 대출 제한 등 재정지원 제한 조치를 받았다. 교수 학생 할 것 없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반발했다. 대학을 줄 세우는 평가는 세월이 흘러 바뀌기는 했지만 골자는 유지한 채 지금까지 이어졌다. 내년에도 치러질 예정이다.

그 기조가 유지되는 동안 대학 예체능 관련 학과는 축소되고 폐지돼 갔다. 혹자는 대학 운영의 효율성과 시장 수요에 맞춘 변화라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처럼 ‘평가를 받지 않으면 재정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기조는 사실상 예체능 고등교육에 대한 ‘방치’나 다름 없다. 부(富)가 약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적성에 따라 예술을 진로로 택한 학생들은 ‘나는 사회에서 필요 없다’는 메시지를 받아야만 하는 현실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 혁신과 발전만큼이나 ‘사람’을 강조한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기술 혁신이 가치를 만들게 된다. 4차 산업혁명으로 현재의 직업군이 줄어든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창작예술에 각광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미 오래 전에 나왔다. 인간다움, 다양성이 중요한 시대에 예술과 체육은 인문학과 마찬가지로 기계가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으면서도 정작 ‘시장과 효율성’ 명목 아래 눈앞의 ‘돈 안 되는’ 학문이 사라지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볼 뿐이다. 이러한 비정상적 관행은 왜 ‘적폐’가 아닌가. 학문 계열에 맞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거나 보호하는 노력은 언제부터 부질없는 것으로 치부하게 됐는가. 대학과 학문의 다양성이 존중 받는 사회만이 다원주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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