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상위 20%가 성적장학금 76% 차지...기울어지지 않는 운동장 제공하겠다”

장학금 저소득층 학생 투자해야 학업성취도 제고 및 학업 지속 등 효과 높아

▲ 서강대 전경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성적장학금을 폐지·축소하고 가계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확대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실제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고 학업을 지속하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서강대는 지난 1일 교내 홈페이지에 2018학년도 1학기부터 성적장학금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고려대에 이어 두 번째다. 서강대는 성적장학금 폐지로 확보된 예산은 가계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지급하는 ‘다산장학금’으로 전액 배정했다. 

재학생들은 성적장학금 폐지를 놓고 환영과 불만의 목소리가 엇갈렸다. 학교가 성적장학금 폐지를 결정하게 된 취지는 명확하다. 부모 소득이 학생의 면학 요건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강대에 따르면 지난해 성적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 76%가 소득이 가장 높은 9·10분위 학생들이었다. 8분위 이하 학생 중 성적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24%에 불과했다. 즉, 소득 상위 20% 가정의 학생들이 대부분의 성적장학금을 가져간다는 뜻이다. 

소득 분위별 차이는 더욱 뚜렷했다. 성적장학금을 받은 331명 중 0분위 학생은 7명으로 가장 적었다. 반대로 10분위 학생은 93명으로 다른 소득분위 학생보다 성적 장학금을 더 많이 받았다. 두 분위의 차이는 무려 13배가 넘는다. 소득분위별로 성적의 수준이 나뉘는 것이다.

▲ 서강대 성적장학금 소득분위별 분배현황(자료=서강대)

원재한 서강대 학생처장은 “등록금 걱정 없는 고소득층 학생들은 학업에 전념하지만, 저소득층 학생들은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 등으로 학업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을 제공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저소득층 학생은 경제적 부담이 더 커지고 사회진출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본 것이다.

또 저소득층 학생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국가장학금조차도 전액 지원이 아니란 점도 지적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한 학기에 최대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은 260만원이다. 서강대 평균 등록금은 397만원이었다. 특히 국가장학금은 소득 3분위부터 금액이 195만원으로 뚝 떨어져 △4분위(143만원) △5분위(84만원) △6분위(60만원) △7·8분위(33.75만원) 순이었다. 

학교 측은 성적장학금이 다산장학금에 모두 배정된다면 국가장학금을 포함해 전액장학금의 수혜를 받는 학생이 기존 12.6%(0∼3분위)에서 18.2%(0∼6분위)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강대 성적장학금은 지난해 약 15억원으로 교내 장학금 15%를 차지했다.   

앞서 고려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성적장학금을 전면 폐지하고 그 예산(34억원)을 저소득층 장학금과 학생자치 장학금으로 할당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저소득층 장학금 예산은 약 91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42%에 달했다. 

이상경 고려대 학생지원팀 부장은 “제도 변경 후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높아졌다”며 “초기에 학생 반발도 있었지만, 지금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대학도 성적장학금을 축소하고 가계가 곤란한 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확대하는 추세다. 한양대는 지난해 가계 형편에 차등을 둔 저소득층 대상 장학금 비중을 기존 30%에서 40%로 상향했다. 이화여대도 2015년 성적 3.5 이상인 학생에게 지급하는 ‘우수2’ 장학금을 줄이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대상 장학금을 확대했다. 

이런 움직임에 다른 대학들도 성적장학금 폐지 혹은 축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대의 경우 성적장학금 폐지의 장·단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오는 11월 한국장학재단이 국가장학 운용계획을  발표할 에정이어서 추후 조사할 계획이라고 조심스레 전했다. 

성적장학금 폐지 추세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 대학들은 학생의 재정상황을 고려한 보조금(Need-based scholarship)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사립대 보조금은 통상 학비의 40∼70% 수준으로 지원되지만 경우에 따라서 전액을 주기도 한다. 서강대 역시 성적장학금 폐지를 검토할 당시 하버드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이 늘어나게 된 데에는 학업에 미치는 효과가 높다는 점도 한몫 했다. 장학금이 휴학을 단축하고 학업을 지속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신혜숙 강원대 교수(교육학)는 장학금 수혜가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논문에서 “학업성취도나 대학 적응에 장학금 효과가 주로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장학금이 대학적응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학업 지속의사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수도권보다 지방대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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