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및 시민단체, 개선 방안 및 향후 대응책 논의 토론회

▲ 15일 열린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가한 교수 및 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장진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진희 기자] 교육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교수 및 시민단체는 대학평가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줄 세우기식 평가 방식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고등교육 발전이라는 의도한 효과를 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15일 대전에서 ‘박근혜표 대학평가 즉각 중단을 위한 대학과 시민단체 대토론회’를 열었다.

조현래 대전대 교수협의회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유원준 경희대 교수가 ‘대학평가와 법인평가’를 주제로,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 교수가 ‘대학구조개혁평가의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유원준 교수는 우선 교육부의 정책 방향이 1주기 평가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1주기 평가로 대학이 발전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2주기에도 그 방향성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2주기 평가는 공정한 기회 제공을 주창하는 문재인정부의 기조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주기 평가 지표에 대한 분석이 이어졌다. 유 교수는 2주기 대학평가 지표가 대학별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공립대와 사립대,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 대규모 대학과 소규모 대학, 신설대학과 기존대학을 모두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대학 교육 획일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주기 평가에서도 권역별 세분화만 이뤄졌을 뿐, 대학 규모 및 여건에 따른 평가 항목은 없어 문제라는 것이다.

이어 사립대 법인의 비리로 학생이나 교직원이 피해를 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비리대학은 범죄로 구분해 처벌하고, 구조개혁평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별도의 법인평가를 통해, 책무성을 다하지 못한 대학 법인은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성학 교수도 1주기 평가의 패착을 수정하지 않는 2주기 평가는 거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줄 세우기식 평가로는 고등교육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2주기 평가에서도 마찬가지로 자율개선대학과 X, Y, Z 등으로 등급을 나눠 평가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 수와 정원을 감축하는 기조를 유지하는 방침은 구조개혁이 아니라 '구조개악'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방식은 평가의 목적이 부실대학을 건실대학으로 만드는 데 있지않고, 퇴출로 낙인찍고 압박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2주기 평가는 고등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비전 제시없이 단순 양적 평가에 그친다는 입장이다.

그는 특히 1주기 평가를 대학 정체성만 앗아간 '고비용 부실화' 정책이라고 명명하며, 2주기에서 잘못을 답습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대신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면서도 △대학의 공공성 및 정체성 △대학의 자치와 민주성 △교육여건의 질적 개선을 평가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지정토론자로 김귀옥 민교협 상임의장, 임순광 한교조 위원장, 김성수 사교육걱정 정책위원, 송병춘 변호사, 강경림 안양대 교수협의회장, 안현식 동명대 교수협의회장, 김성복 한성대 교수협의회장, 이서울 원광대 교수협의회장, 김홍구 부산외대 교수협의회장이 나섰다.

김귀옥 상임의장은 2주기 평가가 대학별 특성화라는 주요한 가치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수들의 전문성을 빼앗고 대학의 탈교육화를 초래한 1주기와 다를바 없는 2주기 평가는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 단체의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임순광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부터 꾸준히 2주기 평가 폐지 대신에 평가지표 개선을 주장했다며, 앞으로 여론을 주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주기 평가가 대학 서열화를 개선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성수 정책위원은 “2주기 평가는 고착화된 대학 서열화를 해결할 수 없다”며 “진정한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려면 서열화 타파가 시급하다. 학교를 한 줄로 줄 세워 양극화를 초래하는 2주기 평가를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2주기 평가는 대학 간 경쟁만 초래하고 학내 민주적 거버넌스 구축에는 무관심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송병춘 변호사는 “대학 구성원들이 모두 운영에 참여하는 민주적 거버넌스 구축 계획을 평가하지 않는 구조개혁평가는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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