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내 최초 파랑안정형 고속선 개발…소형선박 인력양성엔 전문대학이 적격”
[인터뷰] “국내 최초 파랑안정형 고속선 개발…소형선박 인력양성엔 전문대학이 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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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철 인하공업전문대학 교수(해양레저센터장)
▲ 정우철 인하공업전문대학 교수. (사진 = 천주연 기자)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조선분야에 종사한지 올해로 딱 30년째에요. 최근 파랑안정형 고속선을 개발한 것은 그 중 가장 만족스러워요. 배 형상, 즉 선형으로는 디자인 등록은 돼도 기술 특허를 받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그 어려운 걸 해낸 거죠.”

파랑안정형 고속선이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개발됐다. 이를 이끌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전문대학 교수다. 정우철 인하공업전문대학 교수(해양레저센터장)가 그 주인공이다.

정 교수는 해양수산부로부터 약 1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중소기업, 연구소, 대학 등과 함께 연구, 개발했다. WPH(Wave Piercing Planning Hull)이라 명명된 이번 파랑안정형 고속선은 일반적인 고속선의 약범인 거친 파도 속에서 떨어지는 속도 성능과 승선감을 해결했다. 시운전 결과 파고 1m의 거친 해상에서 250마력 엔진으로 40노트(약 80Km/H)로 운항하며 속도 성능과 승선감이 일반 고속선 대비 30% 향상됐다.

성공하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실패도 맛봤다. 실험 끝에 8척짜리 배를 만들어 시운전을 나갔지만 파도에 이리 저리 밀려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그 후로도 몇 개월 동안 문제 해결을 위한 씨름을 해나갔다. 최종선을 다시 개발한 후 시운전을 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시운전을 한 사람이 ‘저희가 만드는 고속선은 아반떼급인데 교수님 이건 에쿠스같습니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는데 얼마나 뿌듯하던지요.”

정 교수팀이 개발한 이 고속선에 대해 시장도 조금씩 반응하고 있다. 먼저 인도네시아에서 신호가 왔다. 정 교수는 “인도네시아는 섬도 많고 해적도 많다. 인도네시아 해경에서 효과적으로 그들을 단속할 수 있는 배를 구하고 있어 고속선에 대한 자료를 보냈더니 관심을 보였다”면서 “10월 중 인도네시아로 프레젠테이션 하러 간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해군이나 해경이 중국 불법 어선을 단속할 때 효과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우철 인하공전 교수 연구팀이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파랑안정형 고속선.

처음부터 소형 선박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우연한 계기로 갖게 된 관심이 이내 애정으로 변했다. 그동안 했던 대형 선박은 워낙 크고 몇 천명, 몇 만명이 일을 하기 때문에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티가 잘 안 났다. 반면 소형선박은 조금만 노력을 하면 금방 효과가 눈에 나타나니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로 그는 열정적으로 자료를 찾아다니며 공부하기 시작했다. 해외 출장은 기본이다. 우리나라는 소형선박 시장 자체가 워낙 작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불과 십 수 년 밖에 안 돼 자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한 번은 해외 출장을 갔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으며 쫓겨날 뻔 한 적도 있다는 그다.

“독일 뒤셀부르크 보트쇼는 마이애미 보트쇼, 런던 보트쇼 등과 함께 세계 3대 보트쇼에요. 공부를 하려고 갔는데 못 보던 장치가 붙어있는 새로운 배들이 전시돼 있는 거예요. 엎드려서 구석구석 사진을 찍고 있는데 배 주인이 와서 ‘뭐 하는 거냐’고 하더라고요. 한국에서 온 교수라고 하면서 상황을 무마시키고 덤으로 자세한 설명과 자료를 얻어왔죠.”

최근에는 레저보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소형선박의 수요도 같이 늘고 있다. 동력, 즉 엔진이 달려 있는 동력 수상 레저기구는 등록을 하게 돼 있는데 지난해 기준 등록된 것만 2만8000척이다. 최근 5년간 매년 20% 이상씩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정 교수는 이를 전문대학, 그것도 인하공업전문대학에 기회라고 봤다. 그에 맞는 인력 양성을 위해 ‘해양레저센터’ 설립을 건의, 4년 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등록된 2만8000척 가운데 3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요. 게다가 최근 3년 내로 1400, 1500선석 규모의 마리나가 들어설 예정이죠. 우리나라 최대의 마리나라고 하는 부산 수영마리나의 5배 규모에요. 앞으로 수도권에서는 선박을 정비, 수리하거나 관리하는 인력이 많이 필요하게 될 거예요. 현재 수도권 대학 가운데 조선관련 학과가 있는 곳은 서울대, 인하대, 인하공업전문대학 딱 세 곳인데 결국 기능에 가까운 일들이기 때문에 전문대학에 특화된 인력일 수 있다는 거죠. 또 마리나가 활성화 되면 관광 서비스, 식음료 등도 종합적으로 발전하게 돼요. 이와 연계될 수 있는 과들도 있으니 최적인 셈이죠.”

정 교수는 벌써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레저보트에서 가장 부족하다고 지적받는 ‘인테리어 부분’에서다. 외국의 흉내를 내지 않고 오롯이 한국 전통 인테리어 디자인을 요트나 보트에 적용시켜볼 생각이다. 창살이나 조명의 창호지, 가구의 옻칠이나 전통문양의 가구 배치를 통해 실내 살롱이나 침실을 꾸며보겠다는 계획이다. 이 또한 해양수산부에서 10억원을 지원받아 3년간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완성이 되면 태국에 수출할 계획까지 세웠다.

“외국에는 레저보트 인테리어 디자인 등과 관련해 오랫동안 전문가 집단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그 분야 시장이 작기 때문에 없죠.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지은 배를 보고 외국인들이 ‘이걸 인테리어라고 했나’라고 할 정도로 인테리어 부분은 정말 부족해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새로운 시장 개척은 물론 어려움에 처해 있는 전통공예 장인들에게 새로운 활로를 줄 수 있으리라고 봐요.”

그는 마지막으로 조선분야의 길을 걸어가려는 전문대학생들에게 ‘열정’을 갖고 ‘도전’할 것을 강조했다.

“학생들이 본인의 미래 가치를 생각 안 하고 현재의 가치에만 안주하려 해서 안타까워요. 특히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지방 가는 걸 꺼려하죠. 늘 학생들에게 얘기해요. ‘군대 갔다 와도 전문대학 졸업하면 스물다섯, 여섯이다. 일반대학생들이 스펙 쌓고 군대 갔다 오고 졸업할 때면 스물여덟, 아홉이다. 길게도 보지 말고 5년간 경력을 쌓았을 때의 경쟁력을 생각해봐라. 열정이 제일 큰 자격증이다. 지금 5년 간의 열정이 좌우한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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