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섭 두원공과대학교 명예교수

▲ 조병섭 두원공과대학교 교수

Valencia College에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Career Coach라는 사이트가 있다. 커리어 코치는 학생들과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잠재적 직업을 탐색할 수 있도록 해주는 무료 온라인 도구이다. 간단한 키워드 검색을 통해 학생 및 지역사회 구성원들은 그들이 원하는 직업에 대한 취업 전망을 알 수 있다. 실시간 정보는 Orange 및 Osceola 카운티를 위해 맞춤형으로 제공되며, 임금 추이 분석 및 최신 채용정보를 포함한다. 또한 이력서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력서 작성 도구도 내장돼 있다.

발렌시아 칼리지는 세계적 유명한 관광지인 플로리다주 올렌드에 위치하고 있다. 플로리다에는 28개 커뮤니티 칼리지가 있는데, 라틴계(주인구 중 23.5%)가 어느 주보다도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직업교육이 활성화돼 있다. 발렌시아의 재학생은 약 7만1000명으로 동·서 올렌드 등 5개 캠퍼스를 갖고 있는 비교적 규모가 큰 칼리지다. 취업률은 95%이며, 전문학사 소지자의 평균 연봉은 4만3000달러다. 이 대학은 2011년 어스펜(Aspen) 상을 최초로 수상한 미국 최고의 우수 커뮤니티 칼리지다, 어스펜 상은 졸업률, 편입학률, 혁신적 교육프로그램, 저소득층 및 소수인종 배려정책 등을 지표로 평가해 선정 한다.

▲ 발렌시아 칼리지 홈페이지

이 대학은 “Why Valencia?”에서 저렴한 등록금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며 자랑을 한바탕 늘어놓는다.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가 대부분 그러하듯 플로리다주 거주자는 약 6000달러로 전문학사학위(2년) 취득이 가능하다.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 등록금은 학점 당 등록을 기준으로 한다. 이 대학의 경우, 학점당 약 103달러를 책정하고 있으므로 졸업학점을 최소 60학점으로 기준하면 등록금이 약 6183달러가 된다. 국립 유니버시티가 학점당 198달러이므로 4년제 대학의 거의 반값이다. 사립대학은 학점당 599달러다. 또 다른 특징은 유연한 수업 스케줄 관리이다. 5개 캠퍼스 또는 온라인으로 주중, 야간 또는 주말에 언제 어디서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미래 교육학자들은 앞으로 전통적인 대학은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예상하고 있다.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어렵다는 혁신대학 미네르바스쿨은 모든 수업을 온라인 강의와 토론으로 자기 주도 학습 및 비판적 사고를 키우고 있다. 이 대학은 그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플렉스 스타트(Flex Start)' 과정을 통해 유연한 학사 운영을 선도적으로 하고 있다. 플렉스 스타트를 이용해 수업은 정규과정보다 늦게 시작하고, 일찍 끝날 수도 있다. 즉 수업의 주차를 단축시킬 수 있다. 그러나 한 학기 수업시수 즉 수업량은 줄어들지 않는 철저한 학사운영을 한다. 이와 같이 압축된 수업은 모든 학생에 해당되진 않지만 바쁜 삶속에서 학업을 계속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학사운영 방식이다.

온라인 수강을 원하는 학생에게는 세심한 사전 점검도 한다. 즉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 온라인 학습이 가능한지 판단 기준을 제공한다. '나는 시간 관리를 잘 할 수 있는가?' '나는 우수한 독해 및 작문스킬을 갖고 있는가?' '나는 인터넷, 이메일 및 워드 프로세싱 S/W를 정기적으로 사용하고 있는가?' '나는 각 과목마다 주 10~15시간 학습할 수 있는가?' '나는 독립적으로 학습하는 것을 즐기는가?' 등 온라인 과정 성공을 위한 적성, 준비 등록에 필요한 심층적 정보를 제공한다. 그 외에도 플로리다주는 주립대학 12개교, 커뮤니티 칼리지 28개교, K-12학군 및 기타 파트너와 협력해 FloridaShines(www.floridashines.org)이라 명한 플로리다 가상캠퍼스(Florida Virtual Campus)를 구축하고, 학생들에게 학교 및 졸업 이후의 삶에 성공을 돕기 위한 서비스를 공동으로 제공하고 있다. 운영 관리를 위한 모든 재원은 플로리다 주정부로부터 염출한다.

대학 운영의 요체는 학사 운영이다. IBN의 T자형 인재는 단순히 고용주 관점을 넘어 시대가 요구하는 다재다능함에 대하여 간명하게 보여준다. T자형 인재는 한마디로 폭넓은 지식과 깊이 있는 전문성을 모두 보유한 사람이라고 Jim spohrer는 강조하고 있다. 발렌시아의 학사운영 방침은 이 부분을 잘 반영해 설계가 됐다. 개설된 학과의 교육과정 기본 틀은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다. 교양기초, 공통전공, 심화(세부)전공 등 3영역으로 나누고, 지식의 넓이는 교양기초에 중점을 두었고, 전문성의 깊이는 심화전공에 초점을 맞추려는 구조이다. Charles Fadel 등이 4차원 미래역량교육에서 주창하는 전문형 인재(specialist)와 다방면형 인재(generalist) 육성을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려는 설계 방식이다. 발렌시아 칼리지의 전문학사학위과정은 최소 60학점을 취득해야 한다. 문제는 교과 및 학점 분배 편성의 묘미이다. 교양기초의 학점 분배는 우리나라 전문대학에 비해 매우 큰 15~18학점을 배당하고 있다. 과목편성은 읽기, 수학, 영어, 전공영어는 필수로 하고 있으며, 모두 각 과목은 C학점을 받아야 다음 단계에 진입할 수 있는 엄한 학사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21세기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 핵심역량교육이라고 한다. 발렌시아는 교과목의 편성과 학습평가 기준도 미래역량교육을 가미하고 있다. 대학본부가 교양의 핵심역량을 아웃컴 형식으로 정의하고, 5개 영역인 커뮤니케이션, 인문학, 수학 또는 과학, 사회과학으로 구분하여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고, 최소 각 3학점 이상을 취득하도록 요구한다. 다음은 T자형 인재, 깊이 있는 전문형 인재육성 부분이다. 전문형 인재는 하나의 좁은 영역에 대한 심화된 스킬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발렌시아는 이점 또한 특성화된 모습을 보인다. 학과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산업체가 요구하는 직무중심의 교과목을 중점 배치하고 있다. 프로젝트 수업, 인턴십 등이 가미된 실무중심의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일부 학과는 직무를 쪼개서 3~4개 세부전공으로 분화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면 네트워크 엔지니어링 학과의 경우, Cisco과정, Microsoft과정, 사이버보안과정 3개의 세부전공을 두고 있는데, 미국의 유명 IT 대기업과 연계해 그들의 실험장비 및 소프트웨어를 직접 지원 받아 교육시키고 있으며, 과정을 이수한 후 그 회사가 인증하는 민간 자격증 취득을 의무로 하고 있다. 이 학과의 졸업 60학점은 교양기초 9과목(27학점), 공통전공 6과목(18학점), 심화과정의 각 세부전공 당 5과목(15학점)으로 배분했으며 과목당 3학점으로 하고 있다. 95%라는 경이적인 취업률은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기초교육을 강화하고, 폭 넓은 교양교육, 산업체와 밀착된 전문성 있는 심화교육 강화에 그 비밀이 숨어있다. NCS만 도입되면 산업체와의 미스매치를 해소될 수 있다는 단순논리 이제는 지양돼야 한다.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교육과정 편성의 입체성과 학사운영의 엄격성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발렌시아를 방문했던 것도 이러한 우수한 모습을 격려하기 위함일 것 같다.

▲ 발렌시아 칼리지 모습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의 유니버시티 편입학과정은 칼리지 존재 가치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다. 아무리 변방에 위치한 칼리지를 나와도 성적이 우수하면 유명 사립대학에 편입이 가능한 것이 미국의 편입제도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에서도 학사학위과정을 허용하고 있다. 플로리다주가 바로 그런 지역이다. 현재 27개 칼리지에서 교육, 보건, 기술 등 197개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을 개설 운영 중인 가장 활성화된 모습을 보인다.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가 유니버시티에 비해 강점은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접근성이 용이하며, 교육과정 운영의 유연성을 이점으로 들고 있다. 칼리지의 학사과정은 고급 일자리의 팽창도 있지만 주로 지리적으로 고립되고,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이 주 타깃이다. 발레시아는 심폐과학, 방사선 및 영상과학, 전자·컴퓨터 엔지리어링 등 3개의 학사학위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지역사회를 위한 실무중심의 과학·기술 분야라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것이 대학의 웅장한 시설, 첨단장비, 비전, 미션 등등 무엇일까? 어느 시대에나 한 사회의 가장 새롭고 활기찬 부분은 젊은 세대의 자유분방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발렌시아도 다양한 클럽에 적극적 참여를 통해 얼굴과 피부가 다른 학생들을 만나고, 친구도 사귀며, 젊음을 불태울 수 있는 다양한 청년문화가 존재한다. 가장 큰 행사는 매년 가을에 개최되는 Spirit day 축제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 이벤트에는 음악, 음식, 게임 및 콘테스트가 있다.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언어 습득을 위한 해외 유학 프로그램도 있다. 글로벌 공동체의 일원이 되려는 준비이다. 마지막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기풍, 불이 꺼지지 않는 도서관의 야경모습도 발렌시아의 진풍경이다. 저소득층, 소수인종에 개방적인 칼리지 발렌시아는 고등직업교육의 변화를 선도하는 주목할 만한 대학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