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출제에 고교 교사 포함했는데도 위반 대학 지정되자 "억울하다" 호소

지정 근거와 이의 신청에 대한 답변도 허술하다는 주장
교육부 “징계 목적 아니다” … 심의 의견 각 대학에 보낼 예정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과도한 선행학습을 금지하기 위해 도입된 공교육정상화법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고교 교사를 문제 출제 과정에 투입한 대학들은 위반 대학에 지정되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지난 13일 대학별 고사를 실시한 대학 중 건양대, 상지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안동대, 연세대 서울‧원주 캠퍼스, 울산대, 한라대, DGIST, GIST 등 11개교를 공교육정상화법 위반 대학으로 확정했다.

공교육정상화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초ㆍ중ㆍ고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교육관련 기관의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을 규제하는 법으로, 제10조(대학등의 입학전형 등) 1항에 따르면 논술 등 필답고사, 면접·구술고사, 실기·실험고사 및 교직적성·인성검사) 등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 또는 평가해서는 안 된다.

만약 대학이 2년 연속 이를 위반하면 최대10%의 입학정원 모집 정지와 함께 총장 징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평가 시 감점 및 지원금 삭감 조치 등이 내려진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위반 대학으로 지정된 연세대 서울‧원주 캠퍼스와 울산대에 대해서는 문제가 된 문항을 출제한 계열의 입학정원 모집정지라는 중징계가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이번에 위반 대학으로 지정된 대학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각 대학별로 문제 출제와 검토 과정에서 현직 고교 교사가 참여해 확인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공교육정상화법 제10조의2(대학등의 입학전형 영향평가위원회) 2항에 의하면 대학은 입학전형 영향평가위원회를 설치‧운영해야 하며 위원 중 1명 이상은 현직 고등학교 교원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문제 출제 과정에 고교 교사를 포함시킨다.

A 대학 입학팀장은 “우리는 10명 정도 고교 교사가 참여하는데 90%가 지방 일반고 교사들”이라며 “우리는 고교 교사를 포함한 출제자 관리 프로세스가 우수하다는 평을 들었는데도 위반 대학으로 지정돼 황당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난이도에 대해 각 평가자마다 기준이 다르다는데 있다. 하나의 단어와 문항을 두고도 한 평가자는 “충분히 유추해 풀 수 있다”고 판단하는 반면 다른 평가자는 풀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대학가에서는 지난해 교육부에 고교 교사를 추천해달라고 제안했으나 교육부는 그렇게 되면 문제를 교육부가 출제하라는 것과 같아 자율성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며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적과 소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도 대학가에는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B대학 입학팀장은 “난이도가 높다고 지적을 받았는데 정답률이 낮거나 수능에 비교해 어렵다거나 어떤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밑도끝도 없이 난이도 높다고만 돼있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률에는 이의신청할 수 있는 절차가 한 번밖에 없는데 그것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공문만 주고받으면 끝이다. 이의에 대한 공문 답변도 ‘불수용’이라고만 나와있고 어떤 설명이 없다”며 “대학 총장이면 장관급인데 장관급 징계를 소명 없이 공문 한 장으로 내린다는건 너무 하지 않나”고 분통을 터트렸다.

교육부는 비공개라며 이의신청에 대한 답변 공문 공개를 거부했다. 다만 “대학과 교육부의 기준이 달라서 생긴 문제인데 대학을 징계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음 년도 대학별 고사에서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문제가 나오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목적”이라며 “지난 8월에 일부 대학과 이미 소통을 했고, 심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한 대학들이 있어 공식적 답변을 각 대학에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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