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교대서 대학정책학회 ‘고등교육정책 토론회’

▲ 22일 서울교대 전산교육관 1층 교육공학실에서 대학정책학회 주최로 '고등교육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윤솔지 기자)

[한국대학신문 윤솔지 기자] “우리나라 대학은 체제 서열화, 교육의 질 저하, 연구수준과 공공성 낙후를 겪고 있다. 이런 부분을 주어진 기간 동안 얼마나, 어떻게 바꿀 것이냐 했을 때 근본적으로 혁명에 가깝게 바꿔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중 할 수 있는 몇 가지는 해야 한다. 악순환 구조에 조그만 파열이라도 만들어 놓는다면 이어서 다른 쪽에서도 힘을 보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대학정책학회가 주최한 ‘혁신적인 고등교육정책 수립을 위한 고등교육정책 토론회’가 22일 서울교대 전산교육관 1층 교육공학실에서 열렸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고등교육 혁신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발제했다. 강 교수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 고등교육 재정 확보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등교육을 사양산업으로 치부하기 때문에 교육으로 오는 예산 자체가 적다. 교육 분야의 투자가 예산 낭비라는 인식을 먼저 바꿔야 한다. 교육비 투자 예산이 한국은 9000불 남짓이다. 유럽의 반을 약간 넘는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다가올 4차 산업 인재 양성도 힘들다”고 밝혔다.

대안으로는 고등교육 재정교부금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남훈 교수는 “하지만 지금껏 교부금법을 제정하기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공교육 재정 확보가 어렵다면 예산 편성 부서를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대통령이 직접 예산을 편성하게 해 교육 공약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가 장학금을 학생이 아닌 대학에 직접 주는 방안도 제안했다. 학령인구가 줄면 국가장학금도 계속 줄어들지만, 대신 대학에 배정하면 전체 국가장학금 예산은 그대로 유지되고 그만큼 투자도 늘어난다는 가정이다.

국공립대 네트워크 형성에 관해서도 지적했다. 강남훈 교수는 “대학은 공공성을 가져야 한다. 국공립대가 수도권에서 일부 사립대에게 밀리는 것은 재정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공립대 재정 투입이 많이 돼야 한다. 만약 예산 확보가 안 된다면 한정된 예산이라도 국공립대가 고교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는 입시를 시행해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먼저 인정받는 대학이 돼야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새 정부의 공약 중 하나인 공영형 사립대는 준 공립대로 변하는 것이 된다며 “비리대학, 임시이사 파견 대학도 협정을 맺거나 조치를 취해 공영형 대학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토론이 이어졌다. 정대화 사학국본 대표는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와 사학의 축적된 문제에 대해 꼬집었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 고등교육 문제를 볼 때 정부의 교육에 대한 정신과 철학의 바탕이 60년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가 선도하고 우매한 국민을 계몽한다는 방식이 대단히 시대착오적이지 않은가. 그 방식부터 먼저 바꿔야 한다. 사학 쪽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현실이다. 사학문제는 사학비리, 분규, 교권탄압, 임시이사 파견 대학 현황 등 굉장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학의 족벌체제 해체에 획기적인 방법은 이사 숫자가 많은 대학에 그만큼 더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이사회의 개방성, 포괄성, 공공성이 이사 숫자와도 관련이 있다. 대학마다 이사 수를 늘려 대학경영을 공정하게 하는 것이 개방 이사제보다도 쉽다. 이사회를 바꾸는 동력은 교수들에게 있다. 대학 사회 내에서 강도 높은 메시지를 창출할 수 있어야 대학 구조를 바꿀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주인 없는 대학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표 국교련 상임회장은 “올해 초 국교련과 사교련이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와 협약 맺은 내용을 언급하고 싶다. 강남훈 교수가 지적한 많은 고등교육 현안의 문제, 대안과 일치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고등교육을 정상화하려면 탑다운 방식이 아닌 바텀업 방식이 돼야 한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OECD 수준의 교육재정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순준 사교련 이사장은 “2주기 평가를 1년 유보할 것을 제안한다. 유보 기간 동안 대학들이 할 일이 많다. 우선 사학부정 비리를  바로 잡아야 한다. 아직 TF팀 구성도 안 됐다. 차라리 우리가 직접 들어가 대학들의 사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자. ”고 말했다.

자리에 참석한 최은옥 교육부 대학정책관은 “고등교육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제도가 정확성이 없고 마치 풀기가 어려운 복잡한 실타래 같다. 교육부가 잘 풀어야 하는데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재정투입은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질 제고를 위해 어떤 시스템을 낼 것인가 고민해봐야 한다. 교육 분야는 형평성과 공공성 부분이 중점이 된다”고 언급했다.

홍성학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재 우리나라 대학들은 정체성이 혼돈되거나 훼손됐다. 대학평가와 재정지원사업이 정체성을 훼손하는 지표를 많이 가지고 있다. 차라리 산업대나 전문대를 늘리고 일반대학 수를 줄였어야 했다. 지표 충족만을 위해서 일반대학에 맞지 않는 학과 설치도 이뤄지고 있다. 현황 파악 측면에서 이런 부분들을 보완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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