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섭 두원공과대학교 명예교수

▲ 조병섭 교수

실리콘밸리를 우리는 산학협력의 산실 또는 보고라고 일컫는다. 그 중심부 가까이에 스탠퍼드 유니버시티가 있기 때문이다. 독자적 검색 알고리즘으로 검색시장을 석권하며 공룡기업으로 성장한 구글, 세계 네트워킹 시장의 1인자인 시스코 및 애플컴퓨터 등이 기세등등 활개를 치지만 실리콘밸리는 세계 최초의 벤처기업 휴렛팩커드(HP)가 스탠퍼드의 허름한 창고에서 시작한 사업에서 비롯됐다.

훗힐(Foothill) 칼리지는 실리콘밸리의 최상위 직업교육중심 커뮤니티 칼리지 중 하나이다. 이 대학은 2016년 가을 실리콘밸리 심장부에 있는 Onizuka 공군기지 부지 일부를 연방정부로부터 무상으로 불하받아 4356㎥ 규모의 제2캠퍼스인 서니베일(Sunnyvall) 센터를 오픈했다. 하이테크 분야 주문식 강좌 제공을 목표로 하는 이 센터는 산업체의 교육·훈련 요구에 부응해 양질의 인력 개발 및 지역 인력 현안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며, 지역교육의 활성화를 통한 지역 인적자원개발을 비전으로 설정하고 있다.

제2캠퍼스인 서니베일 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지역사회 중심의 강좌 소개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올 여름학기 개설한 프로그램 중 하나가 응급의료서비스과의 응급의료반응자, 응급의료기술자 및 구급의료보조원 훈련과정이다. 훗힐 칼리지는 응급의료기술자 인증 및 의료보조원 훈련을 거처 응급의료반응자 개론 수업까지 이수할 수 있는 완벽한 교육과정을 갖추고 있다. 훗힐의 의료보조원 프로그램은 응급의료기술자 인증을 받고, 응급의학에 대한 이론지식과 실무경험을 더 원하는 이들에게 15~18개월의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첫해 4학기(Quarters) 중 3개 학기는 교과서 중심으로 600시간 강의, Lab 실습 및 911-전화 시뮬레이션 실습을 한다. 이 단계에서 스탠퍼드대학에서 사체 실습이 있으며, 2학기에는 병원에서의 전공순환 프로그램도 포함한다. 4학기에는 병원에서 임상실습이 있다.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보조하며 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병원 응급실에서 적용할 기회를 얻는다. 마지막 2학기는 구급차 현장 인턴십이다. 아프거나 부상한 환자를 위해 911구급차 대행업체에서 구급 대원 교사의 통제하에 480~720시간 정도 실습을 한다. 이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국가공인구급대원(NRP) 응시자격을 획득한다. 이 과정을 이수하면 자격증이 수여되며, 추가로 소정의 교양과정을 이수하면 전문학사학위도 가능하다. 과정이 끝나면 구급차회사, 소방서, 병원 응급실 및 그 외 운동경기, 응급치료를 제공하는 다양한 일터로 취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실무중심의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훗힐 칼리지의 또 다른 특색은 유럽에서나 있음 직한 도제교육(Apprenticeship) 프로그램이다. 캘리포니아주는 800여 개의 직종을 갖는 건설업에서 한 개 직종 당 6만여 명 이상의 종사자가 수습사원의 자리에 머물고 있어 이들의 직무역량 향상을 위한 도제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훗힐 칼리지는 손재주가 있으며, 기계 조작에 능하고, 문제해결 능력 및 팀원과 협력적으로 일하는 소양을 키우기 위해 5년 정도의 수습을 감내할 의지가 있다면 좋은 일자리와 고임금이 보장되는 도제교육을 권하고 있다. 개설된 프로그램은 배관공 외 7개 과정이다. 직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칼리지에서의 교실 교육은 40~50학점 전후이며, 유급으로 직장 내 훈련은 최소 9000시간으로 5년 정도가 소요된다. 소정의 과정 이수 이후 장인(匠人)으로 인정을 받으며, 교양학점 포함 90학점(2학기제 60학점)을 취득하면 전문학사학위도 수여되는데 그 경우 경쟁력 및 고용 기회는 더 확대된다. 훗힐은 도제훈련을 위해 다양한 업종의 지역산업체 및 단체와 파트너를 구축하고 있다.

▲ 훗힐 칼리지 도서관 <사진=훗힐 홈페이지 캡쳐>

미국 커뮤니티 칼리지의 국립적인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훗힐 칼리지는 같은 지역에 있는 디 안자(De Anza) 칼리지와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Foothill-De Anza District'라 칭한다. 두 대학은 50년여 이상 장기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혁신적이고 우수한 프로그램으로 지역사회를 지원하고 있는데, 수강생이 연 6만400여 명에 달하는 미국 최고의 매머드급 지역대학 연합체이다. 현재 훗힐 칼리지는 79개의 학위과정과 107개의 자격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디 안자 대학은 66개의 학위과정과 85개의 자격증 과정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이들 두 대학은 직업인을 양성하는 직업교육중심대학이지만 커뮤니티 칼리지의 특징인 편입학에도 중점을 두고 있으며, 특히 디 안자 칼리지는 연간 2000~3000명의 학생을 편입시키는 최고의 편입대학이기도 하다. 작년도 편입현황을 살펴보면 UC계열에 776명, CSU 계열에 1305명, 사립대학 및 다른 주 대학에 426명, 총 2328명을 편입시켰다. 이 대학도 역시 커뮤니티 칼리지의 편입학 이점으로 저렴한 등록금을 들고 있다.

이들 대학의 학사운영 특이점으로 전문학사학위를 위한 교양과정은을 훗힐 칼리지가 30학점(쿼터제)이상이지만, 디 안자 칼리지는 그보다 많은 31-42학점을 요구하고 있다. 편입학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답다. 물론 편입학을 위한 교육과정은 별도로 편성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미국의 편입학과정은 직업교육은 아니다. 공통적인 요소는 플로리다의 발렌시아 칼리지와 같이 교양의 핵심 역량을 정의하고 각 영역별 학점 취득을 안내하고 있다. 여기서 쿼터제란 한 학기를 12주로 하여 학점당 12시간을 의미하며, 1년 4학기를 운영한다. 그에 반해 시메스터는 한 학기 18주로 1년 2학기 제도이다. 켈리포니아주는 UC 버클리를 제외한 대부분 대학이 쿼터제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전문학사학위의 졸업 학점은 시메스터 60학점이지만, 쿼터는 1.5배로 90학점이 된다. 결국 수업량은 같다. 졸업을 위해서 전공과목은 최소 C 학점 이상이며, 평균 GPA는 최소 2.0 이상 요구하는 것은 모든 칼리지가 동일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 교양학점이 우리나라보다 매우 높게 책정돼 있다는 것이며, 수업량 또한 우리보다 많다. 미래의 교육은 학습자의 역량, 전문지식과 기술, 그리고 지혜를 키운다는 보편적 목표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훗힐 칼리지의 뉘엔(Nguyen) 학장은 현재 고용주의 요구와 노동자에게 필요한 스킬 사이의 간극이 커서 대학이 일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감성적인 사고력, 팀워크, 비판적 사고, 소통과 같이 비기술적 스킬 및 리더십에 해당하는 핵심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이 시대에는 학생들이 일과 삶을 영위하는데 공동체 의식이 더욱 요구된다며, 서비스 리더십 활동의 강화로 학생, 고용주 및 지역과 글로벌 공동체에 적극적인 봉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훗힐 칼리지는 심화된 프로그램으로 실리콘밸리에서의 미래 역할을 재정립하고 있다.

훗힐 칼리지는 미국대학의 공통적 특징인 기초학력 강화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훗힐 칼리지의 학생성공협력지원위원회는 SSSP(Student Success & Support Program), SE(Student Equity) 및 BSI(Basic Skill Initiative) 프로그램의 상호협력을 강조하며, 학생 성공을 위한 비전과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세 번째 프로그램인 BSI 즉 기초학력기획(안)이다. 이 안은 기초학력의 획기적 향상을 위한 캘리포니아 주 정부 차원의 프로그램이다. 이 기획안에 의하면 1단계는 2007년 3월에 캘리포니아 소재 커뮤니티 칼리지의 학생 성공을 위한 보고서와 자체평가 도구를 개발했고, 2단계로 2007년 3월 이후부터 캠퍼스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109개 칼리지에 확산시켰다. 현재 훗힐 칼리지은 기초학력 스킬의 새로운 접근방법 개발에 매년 10만 달러를 지원받고 있다. 훗힐의 기초학력운영위원회는 읽기, 쓰기, 수학, 제2 외국어로서 영어, 그리고 대학 수준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성취하기 위한 학습ㆍ학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스킬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의 설계 및 이행을 조정하기도 한다.

훗힛 칼리지는 21세기 교육의 특징인 다방면형 인재육성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도제교육과 같이 실무 중심의 전문형 인재육성에도 강점이 있는 실리콘밸리 지역사회를 위한 특화된 평생직업교육기관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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