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연 기자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이 있다. 그만큼 10년이란 세월은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예외인 경우도 있는 듯하다.

‘전문대학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전공심화과정)’은 약 10년 전인 2008년 태동됐다. 전문대학 졸업(예정) 또는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된 자에게 교육받을 기회를 보장하고, 전공심화과정을 이수한 자에게 4년제 일반대학 졸업자와 동등한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서 인가해줬다.

최근에는 43개교 73개 모집단위(모집정원 1344명)를 추가로 신규 인가·지정하기도 했다. 이로써 2018학년도 전체 전문대학 전공심화과정은 106개교 749개 모집단위에서 1만6493명을 모집하게 된다. 지난해보다 8.8%p 증가한 수치다.

이와 같이 그간 전공심화과정을 개설, 운영하고 있는 전문대학 수는 현재 전체 전문대학 가운데 77.37%에 이를 정도로 양적인 팽창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전공심화과정이 사회 인식에 뿌리 내리기에는 10년이란 세월도 채 부족했던 모양이다.

전공심화과정을 이수해 학사학위를 받은 전문대 졸업자들은 기업 입사지원시스템의 학력사항 기재란에 전문대학 학사학위 항목 자체가 없는 등 취업 과정에서 불편을 겪는다고 호소한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물론 면접관들도 이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경우가 많아 ‘제도 자체’를 설명해야 하는 지경이다.

심지어는 국가기술자격을 응시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서류접수를 할 때조차도 전문대학에서 해당 과정을 이수하고 취득한 학사학위가 인정되지 않아 개별적으로 직접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다시 말해 정부기관에서조차 이 제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실제 한 전문대학 교수는 “전공심화과정은 4년제 과정으로 이를 이수하면 기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인식 안 돼 있어 전공심화과정임에도 단순 전문대학으로 취급하면서 접수를 안 받아주더라”면서 “학생들에게는 전문대학에서도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데 정작 사회에서 이런 어려움에 부딪히니 당혹스러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전공심화과정은 고등직업교육 발전을 위한 하나의 좋은 정책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좋은 정책을 하나 만들어내는 것도 교육부의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정책에 대한 인식을 사회 전체로 확산, 홍보해서 정착시키는 일일 것이다. 아무리 중요하고 좋은 정책이더라도 사회에서 알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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