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 현장을 가다② ] 자존심으로 지켜낸 대학자율성, 세계 움직이는 인도공과대학(IIT)
[대학혁신 현장을 가다② ] 자존심으로 지켜낸 대학자율성, 세계 움직이는 인도공과대학(I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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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경상대 산학협력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부산외대 인도학과 강사)
▲ 신진영 경상대 선임연구원

개발도상국 대학이 ‘혁신의 현장’으로 소개되는 일은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 IIT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인도 IIT가 그만큼 이례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도공과대학(Indian Institutes of Technology, 이하 IIT)은 설립부터 이례적이었다. 인도 독립 직후 국가의 체계가 갖춰지고 제도가 만들어지기 전인 1950년에 IIT-카라그푸르(인도 도시 이름)가 설립됐고, 1년 후에 관련법이 제정되어 대학으로 승인됐다. 인도 초대 총리는 공학 엘리트 양성을 급박한 국가의 핵심 과제로 여겼고, 이러한 정신이 유지며 현재 IIT를 있게 했다.

첫 번째 IIT 설립 이후 1958년 IIT-봄베이, 1959년 IIT-마드라스, 1959년 IIT-칸푸르, 1961년 IIT-델리가 세워졌다. 그리고 IIT가 없는 지역에는 NIT(National Institute of Technology)를 세워 인도 각 지역에서 공학 엘리트를 양성하도록 했다. 1990년부터 인도가 성장이 가속화되고 공학 인력의 수요가 많아지자 인도 정부는 IIT 수를 늘려 현재 IIT는 23개가 됐다.

▲ 인도공과대학들은 같은 이름을 쓰지만 모두가 개별 대학으로, 1950년 IIT-카라그푸르를 시작으로 올해 현재 23곳이 있다. 인도공과대학의 지역별 분포.

■ IIT인의 자존심으로 지켜낸 IIT의 독립적 자율운영 체계= IIT는 국가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지만, 운영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보장된다. 이는 IIT가 정치적 간섭 없이 다양성과 유연성을 추구하며 사회와 산업계의 변화에 맞는 전문인 양성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그 결과 인도의 산업이 정치적 포퓰리즘에 흔들리고, 관료주의에 발목 잡혀 경쟁력에서 뒤쳐질 때에도, IIT는 글로벌 흐름에 맞춘 전문인 양성이 가능했다.

1990년대 인도 개방 이후 IIT가 유명세를 타면서 IIT는 관심과 함께 비난과 유혹도 거세게 받았다. 개발도상국에서 전체 교육 예산의 절반을 엘리트 교육에 쏟아 붓는 것에 대한 비난과 IIT의 선진 교육시스템을 다른 고등 교육 기관에 전수할 것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그러나 교수와 학생 대표를 중심으로 구성된 IIT 운영위원회는 IIT 본연의 목적인 공학 엘리트 양성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의 간섭에 인도 전역 IIT 교수들이 집단 단식투쟁으로 맞서기도 했다. 교수와 학교운영위원회가 정치적인 관심이 없으니 정치권과 타협하거나 결탁할 일이 없고, 정치권의 외압과 회유, 비난에도 IIT 운영의 독립을 고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IIT 교수들은 일류 공학 전문인을 양성한다는 자존심으로 정치적 욕심을 물리치고 IIT 운영의 독립성을 유지하며, 사회와 산업계의 필요에 따라 반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인도공과대학 로어키(Roorkee) 캠퍼스 전경. 사진은 인도공과대학 홈페이지 캡처.

■ 치열한 입시, 더 치열한 IIT 채용 전략= JEE(Joint Entrance Examination)는 23개 IIT들이 연합하여 치르는 입학시험으로, IIT 입학생만을 위한 시험이다. 2017년 신입생 1만1000명을 뽑는 시험에 12만명이 지원했다. 치열한 경쟁 때문에 JEE 과외가 성행하고, 입학생의 95%가 과외를 한다는 통계도 있다.

비록 JEE는 치열하지만 ‘시험을 위한 시험’이 아닌 공대에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는 시험으로 인정받고 있다. 공학전공의 경우 지원자들은 수학ㆍ물리ㆍ화학 시험만 치른다. 영어와 힌디로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언어 능력 테스트는 따로 하지 않는다.

이렇게 선발된 IIT인은 전교생 기숙사 생활을 한다. 석ㆍ박사생과 교원에게 모두 기숙사가 제공된다. 선진국 수준의 시설은 아니지만, 인도에서 다른 대학에 비교할 때 비교적 쾌적한 공간에서 공부할 수 있다. 수업은 모두 영어로 하며, 7시 30분에 시작해 오후 5시 30분까지 빡빡하게 돌아간다. 교수대 학생 비율을 1대 6~8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IIT인은 국가 예산으로 다양한 온라인 수업을 무료로 제공받고 해외 인턴십의 기회와 교수가 진행하는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

치열한 입학 시험을 뚫고 수험생 같은 대학생활을 거쳤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급제도가 있기 때문에 수재끼리 또다시 경쟁을 한다. 취업은 IIT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쟁이다. 그러나 이들은 혼자가 아니다. 학교가 나서서 취업 전략을 짜고 재학생 취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각 IIT의 재학생 취업 결과는 인도 언론에 가감 없이 공개돼 각 지역 IIT의 성적표가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들이 취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다. IIT는 캠퍼스 취업박람회를 개최해 대학 내에서 채용을 진행되도록 한다. 캠퍼스 취업에 참여하는 기업으로부터 채용 이전에 채용관련 자료를 입수해 이를 토대로 학생들과 취업 전략을 세우고 준비를 한다. 학생들은 기업이 아닌 익숙한 캠퍼스에서 취업 관련 테스트와 인터뷰를 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또한, 취업박람회를 통해 입수한 기업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다음해 수업 과정과 취업 전략에 반영한다. 즉 기업으로부터 필요한 인재에 대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제공받고 이를 반영한 커리큘럼으로 취업률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 있다. 채용 전과 후에 각 지역 IIT 총장 및 채용 관계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취업 전략을 수립한다. 따라서 각 지역의 IIT는 선의의 경쟁자로써 동반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 R&D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산학협력= IIT는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 거점 공대라는 강점 때문에 정부 주요 R&D 사업을 수주하고 있다. 또한 IIT 졸업생 네트워크를 통해 인도 국내의 R&D 뿐만 아니라 해외 R&D도 수주 받고 있다. 해외 R&D는 졸업생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해외파 IIT 교수진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미국 출신의 한 교수는 IIT보다 2배 많은 급여를 제시하는 인도 내 사립 공대 대신 IIT를 선택했다. 그는 그 이유를 IIT가 우수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어 R&D 사업 수주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IIT가 R&D에 유리한 인적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네트워크를 통한 R&D 사업에 유리하다는 사례를 잘 보여준다.

IIT는 산학협력 활동에서도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인도 개방이 본격화된 1990년 이후부터 인도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스웨덴ㆍ일본ㆍ미국 기업 등 다국적 기업과 IIT와의 산학협력 활동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이는 IIT가 최근에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전부터 IIT는 R&D와 산학협력을 강조했고, 이를 위해 산업체 경력이 있는 교수 채용을 선호하며 이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 결과 IIT 학생과 교수는 연구 역량뿐만 아니라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연구와 인력 양성이 가능했던 것이다.

▲ 인도공과대학 델리 캠퍼스 전경. 사진은 인도공과대학 홈페이지 캡처.

■ 두뇌유출? 전 세계에서 움직이는 인도 두뇌= ‘IIT인의 한쪽 다리는 에어인디아(인도 국적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도 IIT인의 해외 유출이 심각했다. 1990년대에는 IIT인의 70%가 졸업 후 해외로 나갔다. 이 때문에 인도 세금으로 길러낸 인재가 해외에서 자기 배만 불린다는 비난이 있었다. 이러한 비난에 변명을 하자면 인도가 고속성장 궤도를 달리기 이전까지 인도 내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고임금을 감당할 인도 내 기업이 많지도 않았다. 최근 인도 기업들의 성장으로 IIT인의 국내 취업률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미국의 입국 비자 규제와 IIT인을 경쟁적으로 채용하던 글로벌 기업들의 채용이 줄어들면서 해외로 진출하는 IIT인이 줄고 있다.

비록 두뇌유출 문제가 줄어들고 있지만, 두뇌유출을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다. 이들은 IIT인이 해외로 진출해 전 세계에 인도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인도 성장을 후방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 있는 IIT인들은 해당 국가에서 동문회를 만들고, 인도 투자 및 투자에 유리하도록 네트워크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 인도로 돌아온 IIT인들은 선진국에서 형성한 네트워크 기반을 활용해 업그레이드 된 역량을 발휘하고 있어, 결국 인도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실증적인 사례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기존의 두뇌유출에 대한 비난은 점차 누그러지고 있는 추세이다.

■ 유연한 사고와 전문성, 인도 인재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인가?= 인도인의 사고는 기본적으로 유연하다. 언어와 민족, 문화가 다양한 환경에서 성장하고, 무신론자들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종교적인 환경에서 자랐다. 인도의 문화적 환경에서 형성된 유연한 뇌가 IIT같은 엘리트 전문 기관에서 논리성과 기술력을 결합하게 된다. 그래서 구글 CEO인 순다르 피차이 같은 인재가 양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비록 13억 인도 인구와 비교해 볼 때 IIT인은 소수이지만, 유연한 사고와 전문성을 갖춘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들이다. 따라서 이러한 인도의 인재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가능성은 무시하기 힘들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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