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진 著 《문화로 읽어낸 우리 고대사》

대내외적으로 역사 논쟁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남북 분단과 관련해 체제 논쟁을 겪던 때는 이미 한참 전이고 이제는 남한 내부에서도 보수우파와 진보좌파의 진영 논리에 따라 역사를 보는 인식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서로가 파멸하는 역사 인식이 아닌 극복의 역사관을 위해 고대사를 연구한 역사학자가 있다. 저자 정형진은 남한 내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역사적 인식이 국가의 존립도 위협한다고 판단하고 고대사를 재해석해 새로운 동아시아 시대를 열자고 말한다.

특히 저자는 민족사와 국가사, 지배와 피지배의 영토사관과 국가사관이 아닌 ‘교류와 이동’의 관점에서 고대사를 파헤치고 있다.

책은 근대의 교통통신 혁명이 지구촌 인류의 교류 범위를 넓히고 속도를 가속화 시킨 것처럼 현재 21세기의 융복합 문명을 통해서 우주도 연결이 될 거라고 보고 동아시아 국가가 진정한 화합의 길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대사에서 교류를 통해 하나가 됐던 때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교류와 이동의 고대사를 유물과 문헌 즉 문화를 통해 연구한다. 한반도의 바위 문양, 유적지의 유물, 문헌에 새겨진 글귀를 통해 한반도 집단이 대륙에서 ‘이동’한 경로와 새 지역에서 ‘교류’해 나간 흔적들을 발견한다.

한민족이 형성되는 과정에는 중국 중원 지역에서 이동한 사람, 천산 또는 그 너머의 초원에서 이동한 사람, 만주에서 살던 사람들이 참여했다. 즉 한민족의 혈맥에는 초원과 중원, 만주의 피가 골고루 섞여 있고 이 때문에 통합의 역사관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구촌 시대가 점점 더 빨라지듯이 우리도 역사 속에서 하나가 된 점들을 찾아내고 배워서 현재에 적용해나가야 한다. 저자는 이런 마음가짐이 우리나라의 통일을 넘어서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공존의 역사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을 줄 거라고 강조한다.

책은 △1부 초원에서 불어온 바람 △동남쪽 그림자에 서북의 자취가 △대륙에서 열도로 간 바람과 태양의 후손 총 3개로 문화 코드를 나눠 36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정영진은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부터 경주에서 머물며 우리나라 고대사와 고대 종교 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방송 강연, 시민 강좌를 통해 우리 고대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고깔모자를 쓴 단군》, 《실크로드를 달려온 신라 왕족》, 《천년왕국 수시아나에서 온 환웅》, 《바람 타고 흐른 고대문화의 비밀》 등이 있다. (휘즈북스/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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