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흠 동아대 법무감사실 팀장(변호사)

청탁금지법을 이해하는데 가장 핵심 개념은 바로 직무관련성이다. 법 제8조는 금품수수금지 사항에 관해 공직자 등에게 1회 제공하는 금품 가액 100만원을 기준으로 직무 관련성 요건을 차별화하고 있다. 즉 제공액이 100만원을 초과할 때에는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처벌대상이 되지만 100만원 이하일 때에는 직무관련성이 있을 때만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직무관련성의 개념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청탁금지법은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뇌물죄의 특별법인 점을 고려해볼 때 뇌물죄 개념을 원용하고 있다. 또한 국민권익위원회 해설집에서는 직무관련성 개념을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누가 공직자와 직무관련성이 있는 직무 관련자인가. 직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직자 직무의 범위, 즉 직무가 미치는 효력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전자를 ‘구체적 직무관련성’이라 하고, 후자를 ‘일반적 직무관련성’의 판단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첫째, 구체적인 직무관련성에 관해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 등과 상대방이 직무 관련자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인·허가 처분, 인사, 입학, 수사, 재판 등으로 이익 또는 불이익을 받는 법인, 개인 등의 관계인가를 그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대외협력처 팀장과 신문기자 간에는 직무관련성이 있지만 대학원 행정실과 신문사 간에는 직무 관련성이 희박해 보인다. 음대 입학생과 음대 학장 간에는 직무 관련성이 있지만 같은 학생과 법대 교수와는 직무관련성이 없다.

둘째, 일반적 직무관련성에 관해 살펴보자. 뇌물죄 판례에서는 검찰 수사계장과 피의자는 직무관련성이 있지만 공판주사와 피고인간에는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봤다. 검찰 수사계장은 수사과정에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지만 공판주사는 재판 결과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고 봤던 것이다.

뇌물죄 판례에서는 직무관련성의 판단 기준으로 1) 법령·기준상 관장하는 사무 2) 관례상 사실상 소관하는 직무행위 3) 결정권자를 보좌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직무행위 4) 법령 기준상 관장하는 사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로 유형화해 그 개념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금품 제공시기와 직무 행위간의 시간적 간격의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이를 직무관련성의 시적 범위라 부르자. 지금까지 축적된 청탁금지법 결정례를 살펴보면, 고소장을 제출한 고소인이 수사 출석일 전날에 담당 수사관에게 4만5000원 상당의 떡을 전달한 사례, 현행범으로 체포된 자가 체포  당일 수사관에게 1만원권을 바닥에 흘리며 나온 사례, 업무방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피의자가 수사 담당경찰에게 수사가 종료된 후 100만원이 든 흰봉투를 두고 나간 사례 등에서는 모두 직무관련성이 인정됐다.

이같은 판단은 직무관련성의 시적범위에 관해 뇌물죄와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설을 살펴보면 청탁금지법의 직무관련성 시적범위는 뇌물죄보다 확장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추석에 학생이 교수에게 선물을 전달하거나,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원활한 직 무수행, 사교· 의례 등을 목적으로 선물을 제공하는 것은 금지한다고 해설한 것 등은 직무관련성의 시적범위가 확장됐다는 점을 알려준다. 주지하다시피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 원활한 직무수행 등을 목적으로 하더라도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등 그 가액범위를 초과하면 불허된다는 점도 직무관련성의 적용범위가 확장됐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스폰서검사와 같은 공무원과의 유착관계를 뿌리 뽑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정된 청탁금지법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직무 관련성의 개념을 정확히 해석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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