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섭 두원공과대학교 명예교수

▲ 조병섭 두원공과대학 명예교수

벨뷰 칼리지(Bellevue College)는 미국 서북부 워싱턴주를 시작으로 남부 캘리포니아로 뻗어있는 캐스케이드산맥과 서쪽으로는 펏젯 사운드만이 보이는 100에이커(12만평)의 아름다운 숲에 자리 잡고 있다. 매년 3만2000여 명의 학생이 찾는 워싱턴주에서 세 번째로 큰 매머드급 고등직업교육기관이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이면에 다민족․다인종의 혼합에서 생기는 갈등과 대립의 혼란은 없어야 한다는 통합의 정신 때문일까? 벨뷰 칼리지는 다원적 문화의 가치를 으뜸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창의, 혁신적 사고 및 학생 성공을 촉진하는 다양성이 존재하며 국가가 인정하는 지역대학 건설이 이들의 꿈이다.

벨뷰 칼리지의 다양성의 가치는 고교와 칼리지 간의 연계교육부터 시작된다. 학제 간 상호 중첩성 및 침투성이 강화되며 그 경계선이 흐릿해지는 것이 현대 직업교육의 특징이라지만 이들의 활성화된 연계프로그램은 다섯 가지나 된다. 첫 번째가 고교재학 중인 학생들이 벨뷰 칼리지의 학점을 지역고교에서 획득하는 협력 프로그램(CHS: College in the High School)이다. 이 과정의 교수 요목은 벨뷰 칼리지와 동일한 수준으로 자격을 갖춘 교사에 의해 고등학교에서 진행된다. 두 번째는 워싱턴주에 거주하는 고교 2, 3학년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에서 원하는 과정을 수강할 수 있는 러닝 스타트(Running Start)이다. 이 프로그램은 등록금도 절약하고 대학을 조기에 졸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세 번째는 직업교육옵션(CEO: Career Education Option) 프로그램으로 고교 졸업장이 없는 16~21세 학생을 대상으로 대학에서 교육과 직무스킬을 동시에 가르치는 과정이다. 대학 진학률을 높이는 일환의 프로그램이다.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 학생들을 향해 “학위 또는 자격증을 갖고 싶습니까?”“변화하려는 준비는 되었습니까?”라며, CEO는 당신들을 위한 재도전 프로그램이라며 설득을 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재임 중 대학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네 번째는 16~17세 학생을 대상으로 고교교육 강화를 위해 기준을 충족한 학생들에게 대학 수준 과정에 도전할 기회를 주는 여름학기 집중 프로그램이다. 이 집중 프로그램은 고등학생들이 대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는 대학의 환경 및 수업 체험 프로그램이다. 마지막으로 지역고교와 칼리지가 연계해 기술계 전문학사학위를 목표로 하는 Tech-Prep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대학과 고교가 연계 교육과정을 편성해 서로 간 벽을 허물어 학사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 것이 특징이다. 고교과정에서 B학점 이상 받은 학생은 칼리지 학점을 동시에 취득헤 조기 취업도 가능하다. 단 이 프로그램은 기술계로 제한을 한다. 이같이 벨뷰 칼리지는 고등학생들이 대학의 학습 환경을 조기에 체험하고 학점을 취득하며 직업 세계를 탐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 벨뷰 칼리지 (사진=벨뷰 칼리지 홈페이지>

벨뷰 칼리지는 학사학위 프로그램도 어느 주와 대학 못지않게 다양한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는 인테리어 디자인과 외 11개 학과에 17개 과정이 있다. 특징적인 요소는 우리나라의 심화과정처럼 전문학사학위 또는 국가자격증을 학사학위과정과 연계시켜 운영하고 있다. 전문학사과정에서 90학점을 취득하고, 나머지 90학점은 관련 학과에서 핵심과목을 이수하면 학사학위가 수여된다. 주로 보건 및 영상의학 분야에서 참여하는 국가자격증은 50~60학점을 인정하는데, 소정의 교양과정을 이수하면 전문학사와 동등하게 90학점까지 인정을 받아 학사학위과정 이수자격을 갖는다. 교양은 학사학위를 위해 창의 및 비판적사고, 커뮤니케이션, 접속에 해당하는 역량기반 과목중심으로 최소 60학점 취득을 권장한다. 이중 약 25학점은 전문학사과정에서 먼저 취득한다. 일부학과의 경우 35~40학점 선취득을 요구한다. 이 대학은 쿼터제로 운영되므로학점은 시메스터제의 1.5배와 같다. 수업량은 학점과 달리 3배 정도(실습, 면담 및 자기학습 포함)로 우리보다는 학습량이 많은 편이다. 컴퓨터사이언스학과는 유일하게 학사과정만 운영한다. 다양한 고급수학을 배워야 하는 학과특성을 고려해 전문학사과정이 배제된 듯하다. 인터리어 디자인과는 CIDA(Council for Interior Design Accreditation)로부터 학위를 인증받은 유일한 학과라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학생을 위한 캠퍼스 서비스 중 가장 눈에 뜨는 곳이 아카데믹 성공센터이다. 대학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일대일 또는 그룹 튜터링 및 워크숍 등으로 수학, 작문, 독해의 역량향상을 지원받는 프로그램이다. 튜더링의 종류는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한   Drop-in 튜더링, 온-라인 튜더링 및 C학점 이하 학생을 대상으로 한 개별 튜더링이 있다. 역량향상 프로그램을 좀 더 알아보자. 수학 연습실(Math Lab)은 도우미 학생과 전문튜더가 짝이 되어 도움을 청하는 학생을 지도하는 수학 역량 항상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수학의 개념과 연습문제 풀이를 도와준다. 온-라인으로 접근이 가능한 e-튜더링도 있다. 단 담당교수가 과제로 내준 퀴즈 및 연습문제는 지원하지 않는다. 독해 연습실(Reading Lab)은 읽기 스킬 특히 독해의 속도 및 어휘력을 증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작문 연습실(Writing Lab)은 숙제, 개인 습작, 이력서 및 서신 쓰는 법을 면대 면으로 지도한다. 워크숍은 독해전략, 작문기법, 학습하는 스킬에 초점을 맞춰 학습향상을 위한 강의, 토론을 통해 조기탈락을 방지하는 분기별 자신감 돋우기 행사이다.

▲ 인테리어 디자인 칼리지 <사진=벨뷰 칼리지 홈페이지>

벨뷰 칼리지의 평생학습 역시 자랑할 만큼 다양하다. 재직자훈련, 자격증, 퇴직자 및 청소년 프로그램으로 구분된다. 재직자 훈련 프로그램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업의 성공과 수익성 향상, 또는 직무 불일치 직원을 대상으로 맞춤형으로 훈련 워크숍을 제공한다. 이 훈련에는 직무․리더십․기술 스킬, 프로젝트 관리 및 언어의 과정이 있는데 비즈니스 훈련센터는 약 2천 종류의 학습 모듈을 갖추고 있다. 자격증 프로그램은 실직자 또는 전직자들이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거나 경력을 쌓도록 전문분야의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한다. 이 프로그램들은 산업체 요구 반영을 위해 현장전문가에 의해 설계되며, 현장에 바로 적용 가능한 스킬과 실무중심교육에 중점을 둔다. 강좌에는 비즈니스, 기술, 보건, 디자인 및 외국어 양성과정이 있다. MS사가 이곳에 있어 그런지 기술 강좌는 IT분야로 제한하고 있다. 수업연한은 1~2년 이내로 낮, 저녁 및 주말 반이 있다. 퇴직자 프로그램은 성취가 아닌 흥미 위주 취미생활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은 이를 학습 텔로스(TELOS)라 한다. 텔로스는 목적이라는 뜻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텔로스를 잊지 말라”고 했다. 즉 교양강좌를 통해 삶의 목적과 가치를 일깨워준다는 뜻이다. 역사, 시사. 예술, 문학, 건강 등 분기별로 약 50개의 과정에 1000여 명이 등록하며 강좌마다 주당 1.5시간, 8주간 총 12시간 교육을 받는다. 12~17세를 대상으로 한 청소년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학교 밖에서 개인의 적성탐구 및 평생 학습자의 길을 뒷바라지하는 프로그램으로, 기간은 일주일 단위로 운영한다. 그 외 성인학습자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성인 기초학습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이것은 대학 강의를 원활하게 수강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배양할 수 있도록 자존감을 불어넣는 프로그램이다. 강의는 기초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며 소정의 과정을 마친 후 언어, 사회 적응도, 과학 및 수학 추리력 등 4개 분야를 테스트하고 인증서를 수여한다. MOOC는 교육소외계층에게 세계적 수준의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교육민주화운동이다. 성인학습자의 원활한 학습기회는 시민권의 권리이자 의무 행사이다.

이상으로 미국 편을 종결하며 몇 가지 느낀 점을 요약 정리한다. 첫째 교양교육 비중이 우리보다 크다. 왜 그럴까? 하버드대 데렉-복 총장은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키는 커리큘럼의 핵심은 교양교육이라 했으며, 희망의 인문학 저자 얼 쇼리스는 가난한 이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칠 것을 역설했다. 21세기 지식사회를 대비한 폭넓은 지식과 평생 여러 분야의 전문성 개발을 위해서 교양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둘째 이미 역량교육이 교육과정에 편성돼 있다. 유럽연합은 튜닝 프로젝트에서 “역량은 지식, 이해력, 스킬 및 능력의 역동적인 조합을 나타낸다"며 "역량의 촉진은 교육 프로그램의 목표로서 여러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고 정의했다. 미국대학연합회는 2005년 교양백서를 발간하고 LEAP(Liberal Education & America′s Promise)를 발표하며 역량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칼리지 교육과정에서 역량중심교육의 보편화는 이 영향인 듯하다. 셋째 모든 학교가 학과 및 과목에서 교육목표가 아닌 러닝 아웃컴을 선언하고 있다. 러닝 아웃컴은 학습자가 학습 과정을 마친 이후의 행위에 초점을 맞춘 학습자 중심 학습성과 선언서이다. 학습평가 또한 어쎄스먼트(assessment) 체제로 전환됐다. 교육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4차 산업혁명도 대비할 수 있다는 반성적 성찰을 하며 미국 편 시리즈를 마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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