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즉시 전략화 할 수 있는 인재 배출로 일반대학과 차별화

교육 달성도 측정·프로젝트 기반 교육법…4차 산업혁명 역량 키워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IoT나 AI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은 일본에서도 핫 이슈다. 그러나 기업은 관련 기술을 가진 기술자가 부족하고, 대학은 이런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자가 없는 실정이다. 참 우려스럽다.”

세이시로 츠루호 하루(HAL) 전문학교 교장은 업계와 학교 트렌드를 모두 이끄는 일본 IT 분야의 거장이다. 일본 소프트웨어  관련 분야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제대로 대비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면서 “이 가운데 하루(HAL)는 관련 학과를 신설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세이시로 츠루호 하루(HAL) 전문학교 교장. (사진=한명섭 기자)

- 일본 IT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만큼 IT분야에서 많은 활약을 했다. 그런데도 일반대학이 아닌 하루(HAL) 전문학교 교장을 맡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1966년에 대학을 졸업했다. 그 후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대학교수를 한 적도 있다. 하루(HAL) 전문학교는 2007년 개교해 일본 나고야, 오사카에서 기반을 다진 학교다. 좀 더 전문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기관이라고 생각해 맡게 됐다.”

- 하루(HAL) 전문학교는 게임, 로봇, IT 관련해서 좋은 교육을 하는 것으로 안다. 간략히 소개해 달라.
“일반대학에서 가르치기 어려운 분야를 전문적으로 교육한다. 하루(HAL)에서는 게임ㆍ컴퓨터 그래픽 디자인ㆍIT 분야ㆍ로봇 등을 중심으로 가르친다. 요즘에는 보안 쪽으로도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한국의 교육제도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일본은 상당히 경직된 구조다. 연구직 교수로 취직하려면 일반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반드시 취득해야 한다. 이때 이론적, 실험적인 분야에서의 성과 또는 논문을 승인받아야 한다. 게임의 경우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많고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라도 박사학위를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IT 분야도 마찬가지다. 일본 IT 기업의 전문가들은 제품 생산에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박사학위를 못 받아 이를 교육 현장에 퍼뜨리지 못하고 있다. 그 때문에 실질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게 전문학교가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하루(HAL) 전문학교 졸업생의 취업처가 일반대학의 IT 계열 학과 학생들의 취업처와 다른가. 또한 하루(HAL) 전문학교 졸업생들이 일반대학의 졸업생들과 차별성이 있다면.
“일반대학 졸업생들이 게임, 컴퓨터 그래픽 쪽의 전문지식을 갖긴 어렵다. 그런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배출하는 역할은 거의 우리가 전담해서 맡고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일반대학에도 IT 분야 학과들이 있다. 하루(HAL)에도 같은 학과가 있기 때문에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기업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우리 같은 전문학교에 원하는 인력은 즉각적으로 전력화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다. 일반대학 졸업생의 경우는 장래성을 주로 보고 선발한다. 옛날에는 기업들이 여유가 있어 OJT 과정을 1년에 걸쳐 진행하는 등 사내 교육이 아주 탄탄하게 이뤄졌다. 현재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경제 상황이 안 좋은 터라 기업에서 교육기간을 길게 할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기본적으로 집합훈련 3개월 진행한 뒤 즉각 전력화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하는 우리 전문학교 쪽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 전국 일본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 경진대회에서 아마추어 부분 6년 연속 대상을 받았다. 그 비결이 무엇인가.
“일반론이 될 수도 있겠지만 교육의 성과가 아닐까. 우리는 학생의 학업 성과를 촘촘히 확인한다. 일반대학은 일반적으로 학기 말에 시험을 봐서 성적을 내주지만 우리는 90분에 한번씩 90분간 교육했던 것에 대한 학생의 교육 달성도를 측정해 성적에 반영한다. 구체적으로 학생들에게 90분마다 과제를 준다. 학생들은 작품을 만들고 즉시 발표를 한다. 이를 통해 학업 달성도를 측정한다. 이를 4년간 지속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닌텐도 등 일본 유명 기업에 입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능력을 키우게 된다. 또한, 매 과정마다 만든 작품을 각종 대회에 출품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수험 전쟁은 아주 심하다. 고등학교 3학년, 대학에 들어갈 때쯤 학생들의 학업 능력은 아주 뛰어난 상태에 이른다. 일반대학에 진학하면 4년간 그 상태에서 멈추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하루(HAL)는 면접만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학생들에게 늘 말하는 게 있다. 일반대 학생들은 그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죽도록 노력했을 것이다. 너희는 아니지 않냐. 토끼와 거북이같이 4년간 90분 달성도 확인 등의 어려운 과정을 지속하면 앞으로는 일반대 학생보다 더 높은 곳에 갈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또한, 수영 선수도 일주일 정도만 안 해도 수영 능력이 떨어진다. 게임이나 디자인 분야도 그와 같이 매일 하지 않으면 감각이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이를 지속하는 게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이 우리 학교의 강점이지 않나 한다.”

▲ 최용섭 주간과 세이시로 츠루호 교장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현재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인해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일본도 영향이 있을텐데.
“일본의 전체 대학 수는 800개 가량이다. 일본 대학들도 저출산에 의한 학령니구 감소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도태되는 학교는 문을 닫아야 한다. 전문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 한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굉장히 화두다. 이에 대비해서 직업교육의 방향이 바뀌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많다. 하루(HAL) 전문학교를 비롯해 일본 대학들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하고 있나.
“IoT나 AI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은 일본에서도 핫이슈다. 기업 등 산업계에서 어떻게 대응할지가 일차적인 부분이다. 기업 내에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을 가진 기술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대학에서도 이를 교육할 사람들이 없다. 기술자뿐만 아니라 그런 학생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자도 없는 실정이다.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하루(HAL)는 로봇, 보안학과를 개설하는 등 기민한 모습을 보여 왔다. 앞으로 AI과, 시스템과를 보충해나갈 계획이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융합능력, 문제해결 능력, 창의력, 팀워크 등이 필요하다. 그런 부분에 대한 교육도 이뤄지고 있나.
“앞서 말한 달성도 확인과 같이 강의식의 학습만이 아니라 작품을 실제로 만들어보고 발표하는 과정의 교육이 이뤄진다. 팀을 꾸려 팀워크,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향상시킨다. 2000년대 초반부터 문부과학성, 한국으로 말하면 교육부 주도로 프로젝트 기반 교육법을 시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어떤 것을 만들지 주제 선정부터 시스템 제작 등 모든 과정을 직접 해볼 수 있도록 3개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후 평가도 외부기관에서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만들고 있다. ”

- 한국대학신문이 한일문화산업교류협회와 공동으로 한국 청년들의 취업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한다. 이런 사업이 어떻게 추진됐으면 좋겠는가.
“일본 기업의 입장에서도 이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클 것이다. 일본의 대학 교육도 기업이 원하는 인재륽 배출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기술 분야에 대해 의문이 든다. 해당 분야 인재 부족으로 경제 전체가 정체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울 정도로 인재 양성이 잘 안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대학신문사와 한일문화산업교류협회 프로젝트가 잘 된다면 한국에서 우수한 인재를 공급받을 수 있어 일본 기업으로서는 아주 좋을 것이다.”

<대담 = 최용섭 주간 / 정리 = 천주연 기자 / 사진 = 한명섭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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