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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대학이미래를만든다
[심층대담] 염재호 고려대 총장 “21세기 문명사적 대전환기…‘개척하는 지성’ 없이는 미래도 없다”이제는 창직 시대…CCL·π-Ville(파이빌)·유연학기제 등 새로운 변화 주도
천주연 기자  |  heroine@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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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5  20: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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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전달에서 지식생산으로…연구부총장제 신설해 대형연구 7~8배↑
국가 대신해서 나라의 근대화 이끈 사학…마이크로 규제 없애야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21세기 문명사적인 대전환기다. 20세기 이전과 이후의 대학의 역할이 달랐듯이 21세기 이전과 이후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특히 주어진 것만 열심히 하는, 현재에 안주하는 지성으로는 21세기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취임 초 ‘개척하는 지성’을 슬로건을 내걸었다. 학생들이 초·중·고등학교에서 정형화된 지식만을 외운 학생들을 줄 세우기 해서 성적순으로 서열화된 대학에 입학하는 게 과연 좋은 것이냐 하는 고민과 반성에서 비롯됐다. 염 총장은 고려대부터 이러한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 왔다.

염 총장은 취업 문제도 패러다임의 변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세기 들어서 대기업이 생기고 취업이라는 개념이 나온 것이지, 19세기에는 취업의 개념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960년대 1차 산업인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70%였고, 취업 인구는 10~20%에 불과했다. 대학 졸업자도 6%밖에 안 됐다. 1970년대 말까지도 11~12%에 그쳤다. 그러다 대기업이 생기면서 취업 인구가 늘어나다 보니 대학 양산체제가 됐다.

염 총장은 “21세기는 단순히 대기업이나 공무원 취업에 매달리는 적합한 사회 시스템이 아니다. 창업을 하라지만 창직을 해야 하는 시대다. 최근 기모경제(gig economy)라는 말이 생겼다. 자기 능력만 있으면 언제든지 다양한 프로젝트 등에 포함돼 일을 한다는 개념이다. 평생직장 개념은 1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면서 “결국 20세기 틀로 21세기의 문제를 풀려고 하는 데서 많은 것들이 엉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 임기의 절반이 지났다. 처음 세웠던 계획들이 잘 진행되고 있나.
“우리나라에서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닌 것을 강요하는 게 많다. 출석을 매 시간 부르는 것, 상대평가를 통해 학생들을 줄 세워야 하는 것, 시험 감독 등 학사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 등이다. 이런 것들이 미래의 대학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삼무(三無) 정책’을 펼쳤다. 제일 많이 바꾼 건 ‘입시제도’다. 수능으로만 학생을 선발하다가 논술이 도입됐다. 인문사회계열만 하더라도 50% 가까이 되는 학생을 논술로 선발했는데 결국 어느 순간부터는 정형화되더라. 게다가 몇 천 만원짜리 논술 과외까지 생길 정도였다. 그건 적절치 않다고 봤다. 대신 전국 고등학교에서 3배수나 5배수 정도의 학생을 추천 받아 학과 교수들이 1인당 적게는 15분, 많게는 30분 동안 심층 면접을 실시해 옥석을 가려내자는 개혁을 시작했다. 또한 강의식 교육이 아닌 토론 중심 교육을 하는 등 상당히 많은 변화를 주었다. 이런 부분들은 상당히 정착됐다.”

- 도서관을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CCL, π-Ville(파이빌) 등 틀을 깨는 시도도 같은 맥락인가.
“그동안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수업만 듣고 나면 다 빠져나갔다. 대학을 학생들이 머물고 싶은 지식의 놀이동산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CCL이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 놀면서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꾸몄다. π-Ville(파이빌)도 대학이 이제는 지식을 전수하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20세기에는 대량생산체제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능적이고 효과적인 것이 중요했다. 고등교육도 이에 발맞춰 대량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원래의 고등교육은 지식을 생산하는 과정을 습득해가는 것이다. 영국의 옥스퍼드나 캠브리지대학들은 아직도 대학의 기본은 ‘튜터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교수와 학생이 문제를 갖고 토론하는 게 대학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π-Ville(파이빌)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언제나 아이디어를 갖고 이곳에 모여 토론할 수 있는 곳이다. 에듀케이션(Education)은 이듀스(Educe)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지 주입시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대량생산체제처럼 많은 학생들을 모아놓고 교수가 지식을 집어 넣어줬다. 학생들은 그것만 받아서 토해내듯이 시험을 잘 보면 그게 좋은 학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고려대가 바꾸겠다는 거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융·복합 교육, 창의교육 등을 강조한다. 대학교육도 그런 쪽으로 변화돼야 하지 않나.
“우리도 그에 맞춰 많은 것들을 바꿨다. 1970년대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1·2학기, 중간·기말고사, 16주 수업을 했다. 그런데 꼭 그래야 하나 생각했다. 유연학기제를 도입했다. 3월에 강의를 시작해서 4월 말 전에 다 끝낼 수도 있다. 나머지 시간에 교수는 외국에 나가 연구를 하고, 학생들도 인턴을 하는 식으로 보낼 수 있다. 이런 시도가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 대학으로서는 연구 역량도 중요하다. 취임하면서 연구부총장도 새로 선임했다. 여러 연구 성과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사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대학의 경쟁 상대도 바뀐다. 더 이상 고려대는 서울대가 경쟁 상대가 아니다. 삼성이나 SK 등 기업체가 경쟁 상대다. 이는 대학의 역할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세기까지는 지식을 전달하는 게 대학의 역할이었다면 21세기에는 지식을 생산해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연구부총장제를 신설했으며, 3년 사이에 대형 연구가 7~8배 가까이 늘었다. 연구도 그냥 논문만 쓰는 연구로는 안 된다. 공대 등은 기업과 연계해서 연구를 굉장히 많이 기획했다. 현재 약 100개의 크림슨 기업을 선정해서 같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기술이전료 등 대외적 수익도 꽤 거둔 것으로 알고 있다.
“의료 쪽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 연구중심병원 전국에서 10곳을 선정했는데 우리만 유일하게 안암병원과 구로병원 등 2개가 포함됐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대학병원은 진료뿐만 아니라 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다. 의대 교수 한명이 기술을 팔아 12억원을 벌었던 적도 있다. 앞으로는 연구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 만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 이번 학기부터 연세대와 공동강의를 시작했다.
“총장이 된 다음부터 서울의 10개 주요 대학 총장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래대학총장포럼을 출범시켰다. 여기서 논의하고 있는 건 ‘공유경제’다. 예를 들어 경제학과라면 왜 경제원론을 교수들이 다 따로 따로 50명씩 가르치나. 공통적인 지식에 관한 것은 동영상으로 가르치고 나머지는 토론을 통한 문제해결 수업으로 하자는 것이다. 티칭 팰로우들이 10~15명을 데리고 계속 토론해서 지식을 내재화 하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10개 대학에 경제학과 교수가 강의는 공통 강의로 하고 연구를 공유하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었다. 결국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현재는 연세대와 좋은 교수 자원을 공유해보자는 취지에서 먼저 시도를 한 것이다.”

- 정부가 사학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지원해야 할까.
“전 세계에서 모든 고등교육은 국가가 책임진다. 다 국립대학이다. 한국, 일본, 미국만 사립대학들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국립대학이 없을 때 고려대가 생겼다. 국가를 대신해서 민족의 성금으로, 또 개인이 돈을 내서 세워 나라의 근대화를 이끈 대학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사립대학을 아주 매도하고 있다. 정부도 나름대로 고민은 많이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학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다. 낮은 스펙트럼에 있는 기준을 갖고 모든 걸 규제하려다보니 아주 사소한 마이크로 규제가 많다. 우리는 국제 경쟁을 해야 하는데 국내에 너무 발목이 잡혀 있는 것 같은 형국이다. 출석부를 해라. 시험지도 작년에 이대 사태가 나니까 대학 교수에게 10년 동안 시험지를 보관하란다. 시험지를 대학에서 왜 보관하나. 채점해서 학생들에게 나눠줘 피드백을 해줘야 맞는 것 아닌가. 이게 잘못된 해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초중고를 관리 감독하던 모델을 대학에 그대로 적용하니까 출석부, 학사관리 등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 고려대를 앞으로 어떤 대학으로 만들고 싶나.
“고려대가 소위 말하는 SKY대학, 일류대학이니까 좋은 학생만 뽑아서 좋은 데 취업시키겠다는 것으로는 희망이 없다. 꿈이 있는 학생들을 뽑아 20년~30년 후에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 시키고 싶어 총장이 돼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앞으로 50년 후에 세계적으로 뛰어난 평가를 받는 학교도 중요하지만 지금 학생들이 장래에 꼭 한국 사회에 필요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미래를 내다보는, 세계와 경쟁하는 대학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염재호 총장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를 했다. 1989년에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획예산처장, 국제교육원장, 기획실장, 행정대외부총장을 거쳐 2015년 고려대 총장에 취임했다. 2007년 한국정책학회 회장,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 기관평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후보 TV합동토론 사회자, 2003년 SBS ‘염재호 교수의 시사진단’ 등 다수 TV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현재 환태평양대학협회(APRU)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담 = 이정환 편집국장 / 사진 = 한명섭 사진부장 / 정리 = 천주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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