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교수학습센터장

베넷 밀러 감독이 연출하고 브레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머니 볼’은 야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야구를 크게 좋아하지 않더라도 여러 부분에서 흥미를 갖고 볼 수 있는 훌륭한 영화다.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 된 ‘머니 볼’은 미국 프로야구(MLB) 팀 중 하나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인 빌리 빈(BILLY BEANE)의 운영 방침을 가리키는 말이다. 2002년 MLB시즌에 있었던 실화에 바탕을 둔 이 영화는 재정이 열악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야구팀이 어떻게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는지를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경영학 분야에서 '최소 비용 최대 효과'의 훌륭한 경영 사례 모델로 종종 소개되고 있는 ‘머니 볼’의 빌리 빈 단장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구단의 성공은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영화의 스토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영화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인 빌리 빈이 고뇌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팀의 주축선수였던 지암비와 데이몬을 부자 구단인 양키스와 레드삭스에서 영입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노력과 정성으로 선수를 훌륭하게 키워내도 그가 자유계약신분(FA)이 되는 순간 부자 구단이 제시하는 만큼의 충분한 연봉을 보장하지 못하면 부자 구단에 인재를 뺏길 수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에 절망한다. 그리고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타결해 나갈지 고민에 휩싸인다.

이러한 고민이 더욱 깊어질 무렵, 빌리는 우연히 타 구단에서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는 예일대 경제학과 출신의 피터 브래드를 만나게 된다. 야구계에서 일한 경험이 거의 없는 신참내기인 피터는 빌리에게 프로야구에서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선수’가 아니라 ‘승리’라고 말하면서 모든 ‘선수’ 가치를 팀 ‘승리’에 기초해 새롭게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빌리는 곧 피터를 영입하고 철저히 수학적 통계에 입각해 저평가된 선수를 찾아내는 세이버메트릭스 시스템 개발을 통해 팀을 구성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개혁은 곧 내부 구성원의 반발과 도입 초기의 실패 등을 겪으면서 좌초될뻔한 위기에 처하지만 빌리는 묵묵히 어려움을 견뎌내고 마침내 아메리칸리그 103년 역사상 최다 연승이라는 신화를 남긴 채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나는 최근 이 영화를 다시 감상하면서 우리나라 대학이 당면한 문제와 해결책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그리고 빌리 빈 단장의 성공 요인은 그가 남들과 다른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영화 초반부에  팀의 자문단으로 일하는 시니어들은 떠나 버린 선수들을 대체할 새로운 선수를 찾는 지엽적 문제에 골몰한 반면, 빌리 빈은 같은 상황을 ‘선수’가 아닌 ‘승리’에 맞춰 재정이 부족한 팀이 냉혹한 프로야구 세계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결국 더 큰 질문(Big Question)이 그의 성공 신화의 열쇠였던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이 2017년 지금 이 순간 당면한 궁극적인 문제는 입학생 감소로 인한 부실대학 양산인가? 아니면 일부 사학재단의 비리인가? 혹은 수도권과 지방대학 간 균형 발전인가? 그래서 입학모집 정원을 수만명 줄이고, 비리 있는 사학 몇 개를 정리하고 나면 ‘개혁’에 걸맞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올해 초부터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열풍에 휩싸였다. 학술논문 사이트 디비피아(dbpia.co.kr)가 공개한 1~6월 상반기 논문 이용 횟수 순위를 보면 50위 내에 4차 산업혁명 관련 논문이 26편 자리했고 상반기 중 가장 많이 읽힌 논문도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논문이 아닌 현실에서 대부분의 대학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양성 보다는 당장 있을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매달려야 한다. 미국의 융복합교육 선두주자이자 강소대학인 하비머드 대학의 사례나 카네기멜론대의 3가지 서로 다른 학사 학위 프로그램이 합쳐진 예술 및 기술 통합 교육 등은 꿈조차 꾸기 어렵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최근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대한 대학교수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전체 응답자 중 75%가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대학교육에 도움이 안 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무려 75%의 부정적 응답이 나온 이 평가를 새로운 정부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반복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교육부가 이제라도 다음과 같은 큰 질문(Big Question)을 던져보길 바란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수준의 미래형 대학교육 발전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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