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임박, 미래엔 어떤 일자리 뜰까?

[한국대학신문 김홍근 기자] 인간과 컴퓨터 중 누가 더 우월할까? 1997년 체스용 컴퓨터 ‘디퍼블루’가 체스 세계챔피언 ‘카스파로프’를 꺾어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기억이 있다. 이내 곧 “체스였기에 가능했다. 컴퓨터가 바둑을 이기려면 100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위로가 사람들을 안심시켰지만, 인간이 컴퓨터에게 졌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을 동요케 했다.

그리고 이러한 안도 역시 20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지난해 3월, ‘알파고’라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간 중에서 가장 변칙적인 바둑을 두는 것으로 유명한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승 1패’ 압승을 기록한 것이다. ‘컴퓨터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는 인간의 굳은 믿음이 완전히 깨져버린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상황이 이러하자, 비로소 인간이 우월한 존재라고 믿어왔던 사람들도 자신의 일자리가 앞으로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을 찾기 시작했으며, ‘효율성’보다는 ‘감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우리나라도 곧바로 신직업 발굴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2013년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직업 수가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미래 직업세계 변화에 대비한 일자리 창출과 전문인력 양성·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골자의 ‘신직업 발굴·육성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올해에도 10개의 신직업을 선정해 이에 대한 집중적인 육성계획 등을 밝혔다.

국무총리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운영하고 있는 커리어넷(www.career.go.kr)에서도 해외에서 발굴된 신직업 등을 소개하며 미래 직업에 대한 정보제공에 힘쓰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지속적인 새로운 직업군 발굴이 필요한 가운데, 해외 신직업들은 어떤 필요성에 의해 생겨났으며 그들은 어떤 시스템을 통해 전문인을 양성하고 있는지 눈여겨봐야 하겠다.

■지금은 욜로시대…‘개인서비스 및 여가 분야’=개인 삶의 행복을 최대 가치로 두고 소비하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1세기 초반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는 ‘공동체 사회’에 대한 미덕을 중시했다면, 이제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겠다는 사람들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00년을 전후로 급부상한 가치는 바로 ‘웰빙(well-being)’이다. 인류 수명의 증가는 인간으로 하여금 ‘건강’을 중시하도록 만들었고, 이것은 건강과 관련된 소비로 직결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싼 건강식품이나 요가와 같은 운동을 즐기는 상류층 문화로 변질됐다고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누리고 싶어 하는 하나의 문화로 정착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직업이 ‘웰니스코치(wellness coaches)’다.

웰니스코치는 소비자의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 나아가 사회적 건강까지 포괄해 사고방식, 종교, 지식, 기술, 가치관까지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에서는 여러 기관과 협회에서 웰니스코치가 되기 위한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자격증을 부여하고 있으며, 고객이 자신의 건강에 책임을 갖도록 하는 방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문화적 다양성과 노인 복지에 대한 관심 증가…‘사회서비스 분야’=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거주자 수는 1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인구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문화적 갈등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살고 있는 영국의 경우, 일찍이 문화적 차이에 의한 갈등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수집단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갖게 하고 그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평등관리사무원’을 육성하기 시작한다. 주로 지자체나 경찰 등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며, 소수 인종 외에도 장애인 등과 같은 소수집단을 위해 힘쓰고 있다.

한편, 고령화 사회로 치닫고 있는 지금 노인 복지시스템 구축은 필수불가결한 부분일 것이다. 출산율이 최하위 권에 머물러 있고, 고령 인구의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는 영국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꼽힐 만큼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일본에서는 ‘케어매니저’ 제도를 법제화하고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케어매니저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과 동시에 직접적으로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의 업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주고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요양보호사 지원을 통해 서비스 질 향상을 추구하는 업무다. 국가고시를 통해 ‘개호지원전문원’이라 불리는 케어매니저를 선발하고 있으며 케어서비스를 위한 계획서를 작성하고 서비스 직접 제공자들을 교육하고 모니터링하기도 한다.

■서비스의 구체화·세분화…‘의료 분야’=의료 서비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구체화·세분화 돼가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그럴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거 심리치료의 경우 의료분야로 취급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의료서비스의 한 분야 혹은 의료서비스와 병행하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심리치료라는 하나의 분야만 존재했다면, 현재는 음악·미술 치료로 세분화된 것이 그 예다.

국내에도 음약 치료사가 활동하고 있지만 수요 부족 등의 이유로 전문가 수 역시 매우 적은 편이다. 하지만 육체적 부상뿐만 아니라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음악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와 환자들의 피드백이 음악치료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시작했고, 현재는 대체의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치료를 위해 음악을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음악치료사’가 새롭게 뜨고 있다. 미국은 70여개의 대학이 음악치료학과를 설치해 전문 인력을 안정적으로 배출하고 있다.

■“애완이 아니라 가족이에요”…‘동물 분야’=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더 이상 ‘애완’이 아닌 ‘가족’으로 여기게 됐으며, 애완동물을 위한 서비스 산업도 함께 발전했다.

애완동물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개’는 일찍부터 산업이 발달해 애견미용사, 애완동물시어터 등의 직업군을 만들어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개의 정신적인 부분까지 돌볼 수 있는 ‘애견테라피스트’가 등장했다. 애견테라피스트는 개가 본래 가진 습성이나 자연치유력을 이용해 질병이나 마음의 상처를 사전에 방지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직업을 말한다. 마사지를 해주고 아로마치료를 하기도 한다. ‘애견의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는 애견테라피 전문 가게보다는 동물병원이나 애견미용실에 근무하며, 프리랜서로서 소비자가 원하는 곳으로 출장을 가기도 한다.

■대세는 이미 정해졌다…‘IT분야’=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각광받을 산업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IT일 것이다. 제 아무리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업을 대체한다 하더라도, 더 나은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 점쳐지고 있는 IT산업은 이미 대세가 됐다.

‘지능정보사회’를 이끌 4차 산업혁명 역시 ‘정보’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다. 이제까지는 누가 많은 정보를 갖고 있냐가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다줬다면, 이제부터는 온라인상의 방대한 자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취합하고 연결하느냐가 중요하게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발생한 신직업은 ‘디지털큐레이터’다.

사용자의 목적성에 따라 정보를 선별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며, 현재까지는 국가 기관이나 대기업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정보의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효율적으로 정보를 찾고자 하는 개인 사용자를 대상으로 활동할 가능성도 열려있다.(자료=고용노동부, 커리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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