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에서 출발…“세상의 모든 거래를 다루자”

▲ 이승우 큐딜리온 대표이사

[한국대학신문 김홍근 기자] ‘벤처 기업’에 있어서 아이디어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아이디어에 얽매이지 않은 한 벤처 기업이 있다. 그들은 무엇보다 문화와 서비스를 중시했으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하자”고 생각했다. 작은 온라인카페로 시작해 이제는 ‘자원의 선순환’이라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큐딜리온(Qdillion)’이 그 주인공이다.

큐딜리온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온라인카페인 ‘중고나라’로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사고팔 수 있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수익 방안은 고민조차 안 했다. 중고나라는 오로지 중고시장 문화 형성이라는 목표를 두고 서비스를 제공해 온 결과, 이제는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2016년을 기준으로 회원 1500만 명을 돌파했으며 하루 방문 회원이 500만명, 중고거래 등록 수가 27만건을 넘어섰다. 규모가 생각 이상으로 커지다 보니, 서비스의 안정화·편리화, 보안 강화 등을 위해 큐딜리온이라는 기업을 설립하게 됐다.

“처음부터 사업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 무리해서 큰 것부터 생각하고 접근했다면 지금의 큐딜리온은 없었을 것이다. 작은 단위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생각하면서 지속적으로 테스트를 거친 결과다. 중고나라도 서비스가 사업으로 연결되기까지 그 과정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 오랜 테스트 과정에서 반복적인 패턴을 찾아내고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큐딜리온은 '소통'을 중시한다. 직원들이 언제든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승우 큐딜리온 대표이사는 “큐딜리온은 중고나라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일 뿐”이라며 강조했다. 사업의 본질은 중고나라지 큐딜리온이 아니라는 것. 이 때문에 중고나라라는 유명세를 이용해 기업을 홍보하지 않았다. 기업의 미션을 ‘세상의 모든 거래를 다루자’고 설정한 뒤, 그 기조 아래 움직임을 정했다.

큐딜리온이 지난해부터 새롭게 서비스하기 시작한 ‘주마’나 ‘비밀의 공구’도 같은 맥락에서 출발했다. 큰 쇼핑몰이나 대기업이 할 수 있는 일보다는 본인들이 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다녔다.

이 대표이사는 “인류의 문명이 발전해 온 것과 마찬가지로, 혁신을 큰 데서 찾기보다는 사람들의 불편한 요소를 디테일하게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형태의 서비스가 만들어지면 이용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다. 당장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에 빠지는 일은 지양하려고 한다”며 큐딜리온만의 경영철학을 확고하게 말했다.

▲ 사내에 마련된 피트니스 센터의 모습.

이뿐만이 아니다. 큐딜리온이 설립 이후 안정된 운영을 유지할 수 있었던 핵심에는 ‘인재 중심의 사내문화’가 큰 몫을 했다. 자원의 선순환을 중시하는 만큼 ‘인적자원’을 기업의 핵심역량으로 여긴 것이다. 월요일 출근 시간을 늦추고 금요일 퇴근 시간을 앞당겼을 뿐더러, 사내 피트니스센터를 설치하고 전문 트레이너를 정규직으로 채용해 전 직원의 건강 증진을 도모했다.

또한, 장애인 채용을 통해 업무의 안정성을 확보한 것도 자랑거리다. 비장애인은 지루하고 답답해할 수 있는 업무를 더 의욕적이고 집중할 수 있는 장애인에게 맡김으로써 그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무도 지킨 긍정적 사례다.

이 대표이사는 “기업의 경쟁력은 경쟁회사보다 표면적인 우위를 차지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성원의 역량 가치를 끌어내지 못하면 기업의 존재는 힘들어질 것”이라며 “작은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경쟁 방법은 구성원들이 역량을 뽐낼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큐딜리온은 아직 도전 중이다. 약 13만건인 중고나라 하루 거래 수를 130만까지 늘리는 게 일차적 목표다. 130만이라는 수치에 집중하기보다는 ‘세상 모든 자원의 순환’이라는 문화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라도 누구나 중고거래를 하고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생각이다.

이 대표이사는 벤처기업을 꿈꾸는 예비 경영인들에게, 기업 설립 이전부터 수입 창출에 목매지 말 것을 강조한다. 그는 “요즘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말하고자 하는 바를 SNS 등을 통해 얼마든지 서비스로서 테스트해볼 수 있다. 인내심을 갖고 하고자 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통해 사업을 타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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