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진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몇 년 전만 해도 계약학과는 ‘산학 협력의 결실’이라는 표현으로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계약학과 취지 자체가 ‘기업 맞춤형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의 학과인 까닭이었다. 대학을 나와도 입사한 뒤 재교육을 받아야 상황에서 처음부터 산업 현장에 맞춘 인력 양성을 대학과 기업이 함께 하겠다는 것이다. 

겉모습은 달성됐다. 각 대학의 계약학과 설립이 잇따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약학과 평가가 갈수록 달라지고 있다. 수요 맞춤형 인력 양성은 커녕 사상 최고의 실업률을 타개하지도 못하고 있고, 모집 정원조차 달성하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 국감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전국 대학 중소기업 계약학과 학생 충원율은 70%대에 머물렀다. 충원율이 절반도 미치지 못한 학과가 16개나 됐다. 모집 정원을 달성한 곳은 전문대학과 일반대 각각 한 곳씩밖에 되지 않았다.

어찌된 이유인가. 여러 원인을 들 수 있겠지만 가장 큰 배경은 계약학과 대부분이 ‘재교육형’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경비의 일부를 부담하며 소속 직원의 재교육과 직무능력 향상, 전직 교육을 의뢰하는 형식이다. 특히 전문대학에 설립된 계약학과는 중소기업과의 협약을 통해 구성된 재교육형이 주를 이룬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만큼의 슈퍼 엘리트’라든가 ‘10년 후에도 지금의 사람과 여전히 함께 있는 모습’을 그리기 힘든 현장이다. ‘누구든 실력이 쌓이고, 유능해지면 이직을 시도하는 곳’이라는 중소기업의 현실 속에서 계약학과는 꿈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모 계약학과 교수는 “학생 모집을 위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바로 중소기업 사장을 설득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머리가 크고 나면 떠날 사람일 텐데 비용 들여 제대로 가르쳐봤자 무엇 하겠나”는 고정관념을 가진 중소기업을 어르고 달래는 일이 계약학과의 숙명이라고도 했다.

어느 기업이든 ‘유능한 인재’와 ‘직무 맞춤형 인력’을 추구하지만 실은 일자리 미스매치라는, 극단적 모순이 계약학과를 비극으로 만들고 있다. 인간은 무한 반복되는 불안감과 불확실성 속에서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의 행복을 비교하고, 훗날의 행복을 목표로 살아가는 존재다. 계약학과 충원율 부진을 대학과 기업 중 누구에게도 탓할 수 없는 까닭이다.

일자리 미스매치가 ‘모든 대학과 기업’의 모습은 아니다. 소수의 대기업들은 여전히 그 어떤 곳보다 안정적으로 인력을 수급하고 있다. 취업 시장이 사상 최악이라고 하지만 대기업이 인력 수급 때문에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일할 만큼 일하고 배울 만큼 배워도 행복한 일터의 모습으로 중소기업이 나아가야 한다. 5년 후, 10년 후에도 함께 일할 인재를 뽑고, 그들과 함께 성장할 기업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금 대학과 기업에게 ‘왜 못 뽑고, 기르지 못하느냐’고 탓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산업 환경 조성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노력이 부족’해서라거나 ‘너희들이 그렇지 뭐’ 따위의 비아냥거림은 소수 독과점 체제가 만들어내고 있는 ‘피로감’과 ‘허무주의’만 재생산할 뿐이다. 대학과 중소기업을 무능한 현장으로 만들든가, 산업계의 튼튼한 허리로 만드는가가 계약학과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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