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가중되는 재정난, 출구는 기술지주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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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한양대 이후 54개 설립, 자회사 수 529개 달해

‘조 단위 수익’ 중국 ‘창업 메카’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활성화
초창기인 국내 기술지주회사, 긴 안목 갖고 지원해야

▲ 국내 1호 기술지주회사인 한양대 기술지주회사가 위치해있는 종합기술연구원. 한양대를 시작으로 국내 기술지주회사는 54개로 늘며 성장을 거듭해왔다.(사진 = 구무서 기자)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등록금이 동결되고 대학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대안 중 하나로 산학연협력기술지주회사(기술지주회사)가 떠오르고 있다. 해외 대학들이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얻은 사례를 참고해 전문가들은 장기적 안목으로 대학기술지주회사를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이 보유한 특허 등의 기술을 출자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사업화하기 위한 전문조직을 뜻한다. 지난 2005년 정부가 산학협력단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기술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2007년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2008년부터 기술지주회사 설립이 가능해졌다. 한양대가 국내 최초로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한 이래 2017년 3분기 기준, 54개 기술지주회사가 운영 중이며 529개 자회사, 256개 연구소기업이 있다. 누적 신규고용 인력 수는 805명이며 현재 대구대, 대구한의대, 대전대, 숭실대 등 4개 기술지주회사가 설립절차를 진행 중이어서 관련 수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는 자회사의 등급을 분류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으며 서울대가 보유한 우수 기술 및 연구자 매칭을 위해 기술파이프라인 구축전략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는 지난해 자회사 총 매출액이 262억원에 달했다. 특히 항암제와 난치병 치료제 후보물질 등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주)에이비온은 기술지주회사 중 최초로 코넥스에 상장되기도 했다.

2013년 기술이전전담조직(TLO)와 기술지주회사를 통합한 연세대는 변리사, 기술거래사, 기술가치평가사 등 우수 기술사업화 전문 전담 인력을 초창기부터 보유해 전문성을 더했다. 그 결과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자회사로부터 9200만원의 누적 배당금을 받았다. 특히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 금액의 7배에 달하는 수익을 얻은 자회사 라파스는 기술지주회사계 ‘신화’로 꼽힌다.

동국대는 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 및 실무책임자에 벤처기업 경력이 있는 전문가를 배치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의료기기 개발촉진 센터의 보유 IP를 통한 의료기기·바이오 기술사업화 기반을 구축했다. 아울러 불교 대학으로서의 학교 특성화를 기반으로 한 사업기회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 자회사 (주)한국카쉐어링은 서울산업진흥원의 기술지주회사 사업화 지원사업 ‘매출성장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지역에 기반을 둔 부산대는 부산연구특구개발본부와 전략적으로 제휴를 맺고 지역 연고 기업과 형성된 기술 및 사업 연계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13년 자회사 (주)금영에코텍과 (주)피엔유신라젠 지분 매각으로 약 2000만원의 이익을 창출해냈다.

인천대 역시 우수사례 중 하나다. 인천대 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의 기술사업화 10개 모델’을 운영하며 △기업기술가치평가사 △기술거래사 △창업보육전문매니저 △창업지도사 등 전문 전담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누적 배당금이 약 4억원에 이른다.

군산대, 전북대, 전주대, 우석대, 원광대 등이 합친 전북지역대학연합 기술지주회사는 국내 최초로 대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마찬가지로 국내 최초로 해외 합작법인을 설립해 인도에 자회사를 만들었다. 제1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출자가 확정된 것도 전북지역대학연합이 최초다. 2014년 기준, 전북지역대학연합 기술지주회사가 사업화에 성공한 사례는 53건이며 자회사 누적매출도 49억원에 달한다.

국내 기술지주회사의 ‘큰 형님’ 격인 한양대 역시 벤처기업 전문가를 영입하고 경영컨설팅 등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가동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양대의 △글로벌기업가센터 △한양엔젤클럽 △한양벤처동문회 △LINC사업단 등 기술사업화 연계가 가능한 풍부한 인프라도 장점이다. 2012년 자회사 (주)크린컴 지분을 매각해 600%의 수익률을 올렸으며 대형 유통전문채널과 업무협약을 맺어 자회사 제품의 유통경로도 마련했다.

고등교육이 발전한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기술지주회사의 매출로 대학에 거액의 배당으로 이어지는 성공 사례가 수두룩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스탠포드대는 빅데이터 기반 범죄예측시스템을 개발한 ‘팰런티어’ 기업의 가치가 24조원에 달하고 이스라엘 히브리대학 교수들이 공동 설립한 ‘모빌아이’는 자율주행자동차 카메라 센서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인텔이 17조원에 인수한 바 있다. 북경대, 칭와대 등 중국 명문대들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조 단위’ 수익을 올리고 있다.

■ 회사 성장엔 ‘펀딩’이 핵심, 조급함 버리고 장기적 안목으로 바라봐야 = 기술지주회사는 자회사가 수익을 거두면 기술지주회사와 대학에 배당이 되고 이 돈은 다시 대학에 재투자 돼 대학 경영과 연구·교육 발전에 쓰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해외 대학처럼 막대한 이익을 얻은 성공 사례는 아직 없다. 자회사가 매출을 올리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기술지주회사로 배당이 되는 단계로는 발전하지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기술지주회사 설립 및 활성화가 아직 초창기인 만큼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00년대 초에 이미 산학협력이 활성화됐던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 산학협력단이 설치된 건 이제 10년이 갓 넘었다. 기술지주회사는 아직 10년이 되지 않았고 기술지주회사가 설립한 자회사 역시 역사가 짧다. 일반적으로 한 회사가 자리 잡는데 15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학의 기술지주회사는 수익을 내기에는 아직 초창기 단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A대 산단 팀장은 “정권이 바뀌거나 담당 실국장이 바뀔 때마다 빠른 과실을 원하다보니 제대로 뿌리도 내리지 못한 채 자꾸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도입하면서 혼선이 생기고 있다”며 “일자리 창출 개념으로 성급하게 가다보면 더욱 어렵게 갈 수밖에 없다. 성공에 대한 부담을 주기보다는 일단 기다려줘야 된다”고 강조했다.

기술지주회사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자금 지원이 필수라는 주장도 나온다. 벤처기업을 창업한 B대 교수는 “일반 기업들도 데스 벨리라고 불리는 창업 5년차에 자금난으로 허덕이는데 상용화된 기술이 아닌 원천기술 기반의 대학 기업은 더 힘들다”며 “창업 초기 운영 과 원천기술의 상용화에 지원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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