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 이화여대 언어교육원 원장

▲ 이해영 이화여대 언어교육원 원장(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태국 최초의 중·고교생 한국어 교재가 탄생한 데에는 본인들이 스스로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그 가운데 태국한국교육원이 있었다. 한국어 교재를 만들 때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태국에서는 한국어 교재를 자신들 손으로 만든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런 ‘자력 발전 의지’가 한국과 태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10월 9일 한글날 태국에서 중·고교생 한국어 교재가 공식 발간됐다. 태국 내에서 제2 외국어로 배우는 학생은 2010년 3000여 명에서 올해 3만 여명으로 약 10배 급증했다. 이처럼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졌지만 제대로 된 교재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공식 교재를 발간하기 위해 한국 교육부 산하의 태국한국교육원과 태국 교육부 기초교육위원회, 그리고 이화여대 언어교육원이 참여했다. 

이해영 이화여대 언어교육원 원장은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태국과 이화여대의 인연, 그리고 각 기관이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양국이 본격적으로 교재 개발에 뜻을 모은 것은 2016년부터다. 그러나 이번 협력이 이뤄진 데에는 10여 년간 이어진 태국과의 교류가 큰 몫을 했다. 이해영 원장은 “2006년부터 코리아파운데이션 후원으로 동남아 워크숍에서 중·고교 교사를 훈련해왔다. 태국한국교육원에서 파견한 교육원이 눈 여겨 보더니 지난해 3월 미팅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인 집필한 중고교용 교재도 도움이 됐다. “《Korea Language In Action》이라는 책을 태국에서 많이 쓰고 있다. 한국어로 동아리 홍보 포스터 만들기 같은 프로젝트를 할 만큼 인기가 있다고 들었다. 마침 태국한국교육원에서는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늘다보니 정비할 필요성을 느꼈는지, 내 노하우를 새 교재에 담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후 교재 개발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지난해 5월부터 온·오프라인 워크숍, 세미나 등을 열고 교육과정 표준화 필요성에 대해 교육했다. 그후 6개월간 현지 교사들이 수업에서 교재 초안을 미리 사용해보면서 피드백 했고, 곧 교재개발에 착수했다. 짧은 시간에 목표를 달성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이 원장은 “집필진 선생님들이 2박3일 일정으로 여러 번 태국 방콕을 방문했다. 관광지인데도 밥 먹는 시간 외에는 교재 개발하는 데 몰입했다고 한다. 방콕 가서 ‘방 콕’만 했다고 농담도 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교재를 계기로 태국 학생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길 바랐다. 그는 “자국에 대한 자부심을 토대로 한국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교재 구성도 한국인에게 자기나라 문화를 소개하도록 만들었다. 전래동화를 배우며 두 나라 간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는 식으로 말이다. 문화 파트에는 상호작용을 유도하기 위해 ‘너희 문화는 어때?’라는 질문을 꼭 넣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간 상호 동등하게 소통하면서 일궈낸 결과물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태도로 상대방을 대하면 서로의 관계가 발전하기 힘들다는 생각에서다.

“진정한 의미의 한·태 합작 교재를 만들었다는 의의가 있다. 교재를 만들면서 워크숍, 교육과정 파일럿 등을 진행하면서 현지 교사들이 많이 참여했다. 초고본을 태국에 보내면 현지 교사들이 수업에 사용해 보고 깨알같이 수정해서 줬다. 교재 표지 색도 태국인들이 좋아하는 노란색과 분홍색을 많이 쓰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이번 경험을 통해 양국이 소통하고 결과물을 내는 원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해영 원장은 태국 학생들이 한류 붐으로 한국어를 배우게 됐으나 단순히 한류에서 끝나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훌륭한 문화유산, 사회 시스템. 교육 등을 갖추고 있다. 태국 학생들이 이를 배우고 자기나라 발전에 기여해서 양국 교류를 증진하는 동량지재(棟梁之材)가 됐으면 한다. 본인들 손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학문 후속세대를 양성하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 내 목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