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승 한국산업기술대 총무팀장

최근 2주기 대학기관평가인증 방문평가를 치렀다. 대학의 기본 요건을 평가한다지만 그 중요성을 인식한 교직원들은 상당 기간 행정력 집중에 공을 들여야 했다. 더구나 대학구조개혁을 시작으로 각종 평가와 재정지원사업 대응에 따른 행정 수요가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 행정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 기업에 비할 바는 아니라지만, 대학 행정이 관여할 틈이 적었던 과거 학력고사 세대와 비교하면(선배 직원들이 알면 괘씸해하겠지만) 지금의 대학 직원은 그 역할과 책임이 더 커졌다. 그만큼 오늘날의 상향평준화된 대학 발전의 이면에는 행정의 전문화가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대학가에 전무후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일 거다. 여기에 더해 대학이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무가 강조되고, 대학을 향한 각종 평가들이 꼬리를 물어 행정을 위한 행정이 극에 달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실상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년실업의 여파로 대학이 ‘신의 직장’이라는 조롱 섞인 질투(?)를 받으며 우수 인재들이 몰리는 직장으로 등극했다.

딱 여기까지만 보면, 대학 직원의 위상이 높아진 거라 위안을 삼는다 치자. 그런데, 문제는 직원이 대학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소외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직무 전문성과 역할에 대한 요구는 높아진 반면 보상은 적다는 것이다. 여전히 대학행정을 아무나 할 수 있는 지원 역할로 국한하고, 정책과 의사결정의 주류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과연 이런 분위기에서 대학 직원이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학에 온 젊고 유능한 직원들이 학교행정가의 한계를 너무 빨리 느끼고 실망할까봐 걱정이다. 더구나 대학 재정 관련 이슈가 터질 때면 으레 직원 인건비가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자구 노력 눈치를 봐야 한다면 누가 자부심을 가지고 열일을 할까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대학인 스스로 행정직원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대학의 경쟁력은 교육과 행정의 조화에서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의 교육훈련이나 자기계발, 중장기적 인적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능력을 발휘한 직원에 대한 보상이 당연시 돼야 하는 것은 물론, 직원에 대한 직무교육 투자를 소모성 비용으로 여겨서도 안 된다.

교육행정은 효율적인 교육활동이 가능하도록 자원을 통합, 집행, 관리, 감독하는 제반 활동을 의미한다. 행정직원의 자발적 노력에 대한 보상이나 전문성을 하찮게 여기며, 자기계발을 위한 교육훈련 기회를 낭비로 생각한다면 대학행정의 미래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대학행정가의 역할을 존중하고 전문성을 인정해 주는 풍토가 정착되면 교수는 행정 겸직에 따른 부담에서 벗어나 교육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고, 직무 전문성을 존중 받은 직원은 창의력을 발휘하며 대학 발전의 한 축이라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 양 날개로 힘차게 비상할 때 대학 발전은 앞당겨질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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