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섭 사단법인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상임이사(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영동일고 교감)

▲ 진동섭 상임이사

전문대 선택을 꺼리는가?

김대식, 김두식 교수 형제가 대담 형식으로 쓴 ‘공부 논쟁’에서는 장원급제 DNA와 장인 DNA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 있다. 모든 과목 1등을 하고 요즘 가기 어렵다는 의대나 로스쿨에 가는 것을 추구하는 것은 장원급제 DNA 기질일 것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선택해서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는 것은 장인 DNA 기질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장원급제 DNA를 가진 학생들이 모두 의대와 법대에서 걷어가니 다른 이들은 장인 DNA를 마음껏 살릴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다.

사실 학교 시절에 어떤 진로를 선택해서 인생을 보람 있게 가꿀 것인가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길이 부끄러울까 봐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달인’이라면 어떤 사람도 판검사를 부러워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에는 당당함과 자부심이 배어 있다. 텔레비전의 ‘달인’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는 튀김 도넛을 만드시는 분도 자기 일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누구에게도 그 자부심은 뒤지지 않는다.

▲ 지난 7월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17 진로·직업 체험 박람회'

그래서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은 학업 역량이나 전공 적합성에도 있지만, 발전 가능성에 비중이 큰 경우도 많다. 긴 인생에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잘 익혀 평생을 장인으로 살아가는 바탕은 ‘호기심과 욕망’에 있기 때문에 대학은 발전 가능성의 내용 요소인 호기심과 욕망을 보고 선발하는 것이다. 그만큼 호기심과 욕망이 있으면 그 분야의 장인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장인으로 자라나는 데 필요한 공부는 어디서 할까? 여기에는 서열이 없다. 자신을 가장 코치해서 그 분야의 최고가 될 수 있는 분야로 이끌 수 있는 상급학교면 되지, 반드시 일반 대학일 필요는 없다. 주변의 선생님 중에는 자신의 자녀를 전문대학교에 진학시켜 전문인의 길을 걷게 하는 분들도 많이 있는데, 이는 진로의 길을 탐색할 때, 젊은 시절의 아까운 시간을 한시라도 낭비하지 않고 기능을 익히는 데 쓰도록 하는 것이다. 성적에 맞춰 적성에 맞지도 않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적어도 그것만으로도 인생이 풍요로워진다. 그러는 동인에 전문가가 디고 장인으로 성장한다.

그런데도 왜 전문대 진학은 좀 꺼려지나요? 진로진학을 담당하시는 선생님께 물었다.

“학생들이 전문대학 선택을 주저하는 것은 부모와 사회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4년제에 비해 전문대가 열등하다는 막연한 의식 때문입니다. 4년제 졸업한 경우와 전문대 졸업한 후 취업 시 차별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반 대학에 진학해서 취업한 경우와 비교하면 조금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취업률을 보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자녀를 전문대에 보낸 선생님은 “그냥 4년제 나와 평생을 전공과도 무관한 직업 세계에서 지겨워하면서 떠도는 것보다는 전문대학에 진학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기능을 익히면 평생이 덜 지루하고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하고 반문한다. 즉 일반 대학과 4년제 대학을 비교하는 것은 이미 무의미한 일이라는 것이다.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전문대학에 관심이 많을까?

대학입시 상담을 하게 되면 성적에 맞춰 4년제 대학 중 어디를 지원할 수 있는지를 검색하게 된다. 이런 상항은 성적에 맞춰 갈 수 있는 대학을 일단 알아보는 데서부터 진학 지도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경쟁이 심한 대학은 성적이 좋아야 가고 성적이 조금 모자라면 성적에 맞춰 지원 학과를 낮추거나 학과에 맞춰 지원 대학을 낮춘다.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는 발언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는 않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은 이렇다.

그런데 학생 중에는 좀 더 빨리 취업을 해서 독립하고 싶은 학생도 있고, 학문을 할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기능을 익히고 싶은 학생도 있다. 경쟁 서열이 있는 대학보다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 경로를 찾고 싶은 학생도 있다. 이 학생들에게 자신에게 맞는 진로 경로를 추천하기 위해서는 전문대학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사실 고등학교 진로 교육은 ‘자신을 이해하고 직업 세계를 파악한 뒤, 자신이 선택한 직업 세계에 진출하기 위해 진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들러보고, 실제로 진학에 필요한 최종적인 준비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자신을 이해하고 파악해 보면 누구나 학문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세계적인 명품은 모두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져 문화재급 가치가 있는 것이 되고, 기능뿐 아니라 행정적인 일, 서비스와 관련된 일도 당연히 숙련도에 의해 가치가 정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굳이 일반 대학에 진학하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전문대학에 지원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그 뿐 아니라 일반 대학을 다니다가 또는 졸업하고 전문대학으로 유턴 입학(일반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학으로 재입학)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은 전문인의 길이 의미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의 지난해 입시 결과 분석에 의하면 유턴 입학의 지원자는 7412명으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등록자 수도 145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모습은 점차 진로를 중시하는 경향으로 자신의 진로 경로를 설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출신학교를 전형요소에 포함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이 늘어나면서 ‘학벌’보다는 ‘실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진학 방향을 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이다. 이미 많은 직장에서 직원들끼리는 출신 학교를 따지지 않고 실력에 따라 일과 연봉을 배분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변하는 것은 학벌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의 변화이며, 앞서 언급한 ‘전문대는 일반대학 못가는 학생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을 불식하는 계가가 된다.

전문대학은 정말 전문가가 되는 길을 제시하나?

쉽게 생각해 보면, 학생 수가 줄고 있으므로 전문대학이 학생의 수요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생존이 불가능할 것이다. 즉,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 취엽 경로를 확보하지 않는다면 학생 부족 시대에 전문대는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잘 들여다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잘 가르치는 전문대를 찾을 수 있다.

올해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전문대학 직업 세계’를 발간하여 미래 유망 직종 40가지를 제시하였다. 여기서는 해당 직업 소개, 해당 직업이 하는 일, 관련 학과 소개와 함께 Q&A와 현직에 있는 종사자의 인터뷰를 싣고 있다. 그리고 이 학과를 개설하고 있는 대학들을 뒤에 실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유망직종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라면 어떡할까? 유망한 분야라고 소문이 나면 이미 많은 사람이 몰리게 된다. 그런데 좋아하지 않는데도 유망하니까 지원하데 되면 졸업한 뒤에도 후회하게 된다. 지금은 비록 유망한 분야에는 없더라도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가 있다면 장점을 살려 그 분야로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맺음말

전문대학이 중심이 되어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진로·직업체험박람회’가 봄가을로 열린다. 이런 박람회는 나의 미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한군데 모아놓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가 장인이 되는 첫걸음을 떼는 곳이다. 그런데 모두에서 생각해본 것처럼, ‘전문대학에 기웃거린다.’는 생각은 이제는 접어야 한다. 왜냐하면, 학벌보다 실력이 우선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또 이제 그런 시대가 시작되었다 해서 의심이 된다면 학생이 앞으로 살아갈 시기 중 인생의 황금기는 2040 이후라는 점을 생각해 보라.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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