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 연성대학교 기획처장

지난 주 교육부는 내년 상반기 실시를 목표로 추진하던 대학구조개혁평가의 명칭을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정원감축 목표치도 5만명에서 2만명으로 줄이고, 평가결과 매겨지게 될 X, Y, Z 등급 또한 ‘개선권고대학’으로 통칭하기로 했다. 국회 등 정치권과 대학사회의 비판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평가(진단)의 본질은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다. 전반적으로는 기존 평가의 틀은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을 수렴해 변화를 모색하는 교육부의 노력은 평가할 만하나 대학들이 느끼는 부담감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이번 2주기 구조개혁평가를 앞두고 대학 사회는 기관평가인증과 구조개혁 연계를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현 기관평가인증의 느슨한 체제로는 대학구조개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대학 기관평가인증의 목적은 대학기관이 교육·연구·봉사 등 대학의 본연적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를 진단해 미흡한 부분을 찾아내고 개선을 유도하는데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관평가인증을 대학기본역량진단이라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아리스토텔레스의 삼단논법으로 풀면 재미있는 사실이 발견된다.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이다(X→Y). 대학기본역량진단은 기관평가인증과 같다(Y→Z). 그러므로, 대학구조개혁평가는 기관평가인증이다(X→Z). 명칭 변경으로 인해 구조개혁평가가 기관평가인증과 다르지 않다라는 것을 교육부가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또한, 이유야 어쨌든 대학은 기본역량진단 성격의 평가를 중복해서 받는 것이다.

구조개혁평가는 명칭 변경에도 불구하고 대학으로서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역량을 진단하겠다는 목적 이외에 입학정원의 감축이라는 현실적인 목표가 뚜렷하다. 사실 기본적인 역량을 진단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평가요소마다 상대적인 점수를 부여해 대학을 줄 세울 이유는 없다. 기관평가인증처럼 평가요소 별로 기준을 두고 이를 충족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 결과를 점수화해 대학을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정원감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유력한 수단이기 때문일 것이다. 호랑이가 양의 탈을 쓴다고 양이 되지는 않는다. 양처럼 보이겠지만 여전히 호랑이일 뿐이다.

평가 결과를 재정지원과 연계시키고 당장 2020년에 다가올 입학인구 절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정 상 내년 상반기에는 평가가 시행돼야하기 때문에 평가의 틀을 크게 바꿀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을 백번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와같은 구조개혁평가 방식에는 공감하기 어렵다.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명칭과 컨셉을 바꾼다는 얘기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목적에 적합한 평가구조를 갖추고 기관평가인증과도 일원화를 모색해야할 것이다.

우선, 평가의 기본 틀을 대학 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점수를 더 잘 받기 위한 대학 간 불필요한 경쟁을 막을 수 있고, 대학이 제시된 기준에 맞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도 강점을 키우며 대학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자율성과 여력이 생긴다. 정원 감축이나 재정지원 연계와 같은 특수 목적은 평가 결과에 대한 환류 정책으로 풀면 된다. 기본역량을 갖추지 못한 대학의 입학정원을 줄이고, 기본역량을 갖춘 대학에 재정지원을 집중시켜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에 이의는 크지 않을 것이다. 교육기관에 대한 평가 결과를 재정지원과 연계시켜 교육의 품질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은 스웨덴 핀란드 등 교육선진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되든 대학기본역량진단이 되든 평가·진단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학교육의 품질향상을 통해 학생의 학습성과(student learning outcome)를 높이는데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대학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본적인 교육역량을 갖추는 가운데에서도 저마다 강점을 살려 다양한 학생들의 이해와 요구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명칭을 바꾸면서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재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구조개혁평가는 대학의 교육품질에 대한 엄정한 관리와 함께 대학이 자율성을 갖고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자리잡혀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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