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들의 특별한 캡스톤 디자인 활용법

▲ 31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산학협력 EXPO'에서 김차근 한국영상대학교 LINC+단장이 '디지털 방명록' 시연을 보이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천주연·김홍근·김의진 기자] 캡스톤(capstone)이란 사전적 의미로 돌기둥이나 건축물 위의 장식, 최고의 업적 등을 뜻한다. 대학에서는 이러한 사전적 의미에 기반을 둬, 학생들이 교육과정에서 배웠던 지식을 바탕으로 산업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직무들을 최종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훈련 과정으로써 ‘캡스톤 디자인’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 공학 계열에서는 캡스톤 디자인 도입을 활성화해 학생들이 팀을 이뤄 프로젝트 방식으로 하나의 공학 작품을 만드는 수업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국내 상당수의 산업이 제품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산업 현장과의 긴밀성이 중요한 수업인 캡스톤 디자인이 공학 계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현장 맞춤식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다자인 계열, 예술 계열 혹은 인문 계열에서까지도 캡스톤 디자인 프로그램의 필요성과 활용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의 경험이 중요한 전문대학에서는 캡스톤 디자인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져, 많은 대학이 이를 활용한 산업현장 맞춤식 인재 육성에 나섰다. 일부 전문대학에서는 대학 내 전 과목에 캡스톤 디자인 프로그램을 전격 도입하는 가하면, 지역산업체와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대학의 인재들을 지역 내 산업체로 연결하는 대학도 있었다.

‘대학 수업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캡스톤 디자인. 전문대학들은 어떠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꽃봉오리를 피어나가고 있는지 알아보자.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연계…산관학 상생 노려, 오산대학교= 오산대학교의 경우 캡스톤 디자인 프로그램을 2~3개의 특수 학과를 제외한 모든 학과에서 도입‧시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취업이나 현장적응능력을 주안점으로 두고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경험과 취업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화관광이벤트과는 오산시 남촌동주민센터와 공동으로 학생들의 캡스톤 디자인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꾸며지는 ‘오산빛축제’를 개최해오고 있다. 이 축제는 오산시 남촌동 빛의 거리의 문제를 파악하고, 오산 시민과의 소통과 나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오산대학교 문화관광이벤트과 학생들은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으로써 이벤트기획이나 연출과 관련된 현장실무능력을 펼칠 기회를 얻게 된다. 주로 캡스톤 디자인 수업과정을 통해 빛과 관련된 작품을 제작‧전시한다.

실용사회복지과도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잘 살린 캡스톤 디자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오산시 내 6개 동 저소득 독거어르신 50여 명을 학교로 초청해 행사 기획부터 진행까지 전 과정을 학생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이와 같은 오산대학교의 산관학 협동 행사들은 이젠 학생들만의 것이 아닌 오산시의 대표행사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캡스톤 디자인 프로그램이라는 게 자칫 일반 졸업작품 전시회 개념으로 갈 수 있다”며 “우리 대학은 이것을 창의형과 기업연계형 두 가지로 나눠 지도교수의 도움을 받아 산업현장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를 지역사회 내 캡스톤 디자인 활용을 통해 접해보고 해결능력을 키우는 과정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학과별 대표 우수작품을 한데 모아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논의 중이다”며 “공학과 비공학을 함께 평가하기에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두 개로 나눠 경진대회를 진행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캡스톤 디자인 한데 모아 융합 시연회 개최, 제주관광대학교= 제주관광대학교는 비공학계 전문대학 중 캡스톤 디자인이 활성화돼있는 대학이다. △호텔경영과 △카지노경영과 등 관광계열 다양한 학과가 속해있는 관광학부를 필두로 제주 내 관광이라는 문화산업과 연계된 캡스톤 디자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많은 전문대학이 캡스톤 디자인 시연회를 개최하고 있지만, 제주관광대학교의 프로그램이 특별한 이유는 하나의 주제를 정해 각 학과에서 진행한 캡스톤 디자인 과제를 수행한 뒤, 정해진 주제에 맞는 하나의 융합 시연회를 개최한다는 것이다.

해마다 그 주제를 달리한다는 점도 주요 특징 중 하나다. 전공과목과 관련된 하나의 작품을 구현하기가 힘든 서비스 전공이기 때문에 캡스톤 디자인을 진행하는 모든 학과가 해마다 다른 공통의 주제를 하나 설정하고, 퍼포먼스를 설계‧구현하는 방식으로 시연회를 준비한다. 융합 시연회를 준비하면서 타 전공의 직무도 함께 이해할 수 있다는 것도 제주관광대학교만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2012년 세계자연보전총회 갈라디너쇼를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데 이어 2014년에는 ‘2036년 제주올림픽실사단 환영행사’라는 가상의 상황을 설정, 학과별 특성에 맞춰 역할을 분배하고 쇼를 기획했다. 한편 2015년에는 제주국제감귤박람회의 10일 동안 학과별로 각 작품을 전시하고,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현장에서의 실무 경험을 습득했다.

특히 지난해 ‘제주’라는 이름이 지어진 지 80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는 ‘제주정명 800주년 기념행사’에서 제주관광대학교의 캡스톤 디자인은 더욱 빛을 발했다. 이 행사에서는 각 학과의 학생들이 개별 학과 특성에 맞는 작품과 시연을 준비한 뒤, 하나의 행사로 융합‧완성시키는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

먼저 디자인경영과에서 제주정명 800주년 기념 엠블럼을 기획하면, 멀티미디어게임과에서는 ‘설문대 할망’이라는 제주도가 만들어진 설화를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관광경영학과가 제주의 역사화 신화를 찾아가는 관광코스를 구성하면, 관광계열 언어전공학과에서는 여행코스를 바탕으로 번역본을 제작했다.

행사장 내에서는 관광호텔조리계열이 손님에게 대접할 코스 요리를 조리하고, 그것을 호텔경영과가 테이블에 세팅, 항공서비스과 학생들의 손님 안내, 관광레저스포츠계열 경호전공의 의전 및 경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각 학과 학생들의 전공 연계가 돋보인 융합 시연회였다.

이처럼 제주관광대학교는 해마다 주제를 달리하는 융합 시연회 기획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적 아이디어 도출과 현장 실무 경험을 학과별 특성에 맞게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데 힘쓰고 있다.

■문화에 대한 관심과 캡스톤 디자인의 만남, 한국영상대학교= 한국영상대학교는 방송영상특성화대학답게 영상을 중심으로 한 캡스톤 디자인 사례가 많다. 특히 최근 특허출원 등록에 성공한 ‘디자인 방명록’은 학생들의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과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이 결합해 탄생한 우수 사례다.

우리는 여행 중 문화 유적지 등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낙서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자신이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일부 관광객들의 욕구 때문에 벌어지는 광경인데, 한국영상대학교 학생들은 이러한 부분에 주목해, 문화재의 훼손을 막고 관광객들의 욕구 충족도 함께 채워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캡스톤 디자인 수업을 통해 실현했다.

학생들이 개발한 디지털 방명록은 말 그대로 관광지나 문화재에 관광객들이 자신이 남기고 싶은 문자나 사진을 관광지별 지정된 번호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면 설치된 디스플레이에 출력해주는 방식이다. 이 아이디어는 관광지 외에도 사람들에게 노출이 많은 야구장이나 공연장 등에서도 적용할 수 있어 앞으로 활용성이 기대된다. 데이터는 영구 보존이 가능하도록 설계됐고, 광고 유치도 가능하기 때문에 그 활용성이 매우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영상대학교는 구미시와의 계약을 성공시키기도 했으며, 2015년 캡스톤 디자인 경진대회에 작품을 선보인 이후 교수와 산업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특허까지 등록했다.

김차근 한국영상대학교 LINC+사업단장은 “캡스톤 디자인 교과목이라는 게 산업체에서 과제를 받아 팀 단위로 구성된 학생들이 그 과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있고, 학생들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다. 그 이후 사업화나 특허출원까지 성공한다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며 “디지털 방명록은 학생들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제출하고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평소 학생들의 문화재 훼손에 대한 관심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도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캡스톤 디자인 수업을 통해서 사업화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며 디지털 방명록의 우수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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