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협으로 일관하는 것이 종국에는 정도에 이르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 이같은 아이러니가 가능할까.

중앙대 이재윤 교수(61, 무역학)는 이러한 의문에 대해 비교적 설득력 있는 해답을 제시해 준다. 이 교수의 주변 사람들은 그를 비타협적 인물의 대명사로 인식한다. 그래서 그를 '고집스런 독불장군', 심한 경우는 '이해 못할 사람'으로 제쳐놓기도 한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에 대해 강하게 도리질을 친다.

"날더러 비타협적이라 말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난 협조적인 사람입니다.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대하고 항상 발전적으로 사고하려고 애쓰니까요"

이 교수는 현재 중앙대 교수협의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전국사립대학교수협의회연합회' 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이같은 직책을 +맡기까지 어느 정도 검증은 이뤄졌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자신을 사시로 봐서는 안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하지만 늘 협조적인 것은 아니예요. 불의를 보고는 절대 타협하지 않습니다"

해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교수는 불의에 대해서 만큼은 철저하게 비타협적이다. 따라서 불의의 영역에서 바라볼 때 이 교수는 '고집스런 독불장군'이자 '이해 못할 사람' , 또는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가 스스로 불의라 판단한 문제에 대해 얼마만큼 비타협적인가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일화가 있다.

지난 91년 9월 26일 저녁. 이 교수는 학교는 학교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당초 재정조달 방안의 일환으로 기여입학제 도입을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총리의 발언이 보도됐다.

"그때 난 다짐했습니다. 교육의 정의를 위해 이젠 몸으로 나서야겠다고"

이 교수는 기여입학제가 명문 사립대의 재정확충에만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며 즉각적인 반대논리를 전개했다.

그의 반대논리는 "대부분의 사립대는 이 제도에 따른 실익을 전혀 보지 못한다", "또한 기여입학제는 사립대 재정난 해결의 근본적인 치유방안이 +될 수 없다", "결국 대학입시가 '돈 놓고 돈 먹기' 꼴이 될 것이며 이에 따른 사회적 위화감이 조성될 것이다" 등으로 요약된다.

이같은 반대논리는 당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각 언론매체에서는 그의 반대주장을 앞다퉈 보도했다. 모 방송사의 경우 기여입학제 찬반토론 프로그램 녹화 일정을 이 교수의 스케줄에 맞춰 +조정할 정도로 비중 있게 다뤘다.

또한 그는 기여입학제 저지를 위해 일부터 93부터 2년간 총 1만4천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에 탄원하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기여입학제는 L40 아직까지 실시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밖에도 그는 사학비리의 근원으로 지목되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한 +갖가지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을해 6월에는 교육관련 시민단체를 총망라한 '전국사학비리 근절 공동추진위'의 대표를 맡아 사학비리 척결을 위한 다양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교육의 정의와 공정성, 그리고 투명성 보장을 위해 앞으로도 '힘찬 노력활동'을 적극 벌여나갈 것입니다"

노구에 투쟁의 각오가 대단하다. 그러나 이 교수는 투쟁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노력활동'이란 말을 즐겨 쓴다.

또한 그는 제자들에 대한 애정이 매우 각별하다. 이는 그를 사뭇 다른 모습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그는 항상 학생회관 1층에 있는 학생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어지간해서는 교수식당에 가지 않는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경영학과 학생들과 함께 충주 중원군에 2박3일간 농촌 활동을 다녀왔다. +91년 여름 처음으로 농촌활동에 참가하기 시작, 올해로 8년차 경력이다.

"그냥 젊게 살고 싶은 것뿐입니다. 또 학생들을 좋아하니 그들과 함께 하고 싶은 거구요"

이 교수는 어쩌면 스스로 자평하듯 온건하고 합리적인 사람일지도 모른다.그가 비타협의 대명사로 불린 것은 그만큼 우리의 대학가, 특히 사학에 +비정상적 이고 불구한 측면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비리로 얼룩진 우리 대학가에 소금과도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에 대한 개인지배 체제를 온존시킨 채로 21세기를 맞이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입니다. 그래서 나는 사학을 지키기 위한 '지킴이'가 될 작정입니다. 그럴라치면 아무래도 사는 게 좀 피곤할 테지요"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