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렬 공주대 교수(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 이사)

사립대학 입학금 폐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난 10월 20일 교육부와 사립대학입학금제도개선협의회 간의 입학금 폐지에 관한 협상이 결렬되면서 학생, 학부모, 시민단체와 교육부는 사립대학의 입학금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사립대학은 입학금 폐지에 따른 재정 보전을 하지 않으면 대학재정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협상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교육부를 탓하고 있다.

입학금은 입학에 소요되는 경비이다. 입학에 소요되는 경비는 입학 행사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비, 새롭게 대학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각종 검사비 등이라 할 수 있다. 교육부의 분석에 의하면 이런 비용은 입학금 전체의 14.6%에 불과하고 나머지 85.4%는 입학과 관련이 적은 비용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학생과 학부모의 대학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고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해 입학금 폐지를 선거공약으로 제시했다.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국정100대 과제 안에 ‘대학 입학금 단계적 폐지’를 포함해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국립대학은 지난 8월 17일에 2019학년도부터 등록금을 전면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1차로 국립대학의 입학금 폐지가 결정되면서 9월 1일부터 사립대학 등록금을 폐지하기 위해 사립대학 기획처장들로 ‘사립대학입학급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해 교육부와 입학금 폐지에 관해 협의를 했는데 지난 10월 20일 협의에서는 서로의 주장이 달라 협상이 결렬됐다. 교육부는 입학금 폐지에 따른 재정지원으로 일반재정지원과 국가장학금Ⅱ유형의 국가지원금을 확대하겠다고 했고, 사립대학은 등록금 1.5% 인상이나 국가장학금Ⅱ유형의 학교부담금을 축소해 사립대학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했는데, 교육부에서는 등록금 인상과 국가장학금Ⅱ유형의 학교부담금 축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 협상이 결렬됐다. 협상 결렬의 주요인은 재정의 안정적 확보다. 정부의 일반재정지원은 한시적이며 경쟁적 사업이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확보할 재원이 아니다. 사립대학이 원하는 국가장학금Ⅱ유형의 학교부담금 축소도 학교에서 등록금으로 확보해야 할 지속적인 비용이기 때문에 이를 축소할 경우 대학의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이의 축소를 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 수준을 보면 미국 다음으로 높다. 등록금 부담이 높기 때문에 이를 마련하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할 방향은 분명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예산을 깎아 대학을 어렵게 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은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 입학전형료 인하 등 각종 재원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값등록금 정책이 추진된 2011년 이래 대학의 재정 감소는 2조원 가까이 된다. 등록금과 학생 수 감소로 1조2000억원이 줄었고, 국가장학금을 확보하기 위해 9000억원을 지출했다. 대학의 수입원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더 많은 지출을 요구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첨단 연구시설, 실험장비 등이 필요하고, 다양한 교육과정 연구 등이 추진돼야 한다. 경쟁의 범위가 세계화됨에 따라 이에 대비하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사회적 요구들이 모두 비용을 수반한다. 적절히 비용이 지원되지 않고는 미래에 대한 대비도 경쟁력도 잃게 될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 주려는 노력과 함께 대학이 미래 사회에 대비해 유능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는 대학의 안정적 재정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국가와 대학이 함께 살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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