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원 중앙대 교수(심리학)

▲ 허지원 중앙대 교수.(사진= 이지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시중에 나와 있는 상업적 목적의 심리상담 애플리케이션은 심리학 서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전문성이 떨어지는 앱이 난무하는데서 문제의식을 느꼈죠. 심리상담소에서 하듯 전문적이고 윤리적인 측면의, 가능하면 비용을 받지 않는 앱을 만들고 싶었어요.”

‘마성의 토닥토닥’이란 이름의 심리치료 애플리케이션이 지난달 18일 출시됐다. 여느 심리치료용 앱이 그렇듯 재미삼아 한 번씩 해보는 심리테스트 정도라 여겼다. 그러나 입증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심리학자들이 직접 개발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기존 앱과 차별화된다. 실제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성인 17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불안과 우울증 등에 대한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의 공동 연구자 허지원 중앙대 교수를 만났다.

처음 앱을 접하는 사람은 다소 복잡한 과정에 어리둥절할지 모른다. 이에 허지원 교수는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심리 상담은 그 자체가 매우 어려워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얘기하고 듣는 게 아니라 인지적인 부하가 많이 걸리는 작업이거든요. 상담자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내담자는 어떤 기간의 경험을 계속해서 조직화해야 하는 과정이에요. 이보다 쉬워지면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요. SNS에서 잡담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죠. 어렵다는 걸 알지만 심리치료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과정이에요.”

그런데 왜 애플리케이션일까. 우리는 우울증의 이유를 사람들과의 관계 부재라고 여긴다. 이 때문에 사람이 상담을 해주는 면대 면 치료가 더 효과적이라 생각하기 쉽다. 심리학자인 허 교수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굳이 애플리케이션의 형태로 심리치료 시스템을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병원을 찾지 않는 가장 큰 이유를 사회적 낙인효과 때문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1위는 비용이에요.” 심리치료 비용은 보통 1회 상담에 8~12만 원 선이다. 누구나 선뜻 가기 어려울 정도의 비용이다. 그가 이 앱을 개발한 이유 중 하나는 접근이 어려운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을 위해서다.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경우 정신질환의 발병률이나 증상의 심각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일종의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주는 연구방식을 택한 셈이다.

허지원 교수는 대한뇌기능매핑학회 ‘젊은 연구자상’을 수상한 이력도 있다. 연구 주제는 ‘조현형 성격장애’다. 흔히 알려진 조현병이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최근 많은 미디어에서 조현병 환자와 관련한 이슈들이 쏟아지면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에 대한 편견도 더 높아졌다.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심리학자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조현형 성격장애자들은 염력이나 텔레파시가 있다고 믿어요. 그렇다고 그들이 조현병으로 발현되는 비율은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어릴 때 집단 따돌림을 당하기 쉽죠. 사회적 결핍이 일어날 때 조현병으로 이동하게 되는 거예요. 가족의 지지와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만 잘 되면 조금 독특한 취미를 가진 정상적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어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 외에도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정신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 입시와 취업에 시달리고, 경제적 문제를 걱정한다. 개인화·현대화는 정말 인간을 피폐하게 만든 걸까.

“단순히 개인화나 현대화 때문에 고독해져서 정신질환으로 이어진다고 말하기는 힘들어요. 다만 대가족이나 마을 공동체를 구성하던 과거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 그 사람을 도와주는 지지체계가 상당했죠. 최근에는 불안이나 경제적 고통을 혼자 감당하게 되면서 정신건강이 악화되는 측면이 있어요. 자살 충동이 높아지는 경우도 그렇고요.”

허 교수가 더 주목하고 있는 것은 SNS의 발달로 인한 ‘우울의 전염’이다. 현재 연구 중인 자해연구가 바로 그것이다. “SNS에 접속해서 자해를 검색하면 실시간으로 자해를 하는 영상들이 올라옵니다. 이게 아주 전염성이 강한데, 우울과 불안을 동반한 자해 활동이 전염되고 매우 빠르게 퍼져 나가죠.” 우울의 전염을 막을 수 있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바로 허지원 교수의 연구 과제다.

이처럼 매일 소위 ‘멘탈 붕괴’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허 교수는 “자존감의 허상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변덕스러운 자존감을 가지세요. 어떤 때는 비참해 보이고, 어떤 때는 내가 제법 괜찮아 보일 때가 있는 거죠. 비참할 때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운을 내는 거예요. 탄성력을 가지고 위로 올라오기만 하면 됩니다. 자존감의 테두리에 얽매여서 스스로를 너무 낮추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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