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정책학·냄새환경학·인터아시아문화연구학

“사회변화 가속…신생학문 탄생 추세 더욱 거세질 전망“

[한국대학신문 이지희·장진희·주현지 기자] 세계적으로 사회 양극화와 세계화, 4차 산업혁명 시대 등 변화의 파고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런 동향 속에서 국내 학문의 갈래도 점차 세분화되고 있는 추세다. 대학정책학은 고등교육 정책 연구가 부재한 국내 환경에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등장했다.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인 ‘환경권’ 개선을 위해 탄생한 냄새환경학도 있다. 인터아시아문화연구학은 서구중심주의적 관점으로 역사를 기록하는 주류 연구에서 탈피해 아시아의 관점으로 아시아를 바라보고자 한다. 앞으로도 이런 ‘신생학문 탄생’ 추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조흥식 대학정책학회 학회장(서울대 교수) (사진= 주현지 기자)

■ 고등교육의 정책을 연구한다…‘대학정책학’ = 고등교육은 학문을 통한 성찰과 비판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고급 지식’과 ‘지성’이라는 개념이 포함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고등교육만의 개혁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고등교육 정책은 외국보다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이 열악한 상황은 대학정책학이 등장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대학정책학은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 전반에 대응하기 위해 탄생했다. △정부 대학정책의 검토·비판을 통한 정책 제안 △대학혁신을 도모하는 경험적 연구 △국제적 대학정책 추세 연구 △대학 내 모든 전공분야 학문정책 방안 △국립대학법·사립대학법 제정을 위한 기초연구 우선 추진 등 각종 고등교육정책의 쟁점과 해결 방법에 대한 모색이 주로 이뤄진다.

교육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는 고등교육정책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이것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고등교육정책에 대한 연구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있다고 봤다. 고등교육의 활성화 정도와 국가의 발전이 비례한다는 점에서 대학정책학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고등교육 정책 연구가 국내에서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전국 국공립대와 사립대 교수들이 힘을 합쳤다. 지난해 국내 최대 국공립대 교수단체인 전국국공립대학교교수연합회와 사립대 교수단체인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가 협력해 대학정책학회를 설립하면서 대학정책학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조흥식 서울대 교수(대학정책학회장)는 “교수, 학생, 교직원 등 대학 구성원들은 지금까지 정부의 대학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배척돼 있었다”며 “대학정책학의 탄생은 더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생성된 대학정책으로 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할 대학정책 개발 시스템을 구축을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대학정책학 연구를 통해 법 체계를 확립해나가는 과정도 막중한 과제이다. 조 교수는 “대학정책학 연구물들을 기반으로 학계와 정부부처 관계자들 간 공론의 장을 만들고, 더 이상 대학 자율성이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권우택 한국냄새환경학회 학회장(을지대 교수) (사진= 장진희 기자)

■ 산업단지·축산농가에서 비롯된 악취 해결에 앞장서는 ‘냄새환경학’= 기본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시민들의 환경권 보장을 위해 연구하는 학문이 있다. 바로 ‘냄새환경학’이다. 냄새환경학은 산업공단 및 축산농가에서 발생하는 악취의 원인을 규명해 이를 미리 방지하고 대처하기 위해 등장했다.

권우택 한국냄새환경학회장(을지대 교수)은 냄새환경학 연구자들이 악취로 인한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깨끗한 공기를 마시면서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은 것은 인간 본연의 욕망이다. 악취로 인한 사업장과 주민 간의 갈등 사례는 이미 사회 문제가 됐다. 현재 다수의 냄새환경학 연구자들이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 걷고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악취는 단순히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호흡기, 소화기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악취가 정신적 불안감, 수면장애, 구토, 복통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게다가 악취를 유발하는 화학 물질 중에는 인체에 유해한 발암물질이 있는 경우도 더러 있어서 문제다.

악취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가 2005년에 ‘악취방지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악취와 관련된 민원은 되레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때문에 냄새환경학 연구자들과 정부가 공동 과제를 통해 생활환경 선진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악취 물질 배출 관리를 기업이나 개인에게 맡기지 않고, 정부나 지자체와 공동으로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권 교수는 “최근 냄새환경학회의 연구 동향은 ‘주관적인 냄새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객관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냄새를 ‘악취’로 구분하느냐에 따라 이에 대한 대처 방안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단순히 악취 개선 분야뿐 아니라 ’향‘에 대한 연구도 지속될 전망이다.

냄새환경학은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밖에 없는 분과학문 중 하나다. 권 교수는 “한국은 국토 면적에 비해 많은 사람이 모여 살기 때문에 악취 문제는 지속적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며 “또 악취 개선 분야 연구는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이웃 국가의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어 앞으로도 주목받는 학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

■ ‘인터아시아문화연구학‘, 상호교류를 통한 아시아 문화를 연구하다 = “많은 학문이 서구적 사고에 한정돼 이뤄졌으며 각국의 상황과 역사성을 간과했다.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을 경계하면서 아시아 문화의 가치를 재조명해야 한다.”

인터아시아문화연구학은 서구 국가들이 중심이 된 세계화 물결 속에서 아시아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탄생했다. 2000년도에 아시아적 정체성 연구와 이를 함양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인터아시아문화 연구가 본격화됐다. 이는 북미 유럽에서 바라본 지역 개념으로서의 아시아가 아닌 아시아 자체를 탐색하는 것을 말한다.

이 학문의 주된 연구 목적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다원적이고 평등한 세계의 관계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 중심의 연구가 아시아 근본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인터아시아문화연구학의 핵심은 ‘이중적 주변화’다. 이는 하나의 역사적‧사회적 현상을 발생 국가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차원적으로 아시아인들의 입장에서, 상호관계성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아시아문화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장)는  “아시아는 서로 복잡한 상호 의존 체계 속에 있기 때문에 아시아를 연구할 때는 ‘우리가 세계다’라는 오리엔탈리즘적인 인식을 배제해야 한다”며 “아시아 국가 간 상호 의존성을 파악해 분석하고 서로의 역사적‧사회적 궤적을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 세계 문화가 중첩된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의 문화를 수출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가 ‘어떤 관계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백 소장은 “인터아시아문화연구학이 생겨난 지 오래되지 않은 만큼 이론이 조금 더 확고해질 필요가 있다”며 “학문적인 패러다임을 강화하고 실제 학술 연구에 이론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더 노력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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