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우리의 미래세대를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은 지금 전쟁 중이다. 신입생 선발 수시전형이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에 각 대학은 더 나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입학사

정관전형에 이은 학생부종합전형이 우리나라 대입전형의 주류가 되면서 대학들은 국가로부터 학생선발권을 넘겨받은 대신 국가가 줄 세워준 성적순으로 손쉽게 선발하던 편의성을 상당 부분 포기한 상황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면서 4차 산업혁명 이후에 대비한 새로운 인재상을 제안하고 있다. 초연결성과 창의융합으로 상징되는 미래사회에서는 혼자만의 힘으로 열심히 일하고 먹고살던 과거 굴뚝산업시대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이제는 다양한 능력과 재능을 가진 개인들이 서로 협력을 통한 팀워크를 근간으로 한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가 각광받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남다른 능력이나 재능을 갖추고 있는가보다는 참여할 조직이나 팀 속에서 그로 인해 어떤 시너지 효과를 함께 끌어 낼 수 있도록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일 수 있는가를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인재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그 사람이 이미 갖추고 있는 능력보다는 그 능력이 담겨 있는 그릇에 더 주목하는 것이라고 봐도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니다. 여기서는 그 그릇을 인성이라고 규정해 보자.

인성이 중요시되는 이유는 이렇게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가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운전기사의 운전 습관이나 목적에 따라서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마치 테러의 도구로 악용될 수도 있다. 자신이 가진 탁월한 지식이나 기술 또는 아이디어도 잘못 사용하거나 그릇되게 악용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이 순간에도 한때 뛰어난 인재라며 세간의 이목을 받았던 사람이 타락하고 몰락하고 또한 사라져 가는 것을 보고 있다. 결국은 인성이 우수한 인재의 중요한 덕목중 하나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여기서 대학의 고민은 커진다. 취업이 강조되고 취업률을 대학 선택의 중요한 척도로 여기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대학들은 그런 인성을 갖춘 인재를 어떻게 골라내 선발할 것인가 하는 현실적 과제와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대학에서 생각하는 인재와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 사이에는 간극이 생각보다 크다는 데 있다. 우리 대학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를 이야기하면서도 선발에서 인성의 잣대보다는 그가 갖추고 있는 지식의 양과 질을 측정하는 척도를 들이대는 것 같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이제는 인성이 성적과 비례한다는 그릇된 믿음을 버리고 인성을 실력으로 인정하도록 하자. 특히 인성은 지식이나 생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자.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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