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입학금을 어떻게 폐지할 것인지 논의가 2일 다시 시작됐다. 재개된 논의 자리에는 새롭게 대학생 대표단이 합류했다. 대학측은 2개월간 기획처장 협의체와 총장 협의체 중 어느 쪽에 대표성이 있는지 갈팡질팡하더니 결국 사총협에서 추천한 2인의 기획처장이 참석했다.

사립대가 입학금 폐지와 관련해 딜레마에 놓여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정부가 사실상 묵인해왔던 입학금을 전면 폐지하면 학부모와 학생들이 납부해온 4000억원가량의 교육재정이 공중으로 휘발하게 된다. 단계별 폐지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결국 학생들에게 투입돼야 할 교육비가 줄어들게 된다.

이에 대한 재정보전을 요구하는 것은 대학이 잇속을 차리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기여를 강화하라는 요구와 가깝다. 더구나 교육비로 지출된 입학금을 줄이라는 요구를 한 것은 정부이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보전을 약속하며 설득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국립대가 입학금 전면폐지에 나선 것은 문재인정부가 그만큼 큰 폭의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결국 선악(善惡)의 문제가 아니라 역할을 분담하는 조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하던 교육재정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가 논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학금을 거둔 데 대한 책임은 모두 사립대에 묻고 있다. 사립대는 등록금을 10년간 동결·인하해 왔고, 적립금은 사립대 20%가 전체 누적적립금 73%를 차지하는 게 현실이다. 파렴치한으로 몰린 뒤에도 정부 뜻에 따라 입학금을 폐지하겠다고 다시 나왔다. 어차피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고등교육을 100%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육 수요자들이 교육기관을 믿지 못하도록 해서 얻는 것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이래서야 격변의 시기에 고등교육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겠는가. 정부는 본질을 호도하지 말고 책임 있게 논의에 임하라.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