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체 논의대로 입학금 제도 결정, 교육부 “협의체 성격 염려 마라”

학생들은 “즉각 폐지하고 재정 이슈와 연계 말라” 대학은 “재정 고려 안할 수 없어”

▲ 입학금 협의체 첫 회의 현장(사진 = 구무서 기자)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입학금 폐지를 두고 교육부·대학·학생 등이 논의하는 ‘입학금 제도 개선 협의체’가 2일 첫 회의에 들어갔다. 이날 회의에서는 첫 회의인 만큼 서로의 의견을 피력하며 견해차를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번 협의체는 보다 충분한 의견 교환과 함께 교육 주체 중 하나인 학생이 참여해 입학금 폐지에 대해 포괄적 협의를 나누기 위해 구성됐다. 그동안 사립대 입학금 폐지와 관련, 교육부와 사립대총장협의회(사총협), 기획처장협의회 등 대학은 수차례 논의를 진행했으나 도출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 교육부에서는 박성수 학술장학지원관과 신미경 대학장학과장, 사총협에서는 박재민 건국대 기획처장과 이국헌 삼육대 기획처장, 학생대표로는 이승준 고려대 학생회장, 이경은 한양대 학생회장, 장상희 홍익대 학생회장이 참석했다.

각 주체가 대표성을 가진 만큼 협의체에서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입학금 정책이 결정될 예정이다. 교육부 대표로 참석한 박성수 학술장학지원관도 “공식적 제도 개선은 협의체에서 논의한 데로 정해질 것”이라며 “협의체 성격과 관련해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공개로 진행된 모두발언에서 교육부는 사총협 대표단의 권한 범위에 관해 물었다. 박성수 학술장학지원관은 “저는 부총리의 권한을 받아서 왔고 제가 말씀드리고 협의하는 건 교육부의 공식 입장인데 사총협에서 오신 분들의 결정 권한에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확실하게 정리를 해주셔야 정부도 학생도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국헌 처장은 “사립대 전체를 어떻게 대표할지에 대해서는 모호하지만, 대의제 시스템 아래에서 협의회라는 게 일정 부분 대표성을 갖고 있다”며 “교육부가 실무적 협의를 위해 대표를 선정해 달라고 했고 사총협에서 우리를 대표로 선임해주셨다. 큰 틀에서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대표성은 그 정도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입학금 폐지가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경은 학생회장은 “입학금 폐지에 대한 손실액을 등록금 인상액으로 메우겠다는 사립대의 주장에 학생들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재정적 고통 분담을 얘기하는데 사립대 등록금 의존율이 60%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만 책임이 전가되는 건 아닌지, 대학 본부와 재단, 교육부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재민 기획처장은 “등록금 인상은 여러 가지 고민 끝에 내부적으로 고민하던 내용 중 하나였고 별도의 요구처럼 우리가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어서 박재민 처장은 “사회적 합의라는 용어를 써줘서 감사하다. 학생회장들도 이 회의가 끝나면 여러 총학생회장에게 전달하고 다시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칠 텐데 우리도 그런 역할을 위해 나왔고 최선을 다하겠다. 무엇보다 열린 자리를 마련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교육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는 각자의 요구사항과 주장 등을 파악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교육부에서는 입학 실소요비용 20%를 제외한 나머지를 5~7년 내 감축할 것과 이를 이행할 경우 국가장학금Ⅱ유형 및 일반재정지원사업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사총협에서는 국민 정서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입학금 폐지 논의 자체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했으나 입학금 실소요비용의 산정범위, 교육부의 일반재정지원사업의 구체화 등에 대해 문의했으며 향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주장을 밝혔다.

이번에 새로 참여한 학생 대표단은 단계적 폐지가 아닌 즉각 폐지를 주장했으며 학생들이 요청하는 정부와 사립대학의 자료 사전 제시가 필요함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 과정에서 학생 대표단은 입학금 폐지를 재정지원과 연계하지 말고 입학금 이슈로만 끌고 가자고 한 반면, 사총협 대표단은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입학금 협의체는 향후 7~10일 내 2차 회의를 열고 △입학금 실소요비용의 구체적 비율 △구체적 폐지 계획 △재정지원 구체화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입학금 논의는 사총협 측이 오는 12월 1일 예정된 사총협 총회에서 입학금 폐지 관련 정책에 대해 사총협 의견을 추인받기로 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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