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교수학습센터장

가을날 볼 만한 교육 영화로는 ‘굿 윌 헌팅’이 있다. 미국 보스턴의 가을 정취가 물씬 담긴 이 영화는 로빈 윌리엄스(숀 역)와 맷 데이먼(윌 헌팅 역) 그리고 벤 애플렉(처키 역)이 출연한 작품이다. 1997년 제작된 이 영화는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해 9개 부문 후보에 지명된 것은 물론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놀랄만한 점은 극 중 친구 사이로 나오는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은 실제 어린 시절부터 죽마고우로 영화의 각본을 직접 썼다는 사실이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MIT, 하버드 등 미국 명문 대학이 즐비한 보스턴에 막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싸움과 문제를 일삼는 스무 살의 윌. 그는 타고난 수학 천재로 엄청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받은 학대로 인해 몇 명 친구들과만 어울릴 뿐 사회와 단절하듯 살아간다. 어느 날 MIT 대학에서 청소부로 일하다 우연히 복도 칠판에 적힌 수학 문제를 풀게 되고, 이 일로 저명한 수학자인 램보 교수의 눈에 띄게 된다. 윌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 램보 교수는 윌이 자신의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후원을 자처한다. 하지만 윌은 여전히 냉소적으로 반응하면서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고, 램보 교수는 윌의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상담자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지만 이들 모두 윌과의 상담을 거절한다. 램보 교수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친구이자 조금은 소원한 사이였던 전문대학(Community College)의 심리학과 교수인 숀에게 윌의 상담을 부탁하게 된다.

숀과의 상담에서도 윌은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한다. 그렇게 상담이 진행되어 가던 중 윌은 숀 역시 아내를 잃은 상실의 아픔이 있음을 알게 된다. 만남이 거듭되면서 윌은 숀의 진정성 있는 태도와 공감적 이해에 끌려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은 ‘일자리의 미래’란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 이 보고서에는 2020년 미래 인재에게 요구되는 10대 역량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이 역량 중에서 6위로 꼽힌 감성 능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감성 능력은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다품종, 소량 생산이 늘어나는 미래 사회에서 감성 능력이 뛰어난 인재는 소비자의 다양화 된 욕구와 패턴을 인지하고 이에 신속히 반응해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재빨리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또한, 가상현실이 보편화될지라도 인간은 여전히 현실에서는 집단과 조직 속에서 타인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

‘굿 윌 헌팅’은 천재적 재능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감성 능력이 부족하면 사회에 부적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처음에는 냉소적으로 상담에 임했던 윌이 마음을 열게 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숀이 티칭이 아닌 코칭을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숀은 공감적 이해를 바탕으로 솔직함(Genuineness)으로 윌을 대했고, 이전 상담가들과는 다르게 가르치려 하지 않고 도와주려 했다. 숀의 감성 능력이 뛰어났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스탠퍼드대학교 교육대학원 부학장인 폴 킴은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란 저서에서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코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영어 실력이 부족한 시기에 음악을 듣고 5페이지의 에세이를 쓰는 과제가 있었는데, 영어 실력이 부족하니 자신의 감성을 표현하기가 참 어려웠다고 한다. 그 사정을 알고 교수는 한글로 5페이지를 써오라고 한 뒤 따로 시간을 할애해 폴 킴에게 사전을 활용해서 한 문장씩 천천히 설명해 보라고 했다. 이러한 교수의 코칭을 통해 폴 킴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고, 그 뒤 학업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2016년 기준으로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10대와 20대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또다시 1위를 기록했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오늘날, 대학교육의 혁신은 학생과 교수 모두를 위한 감성 계발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특히 대학은 교수의 감성 지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쫓기듯 살아가는 교수들이 우리나라에는 너무 많다. 우선 교수들이 마음에 여유를 갖고 학습자 개개인에게 코칭 할 수 있는 수용적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수업이 바뀌고 학생이 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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