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받은 등록금은 모두 학생 교육 위해 투자해야

▲ 이권현 유한대학교 총장(사진=한명섭 기자)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 양성해내는 게 대학의 책무
‘소통’ 강조…구성원들의 만족도 높일 수 있는 방법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학생이 주인인 대학을 만들어놓은 총장. 딱 그렇게만 기억됐으면 좋겠다. 다른 건 없다.”

이권현 유한대학교 총장은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그에게서는 어떠한 ‘사심’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유일한 박사를 너무나도 존경하는 나머지 그가 설립한 유한대학교 총장으로 오고 싶었고 그가 살아왔던 삶에 누가 되지 않도록 총장직을 수행하겠다는 그의 고백이 이를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이 총장은 “이 학교는 재단의 학교도, 교수를 위한 학교도 아니다. 학생이 없다면 재단 이사와 교수가 무슨 의미가 있나. 학생이 없다면 우리가 여기 존재하겠나. 결국, 주인은 학생”이라면서 “학생들에게도 늘 ‘나는 너희들이 등록금을 내준 것으로 월급을 받는 월급쟁이에 불과하며, 주인은 너희들’이라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해에 학생들에게 받은 등록금은 다 학생들 교육을 위해서 투자해야 한다. 적어도 우리 유한대학교는 그런 대학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각에서는 총장도, 교수도, 직원도 학생들의 종이라는 얘기가 너무 파격적이란다. 시대가 파격적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우리도 그런 사고로 살아가야 한다. 고루한 생각은 벗어던지자”고 덧붙였다.

- 2011년 8월에 총장으로 취임한 뒤 연임에 성공, 지금까지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간의 소회를 간단히 말해 달라.
“어렸을 때부터 유일한 박사를 상당히 존경했고 인생의 롤 모델로 삼았다. 유한대학교 총장에 지원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유한대학교 총장으로서 늘 생각하는 것은 유일한 정신과 철학을 기본 바탕으로 맡은 바 직무에 임하자는 것이다. 즉 유일한 박사가 세워놓은 대학에 그분의 정신이 스며들 수 있도록, 유일한 박사의 생존 삶의 모습에 누가 되지 않도록 살아가겠다는 대학경영 철학을 갖고 일을 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유한대학교가 유한공전이던 시절에는 상당히 잘 알려진 대학이었다. 그런 과거의 영광을 되살려 주고 싶었다. 그래서 근무하는 교직원이나 재학생, 또는 졸업한 동문에게 과거의 영광을 되짚어주고 프라이드를 심어주겠다는 신념으로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 직업교육의 대가이자 현장실무교육의 전문가다. 독일에서 유학하면서 직업교육에 대해 눈떴으며 많은 직업교육기관도 이끈 경험이 있다.
“독일 유학 시절 느꼈던 것은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갖는 게 궁극적인 최종 목표라는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교단에 섰을 때 대학이나 학생들은 순수한 학문을 전공하는 대학생으로서의 면모만을 상당히 강조했다. 학습 방법도 그저 기사 자격증을 따기 위한 시험 정도에 상당히 매달려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선진국들은 어떤 교육을 할까 궁금했다. 교수 생활을 하는 17년 동안 방학 때마다 시간을 내서 32개국을 돌아다니면서 직업교육에 대해 연구를 했다. 일반대학에 몸담고 있을 시절이다. 공과대학만큼은 캠퍼스를 공단 안에 마련하면 어떻겠냐고 건의했다. 그랬더니 이렇게 아름다운 캠퍼스를 왜 져버리고 공기도 좋지 않은 공단으로 들어가려고 하느냐고 되묻더라. 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학습이 돼야 하고 그런 교육이 곧 실무중심교육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폴리텍대학에서도 7년간 근무했다. FL 시스템이라고 팩토리 러닝 시스템을 도입해서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했다. 폴리텍대학도 실무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내야 하는데 현장을 모르는 교육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년 3학기제였는데 한 학기는 의무적으로 현장실습 학기로 운영했다. 보통 학기 내에서도 1학년부터 의무적으로 프로젝트 실습을 하게끔 했다. 어떻게 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교육체제를 조금 일찍 구현시켰지 않나 한다.”

- 현재 ‘스마트팩토리’에 역점을 두고 운영 중이다.

“총장으로 있지만 현장을 자주 찾는다. ‘스마트팩토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2~3년 사이에 산업 현장이 많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컨베이너 벨트 양옆으로 기능직 인력들이 앉아있었다. 부품을 삽입하거나 완제품이 나오게 되면 맨 마지막으로 검사하는 작업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업무들이 전부 로봇 등 자동화 시스템으로 바뀌어 있더라. 옛날처럼 사람이 현장에 많이 나와 있는 게 아니라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사무실에 앉아 전부 조종하고 있는 거다. 이게 바로 스마트팩토리다. 기업이 앞서가는 만큼 대학 교육도 그에 발맞춰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대학을 경영하는 총장으로서의 책무라고 봤다. 미래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생산기관 공장들의 모습인 스마트팩토리의 시스템을 갖춰놓고 우리만큼이라도 먼저 그런 교육을 해보면 어떨까 해서 시작하게 됐다. 결국, 정부재정지원사업 가운데 유니테크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 선정된 이후 그 일환으로 현재 스마트팩토리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교 3년 과정과 대학 2년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중간 엔지니어를 양성해내겠다는 목표에 따라 고등학교 3년 동안 기초학문을, 대학 2년 동안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짜고 운영할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있다.”

- ‘지역공유 취·창업지원처’가 눈에 띈다.
“지역에 있는 대학이 지역민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못 받는다면 서글픈 일 아니겠나. 멀리 보지 말고 일단 우리 지역민과 함께 공유해나가자는 의미로 ‘지역공유 취·창업지원처’를 만들었다. 이 부처에서는 지역민들뿐만 아니라 지역에 있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도 제공해주고 재직자들의 직무능력 향상교육, 실업자들의 재교육을 통한 재취업 등도 담당할 수 있겠다. 또한, 우리 지역에는 다문화 가정들이 많다. 그들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교육을 통해 취업도 알선해주는 등의 역할이 결국 지역공유 취·창업처의 역할이다. 앞으로도 대학이 살아남기가 더욱 어려운데 그럴때 일수록 지역공유를 탄탄하게 갖춰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 경인지역 2개 대학과 상생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재 진행 사항은 어떤가.
“부천대학교, 경인여자대학교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제는 자기 혼자만 살아갈 수 없는 시대다. 주변과 함께 공유해야 하고 연결돼야 한다. 이런 사회가 앞으로는 더 촘촘히 이뤄질 것이다. 미래사회에서는 대학들도 옛날처럼 서로 칸막이로 막아놔서는 안 된다. 우리 대학이 갖는 장점이 있듯이 두 대학에도 각각의 장점이 있을 것이다. 그런 장점들을 공유해가면서 미래에 필요한 인력 양성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통섭의 사회, 융합의 사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적게나마 인접해있는 세 개 대학끼리 교류하기로 했다.”

- 학령인구 감소가 굉장한 화두다. 지방 대학들에는 벌써 위기가 와 있고 수도권 대학에서도 점차 위기를 느끼기 시작한다고 한다.
“머지않아 수도권 대학, 또 우리대학에도 그런 위기는 온다고 본다. 우선 교무처에 있던 입시담당업무를 기획홍보처로 갖고 왔다. 앞으로의 입시는 입시 행정이 아니라 입시 홍보라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행정 위주의 입시정책을 폈다면 이제는 홍보 위주의 입시정책으로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지역과 함께하는 대학으로 발전하려 한다. 노령사회로 가면서 학령인구가 아니더라도 배움에 열망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들을 우리 대학 안으로 끌어들여 다시 재교육하고 현장에 있는 재직자들의 향상 교육 등을 잘 시켜서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면 그만큼 경쟁력을 갖지 않겠나 한다. 특히 그들의 입소문을 통한 학교 홍보를 활용한 홍보 입시 전략을 세우고 있다.”

-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대학가의 초미의 관심사다.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구조개혁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대학구조개혁을 통해서 교육의 질적 향상도 가져왔다. 대학구조개혁이라는 절차를 통해 대학 나름대로 부실했던 부분들을 다시 보완해 대학교육의 질적 변화를 가져왔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학구조개혁을 재단하듯이 같은 선상에 두고 하는 부분은 지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은 대학 나름대로 특성화를 이뤄가야 한다. 그것을 통해서 그 지역에 맞는 적절한 인재 양성이 돼야 하는데 지방 대학과 수도권 대학을 같은 규정과 잣대로 평가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그런 면에서 좀 더 대학에 자율성을 주는 방향으로 개선이 돼야 하지 않겠나.”

- 구성원들과의 접촉이 참 많다. 학생들 시험 기간 때는 간식데이를 마련하고 신입생들에게는 직접 특강도 한다. 교수, 직원들과 간담회 자리도 갖는 거로 알고 있다.
“사실 초창기에는 총장 주도로 대학을 끌어갔지만 이제는 우리 구성원들이 스스로 대학을 만들어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려 한다. 교원, 직원, 조교에 이르기까지 정례 간담회를 실시하고 있다. 지금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세대에 맞춰 대학을 경영해야 하는 것도 총장 역할이다. 그들과의 세대 차이를 뛰어넘어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생들과의 소통은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이렇게 소통을 많이 하는 것은 낡은 사고를 거둬내고 신사고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무엇보다 대학경영은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히 그들의 생각은 무엇이며 그들을 만족시킬 방안에 대한 답이 나오기도 한다.”

▲ 이권현 총장(오른쪽)이 최용섭 본지 주간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이권현 총장은…
1950년생. 조선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과 독일 뒤스부르크대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대중전기(주) 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삼성전자부품(주) 기술연구소 연구부장, 독일 뒤스부르크대 객원교수, 독일 Aachem대 객원교수, 일본 무사시공대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1987년 동신대 전자공학과 교수로 부임했으며 학생처장, 교무처장, 중소기업기술개발종합지원센터소장, 공과대학장, 대학원장 겸 사회개발대학원장, 폴리텍대학장 등을 거쳤다.  2011년 유한대학교 총장에 취임했다.

<대담 = 최용섭 주간 / 사진 = 한명섭 사진부장  / 정리 = 천주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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