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通]대학 축제와 정체성
[대학通]대학 축제와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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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란 울산과학대학 학술정보운영팀장

축제는 그냥 놀이가 아니다. 원래 축제는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와 같이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종교적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서 모이는 행사였다. 지금의 축제는 공동체의 전통이나 특정한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로 5월과 10월 말까지 개최되는 대학 축제는 학생들이 대학의 전통을 체험하고 공부의 중압감에서 잠시 벗어나 대학문화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행사이며 볼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 장을 펼친다.

대학의 축제에서 볼거리는 학과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교보재나 포트폴리오 그리고 시연이다. 학생들이 교사가 돼 가르칠 교육계획안과 교보재를 만들어 둔 부스는 교보재 시장을 방불케 한다. 실습의 결정체들은 조금 더 다듬으면 특허를 내거나 시중에 판매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일 뿐만 아니라 대학의 정체성과 학과의 발전 면모를 엿보게 된다.

또 다른 볼거리는 유명한 가수의 초청공연이다. 축제 행사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므로 연예인 섭외와 무대를 꾸미는데 축제 총비용의 50% 이상을 지출한다고 한다. 학생이 주체가 돼 그들의 이야기로 무대를 채워야 할 공간이 유명 가수의 콘서트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물론, 유럽의 ‘께이마 다스 휘따스’ 축제처럼, 가수가 오더라도 축제 주제와 부합하는 노래를 부르면 상관없다. 그렇지 않다면 대중 가수에 의한 대중문화 축제로 변질될 수 있어 대학 축제 문화의 고유한 정체성이 훼손된다.

대학의 축제에서 즐길 거리는 학과나 동아리, 부속기관에서 마련한 체험 부스이다. 천연 화장품 만들기, 바리스타, 성격 치유, 가상현실 부스 등을 직접 체험하면 미래 직업에 대한 도전 의식이 생기게 될 것이다. 다만, 각 부스 행사도 좋지만 함께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단체 행사가 없어지는 추세라서 아쉽다. 과거 축제의 슬로건이었던 ‘대동제’의 전통을 보완해 보면 어떨까? 1970년대 전통 계승을 위한 씨름 및 줄다리기나 1980년대 정치적 풍자가 가미된 대동제 성격의 노래극이나 풍물놀이 등을 통해 민중의 소리를 축제로 대변해 오지 않았던가? 이 점이 지방자치단체가 개최하는 축제와 다른 차별성 중의 하나이다.

대학의 축제에서 먹을거리는 주점이다. 밤이면 밝혀지는 거대한 포장마차촌. 대학의 학과, 동아리, 학생모임 등이 대부분 주점을 운영하다 보니 경쟁이 치열하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이어 오면서 주점의 호객행위를 위한 선정적 옷차림과 행동, 문구의 강도가 세월 수에 배가되고 있다. 지금처럼 대중적 먹을거리 장으로 도배한다면 소속 대학의 학생마저도 외면할 것이며, 더 나아가 대학의 구성원과 지역의 주민까지 참여하지 않아 대학의 홍보 기회마저 놓치게 될 것이다.

대학 축제의 정체성은 축제의 일관된 방향성, 차별화된 프로그램, 축제의 지속 가능성 등을 담고, 대학생은 물론 지역주민까지 스스로 찾아와서 함께할 때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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