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좌담회 “전문대학 정체성 확보 우선…프로그램 기반으로 가는 것도 방법”

▲ 고등직업교육의 현안과 문재인정부의 고등직업교육 정책에 대한 평가 및 제언을 논의하기 위한 좌담회가 지난 1일 본사 회의실에서 개최됐다.(한명섭 기자)

신성호 아주자동차대학 총장 “교육 프레임 개혁 부탁…양적·질적 미스매치 해소 우선과제”
한재석 서정대학교 부총장 “전문대 육성방안 수립 과정 투명해야…사회 통합적 관점이 필수”
양한주 동양미래대학교 우대교수 “직업교육 마스터플랜 수립시 현실·문제점 분석, 의견수렴 필요”
윤여송 인덕대학교 교수 “구시대 울타리 벗어나…4차 산업혁명 미래형 직업교육 유연성 갖춰야”
이정표 한양여자대학교 교수 “스웨덴 고등직업교육청 사례…국가적 차원에서 살펴 역량 집중”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00여 일이 지났다. 문재인정부의 핵심은 단연 일자리 중심 정책이다. 이와 더불어 고등직업교육정책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및 100대 국정과제’가 발표된 지난 7월 이후 전문대학가에서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실패한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정부의 고등직업교육정책보다도 후퇴했다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고등직업교육정책의 방향성은 물론 구체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등직업교육의 발전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된다. 고등직업교육이 탄탄한 뒷받침을 해주지 않는다면 일자리 정책의 선순환 역시 불가능하다. 본지는 일자리 중심 정책의 기반으로 꼽히는 고등직업교육의 발전을 위해 문재인정부의 정책 점검 및 제언을 8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이전보다 후퇴한 문재인정부의 ‘고등직업교육’ 정책
② 4차 산업혁명 대응 위해 ‘수업연한 다양화’ 필요
③ ‘현장실습체제 강화’로 실무중심 직업교육 다져야
④ 날로 어려워지는 전문대학 ‘재정’…그 해법은?
⑤ ‘기울어진 운동장’ 정부재정지원 배분 방식 개선해야
⑥ 평생교육 ‘따로’ 직업교육 ‘따로’?…컨트롤타워 필요
⑦ 직업교육 활성화? 고등직업교육육성법 제정이 ‘답’
⑧ 전문가 간담회

[한국대학신문 천주연·김의진 기자] 본지는 수요판 창간을 시작으로 문재인정부 고등직업교육정책 제언 시리즈를 기획, 연재해왔다. 7회에 걸친 기획시리즈 연재를 마치면서 고등직업교육계의 전문가 5명과 함께 고등직업교육의 현안과 문재인정부의 고등직업교육 정책에 대한 평가 및 제언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회에 참여한 고등직업교육계 전문가 5인은 신성호 아주자동차대학 총장, 한재석 서정대학교 부총장, 양한주 동양미래대학교 명예교수, 윤여송 인덕대학교 교수, 이정표 교수다. 이들은 이날 좌담회에서 그동안 현장 일선에서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며 느꼈던 점들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냈다. 좌담회는 지난 1일 본지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사회는 본지 최용섭 주간.

사회: 현재 고등직업교육 정책의 현실과 문제점에 대해 짚어 달라.

▲ 양한주 동양미래대학 우대교수

양한주 동양미래대학교 우대교수(양한주): 제일 큰 문제점은 직업교육 경시 정책이다. 지금 문재인정부는 인구 절벽시대가 도래된 것에 대한 위기감을 갖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는 왜 인구절벽시대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나. 결혼 연령이 만혼으로 자꾸 넘어가면서 출산을 기피한다. 이것의 배경은 어디에 있나. 나름대로 데이터를 갖고 분석해보면 결국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조기에 직업을 갖지 못하다 보니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이는 출산율 감소로 이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학력·학벌 위주 사회로 인해 심화된 빈부격차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것은 다 옛말이 됐다. 모든 인생을 포기한 상태의 니트족이 증가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사회 안전망 구축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그 배경에는 학력·학벌 위주의 서열사회 구조가 있다. 학력이 높아야 좋은 위치를 점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초중등과정부터 입시 경쟁 위주의 교육만 필요로 하다보니 사교육 경쟁이 아주 심화된다. 이게 계속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직업교육을 경시하는 정책으로 인해 능력 중심사회보다는 학력·학벌중심사회로 고착화돼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윤여송 인덕대학교 교수(윤여송): 고등교육 정책과 직업교육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이 전문대학이 아닌가 한다. 현재 교육부는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의 교육영역 경계가 무너진 것에 대해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일반대학에서도 평생교육, 직업교육을 다 하고 있는데 전문대학은 과연 어떤 정체성을 갖고 가야 하는가. 또 전문대학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발전 방향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폴리텍대학, 직업전문학교 등 많은 직업교육 기관이 있다. 이들을 총망라해 직업교육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두고 국가적인 인적자원 양성에 대한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 결국 고등교육에서의 난맥상과 직업교육에서의 난맥상 두 가지의 파고를 그대로 맞고 있으니 전문대학이 정체성 혼란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한재석 서정대학교 부총장(한재석): 전적으로 공감한다. 문재인정부에서 고등직업교육 정책이  아직 없다. 왜 그럴까. 외적인 요인도 중요하지만 내적인 요인도 있을 수 있다. 고등직업교육을 전담하는 부서도 부족하고 관장하는 컨트롤타워도 없지만 전문대학 자체에서도 미래지향적 정책을 제시하는 데 구체성이 모호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가 요구했던 정책들에서 비전이 보였다면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한다. 전문대학 스스로 교육 성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직업교육 정책을 개발해서 실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신성호 아주자동차대학 총장

신성호 아주자동차대학 총장(신성호): 어젠다로 돼 있는 고등직업교육 타이틀이 과연 우리나라에 정의가 돼 있는가. 전문대가 만들어 낸 용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전문대학을 살릴 것이냐, 그게 아니고 우리나라 고등직업교육을 살려야 된다는 내용으로 시작이 됐는데. 정부에서도 고등직업교육이란 용어는 법적이나 행정적으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문대학에 대한 프레임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전문대학의 직업교육, 고등직업교육의 존재 의미나 가치가 정의돼 있나. 전문대학에 대해서는 관리와 지원만 있고 정책은 없다. 사실 전문대학이 대두된 것은 일반대학의 대안으로 진학의 창구로 주목 받기 시작하면서다. 김영삼정부 때 대입 TO 때문에 전문대학을 많이 설립, 확장했다. 최근에는 인구절벽 문제로 입학정원을 감축시켜야 하니 거꾸로 감축의 가장 손쉬운 상대로 전락하지 않았나. 아직도 현재 정부 정책에서 일반대학의 진학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짚어봐야겠다.

이정표 한양여자대학교 교수(이정표): 그동안 고등직업교육이라고 하는 개념을 가지고 전문대를 포괄하는 형태로 하다 보니까 정부 정책 담당자 입장에서라던가 제 삼자가 봤을 때, 타깃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전문대학 입장에서는 외연을 넓혀서 전문대학 중심으로 그걸 포괄하겠다는 의미였는데, 실제로 정책 제안을 하거나 문제점을 얘기하거나 이러다 보면 초점이 흐려지는 것 같다. 정작 전문대학은 지워지는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우리가 너무 전문대학 입장에서 얘기하다 보니까 이기적이기 때문에 고등직업교육으로 했는데, 사실 전략적으로 보면 전문대학을 앞에 내세워서 정면승부를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전문대학 문제를 얘기할 때 우리끼리만 얘기한다. 정작 우리 사회 내에서 고등직업교육 정책은 고등교육이라고 하는 큰 틀 내에서 일반대학, 직업교육 기관들이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서로 기능 분담하고 정체성을 찾아가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그동안 고등교육 기관하면 일반대학이었다. 고등교육에 관한 정책 세미나 등을 하면 다 일반대학 중심으로만 논의하지, 전문대학은 빠져 있다. 학자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고등직업교육 정책의 문제는 고등교육이라고 하는 중장기적 마스터플랜 내에서 직업교육 기관들이 수행해야 할 기능과 역할 분담에 대한 철학이나 큰 구도가  없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윤여송: 고등직업교육이라는 개념이 사실은 트레이닝이었다. 수준이 올라가면서 고등단계에서 러닝유니버시티 과정의 대학이 외국에 많이 생겼다. 학문 중심 대학이 아니라 직업 중심의 실용 교육 위주의 대학을 사회에서 요구했기 때문에 전문대가 만들어졌고 당연히 전문대가 고등직업교육기관이라는 것으로 연결됐다. 다르게 본다는 건 이상한 거다. 외국 다른 교육기관처럼 지원하고 육성했어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 주도의 전문대가 다 4년제로 바뀌었다. 국가에서 직업교육을 포기했다. 경기공전, 부산공전 등 잘 나가던 27개 국립전문대 다 없어졌다. 일반 4년제로 가니까 학술 중심의 대학들이 직업교육을 하기 시작한 거다. 그런 것에 대한 개념적인 정리 없이 교통정리 없이 그대로 하다 보니까 전문대가 4년제화 되니까 4년제가 전문대화 된 거다.

사회: 앞서 말했듯이 고등직업교육에 많은 문제가 있다.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데 여러 정부를 걸쳐 오면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이정표: 정권 때마다 다양한 방안들을 제안하지만 사실 같은 내용이다. 특히 박근혜정부 들어 한때 큰 희망을 줬지만, 오히려 그게 더 큰 실망감과 자괴감으로 돌아왔다. 근본적으로 전문대학 정책담당자, 고등교육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회에서 정책 의사결정을 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 모두 전문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일반대학 출신이다. 플라톤은 ‘동굴의 우상’에 대해 말했다. 자기가 경험한 것만 전부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바탕에는 학벌주의 학력 사회라는 토대가 있긴 하지만 전문대학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설사 안다고 하더라도 그런 얘기를 잘 하려 하지 않는다. 학력·학벌주의 사회기 때문에 체면이 안 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은 학벌주의 사회로 고착돼 서열화된 사회 내에서 전문대학에 대한 개인 경험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싶다.

신성호: 전문대학에 관심을 못 갖는 가장 큰 이유는 고등직업교육 정책의 부재다. 사회적 인식 기반이 중요하다. 이를 깨뜨리는 게 정책이고 그게 나라의 리더들이 해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 사회적 리더라면 교육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초등·중등·고등 단계에서의 교육기관별 역할보다도 직업교육과 인문교육이라는 프레임으로 나눠 병행할 수 있는 틀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없다는 게 한계다. 유럽에서는 유치원부터 대학원 석·박사까지 모든 과정에 일반교육과 직업교육 트랙이 같이 갈 수 있도록 해놨다. 중·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직업 세계에서 할 수 있는 역량이 명시돼 있다. 설사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면 그 사람의 향후 직업으로 연계되는 트랙 프레임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그런 트랙이 갖춰지지 못한 것은 혹시 전문대학의 위상이 어디에 들어가야 할지 못 찾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한다. 정부가 바뀌어도 그 범위 내에서 지원해줄 수밖에 없으니 결국 재정지원이 최고의 관심이 됐다.  그러나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존재 이유 등 정의가 내려지는 것이 우선이다.

▲ 윤여송 인덕대학교 교수

윤여송: 직업교육 단체를 보면 중등교육에 있는 산업계 고등학교 출신이다. 그 힘이 막강하다. 직능원부터 시작해서 교육부에 계속 학교 정책실에서 장학관으로 나와서, 교사 단체도 교수도 활동을 해서, 또, 오랜 시간 동안 중등 단계에서 직업교육을 해왔다. 그것이 굉장히 강한 벽이다. 직업 교육 세미나 정책 한다고 하면 전문대는 참석하는 사람이 없다. 전부 직업교육 중등단계 전문가들만 참가한다. 직능원에도 중등단계 직업교육을 전공한 사람이 많지, 고등단계에서 직업교육을 공부한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러니까 중등 단계에서 직업 교육의 헤게모니를 계속 가지고 있는 거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직업교육은 중등단계 직업교육이 헤게모니를 갖고 있다. 일반대학은 일반대학대로 의사, 변호사도 직업교육이라며 범위를 자꾸 넓히고 있다. 그 사이에서 전문대학은 중등단계 직업교육도, 고등단계 직업교육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다. 고졸자 임금과 대졸자 임금 가운데에 전문대 졸업자 임금이 있어야 하는데 고졸자 수준보다 조금 더 높다는 것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처럼 전문대학이 계속 가운데 껴있어 위치를 못 찾고 있다. 정책적인 배려가 없는 것이다.

한재석: 정책을 실행할 때 꼭 필요한 것이 제도다. 그러나 각종 제도가 전부 일반대학 중심으로 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러다 보니 전문대학의 특성을 가미해 바꿔보려고 해도 (이미 있는 제도에) 부딪힌다. 정부 부처의 책임감 부재도 문제다. 이게 안 된다, 저게 안 된다 하면서 흐지부지 세월을 보내고 끝난다. 이런 게 다반사다. 결국 그 제도를 관장하는 건 기구, 조직 아닌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계속 다람쥐 쳇바퀴 돌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한주: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보겠다. 우리가 앞에서 얘기한 것들은 대를 이어서 내려오는 문제점들이다. 수십 년 동안 안 바뀌었다. 왜 그랬을까. 하나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직업교육 전문가, 현장 실무자가 철저히 배제됐다는 점이다.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긴 후 도출된 결과에 대한 평가 등 실질적인 성과 측정 없이 다음 정부로 넘어간 것 아닌가. 성과 측정 과정에서도 직업교육 전문가와 교육현장의 의견 수렴이 없었다. 게다가 5년 간 한 정부의 정책이 수행되는 중에 2~3번의 인사 이동이 있다. 전문성이 붙을 수가 없다. 2년 간 열심히 공부하다가 또 다른 데로 간다. 정책 입안자, 운영자 모두 교육부 관료로, 인사 이동이 보통 2년 내외로 이뤄지다 보니 직업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할뿐더러 제대로 된 평가도 못 하는 것이다.

사회: 장미대선 전에 수업연한 다양화, 직업교육대학과 학문중심대학으로의 투 트랙, 고등직업교육 교부금법, 고등직업교육 육성법 등을 포함한 ‘전문대학 어젠다 2017’을 제시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정책에서는 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교육부 내 직업교육 관련 과를 2개로 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수준이다. 전문대학이 요구했던 어젠다들이 지금도 유효한가.

윤여송: 당연히 유효하다. 전문대학에서 10년 넘게 줄기차게 요구한 내용이 아닌가.

▲ 이정표 한양여자대학교 교수

이정표: 그런데 학문중심대학과 직업교육대학의 이원체제가 과연 가능한가.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이미 일반대학도 직업교육화 되고 있는 추세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이라는 건 일종의 리드 기능을 해준다. 우리 정부도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일반대학의 평생교육, 산학협력 등의 기능을 유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금 교육부 이외의 다른 부처의 산학협력 관련 사업들은 다 대부분 일반대학이다. 그나마 전문대학을 좀 붙여주면 감사하는 정도다. 재정지원사업은 결국은 그 정부가 지향하는 고등교육 정책의 방향이다. 결국 직업교육의 중심축이 전문대학에서 일반대학으로 갔다고 하면 일반대학은 이미 직업교육대학들인 것이다. 그렇다고 보면 과연 전문대학이 직업교육대학 체제로 간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 거냐. 그뿐인가. 폴리텍대학을 비롯해 고용노동부가 고용보험기금으로 지원하는 다양한 민간 학점은행제 등 전문학교들도 엄청 많다. 앞으로는 기관 중심의 직업교육대학, 연구중심의 학문 중심대학으로의 이원체제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될 수밖에 없다. 차라리 기관 기반이 아닌 프로그램 기반으로 해서 모든 기관이 직업교육대학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되 정부가 질 관리를 하면서 지원해주는 체계가 돼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대해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봐야겠다.

양한주: 일반대학이나 전문대학 구분 없이 모두 1~4년제로 수업연한을 다양화하고 직업교육, 평생교육, 학문교육 등 다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전문대학이 연구중심의 학문 중심대학, 직업교육대학 등 투 트랙으로 가자는 주장보다 한 단계 앞선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주장에서 바뀐 게 아니라 여전히 그 주장은 유효하다고 보는 게 맞다.

사회: 그 외에도 문재인정부 정책에 대해 구체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양한주: 많은 분이 문재인정부의 고등직업교육 정책에 대해 구체성이 없고 정책 자체가 부재하다, 박근혜정부 때 보다도 한참 후퇴했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용어 하나 하나를 살펴보면 기대해볼 만도 하다.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살펴보면 고등직업교육과 관련된 내용이 6가지 있다. 문재인정부가 가장 크게 짚은 것은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성 강화다.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던 얘기가 나왔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내건 건 2019년도에 공영형 전문대학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 대학들을 지역거점대학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게다가 직업교육 마스터플랜 수립도 약속했다. 내년 5월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안에는 전문대학 발전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전문대학이 요구했던 직업교육의 컨트롤타워에 대해서도 고등교육, 직업교육, 평생교육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나와 있다. 어떻게 그림을 그려 나갈지는 뒤에 일이다. 대통령직속의 국가교육회의와 국가교육위원회를 조직해서 이 두 기구를 통해 모든 정책을 입안하고 구체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 구체성만 없다뿐이지 앞으로 기대감도 있다.

사회: 전문대학 육성방안,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에 대한 전문대학가의 관심이 크다. 현재 수립하는 과정 중에 있는데 이에 대해 제언한다면.

양한주: 아쉬운 부분은 수립하겠다는 순서다.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이 먼저 나와야 그에 맞는 구체적인 전문대학 육성방안이 나올 수 있다.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이라고 하면 전문대학만이 아니라 중등단계의 직업교육도 아우르는 것이기 때문에 이게 먼저 나와야 하는데 순서가 안 맞다.

▲ 한재석 서정대학교 부총장

한재석: 전문대학 육성방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그 내용이 충분히 공개돼야 한다. 그런데 소수의 몇 사람에게만 공개가 되면서 정보가 밀집돼 있다. 거기서 한계점이 생긴다. 진행되는 과정을 한 번씩 발표도 하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전혀 없다. 또한 각 전문가가 모인 협의체가 구성돼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본다. 직업교육 마스터플랜도 마찬가지다. 추진하는 게 관이 돼서는 안 된다. 문제 해결 시 제도적인 문제에 걸려서 아무것도 안 된다. 조정이 안 되는 것이다. 이를 관리하고 추진하는 주체가 관이 아닌 협의체가 돼야 한다. 그 협의체는 각계의 전문가로 구성돼야 한다. 이 부분이 안 된다면 전문대학이 아무리 미래지향적으로 과제들을 주장해봐야 의미가 없다고 본다.

양한주: 맞다. 직업교육 마스터플랜 등을 수립하려면 적어도 직업교육 현장의 경험자, 이를 전공한 전문가 등 직업교육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들로 구성해야 한다. 이들이 수립 과정에 참여해야 전문성 있는 정책이 수립된다. 그래야 국가적으로도 득이 되는 것 아니겠나. 또한 그들이 모여 고심 끝에 만들어야 한다. 공청회도 크게 열어서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 수정, 보완 과정을 여러 번 거쳐야 한다. 그렇게 해도 실패작이 나올 수 있는 요인들이 있을 텐데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몇 개월 만에 전문대학 발전 방안이 마무리 단계가 돼서 발표하겠다고 한다. 그러면 안 된다.

윤여송: 전문대학 발전 방안과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때 어디서 주관해서 하느냐에 따라 역량이 달라진다. 교육부 내 과 단위에서 수립하는 건 절대 안 된다. 국 단위도 안 된다. 전문대학 발전방안을 만들 때는 재정이 투입되며 제도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똑같은 정책을 펴면서 말 바꾸기만 되는 거다. 전문대학 발전 방안은 연구의 주체가 적어도 교육부 내에서라도 굉장히 무게 있고 큰 단위에서 다뤄줘야 한다. 또한 전문대학 발전 방안은 현재 전문대학이 겪고 있는 문제를 모두 끌어내 분석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부터 출발해야 한다. 특히 학생들이 당당하게 직업교육을 택할 수 있도록 구시대적인 울타리를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빠져서는 안 된다. 이게 없으면 직업교육 발전 방안이고 전문대학 발전 방안이라고 볼 수 없다.

이정표: 고등직업교육에 관한 문제는 교육부만으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고용의 문제, 재정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경우 정부 부처 가운데 고등직업교육청이 있다. 그 정부기관에서 고용, 직업교육 등 일반대학과 대비되는 형태로 포괄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전문대학 발전방안을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 차원에서 수립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물 안 개구리다.

▲ 최용섭 본지 주간

사회: 향후 문재인정부의 고등직업교육 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정표: 전문대학 발전방안은 한 개 부처의 한 개 과에서 고안할 작업이 아니다. 직업교육 속성상 노동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국가 책무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육성·발전 방안은 전문대 생존 문제에 초점을 둬서는 안 된다. 고등직업교육 측면에서 실업문제의 장기화 등을 해결하고, 국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편으로 고등단계의 직업교육을 어떻게 활성화해야 할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전문대학의 역량을 어떻게 투입하고 활성화시킬 지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교육부나 전문대학만으로는 안 된다. 각 부처 등 국가적 수준에서 고등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한 추진체가 우선돼야 하고, 역량 집중이 뒤따라야 한다.

신성호: 직업교육은 사회구성원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주는 과정이다. 직업교육에 대한 정책도 이 철학에 기반을 둬야 한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정부의 책무성이나 공공성 등에 대한 언급 취지에 딱 들어맞는 생각이다. 단 이 지점에서 ‘전문대학이냐, 일반대냐, 고등학교냐’ 이런 여러 관계 속에 이 취지가 잘 정리돼 진행되길 바란다. 전문대학의 직업교육이 여러 질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사실 질적인 문제가 전문대학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전문대학은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교육의 질이나 시설 면에서 정부 지원을 통해 많이 좋아졌다. 또 주문식 교육은 사회맞춤형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로 상당히 잘 돼 있다. 문제는 사회에서 요구되는 직무와의 괴리인 양적·질적 미스매치라고 생각한다. 양적 미스매치는 전문대학 교육이 아닌 전문대학 자체의 생존을 위해 사회의 요구보다 신입생이 원하는 과를 많이 개설한 결과로 결국 취업 문제로 연결된 문제로 볼 수 있다. 질적 미스매치는 직업기초능력을 과연 전문대가 모두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초·중·고등학교에서 해결해야 하는 단계다. 결국 우리가 기대하는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이 강조돼야 한다. 중등교육과정에서 직업기초교육이나 기초학습능력에 대해 고등직업교육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이 돼 있어야 한다. 초·중·고등학교 직업교육의 책무성과 공공성에 대한 책임이 있어야 한다. 현재 체제에서는 많은 부분에 대해 최종 단계인 전문대학에 책임을 묻고 있는데, 교육계 전체가 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이 세워져야 한다.

한재석: 사회 통합적인 부분도 살펴야 한다. 형식적으로는 다양한 공청회가 열리는 것 같지만 실질적 소통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에 대한 부분에서는 정치 논리를 우선 배제해야 한다. 보장되길 바라는 정책과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교육자가 학생의 직업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도록 돕는 교육성과 극대화 정책이 되는 것이 첫째다. 구속하는 정책이 아닌 진정한 지원책이 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성과 관리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둘째로는 대학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이면 좋겠다. 최근 학생 수가 줄어드는 문제 등 대학 사정이 어렵기 때문에 재정에 너무 얽매일 수밖에 없다. 눈치나 보는 형태의 대학이 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럴수록 대학을 격려하며, 자유롭고 창의성을 갖춰 대학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윤여송: 두 가지에 대한 배려가 꼭 필요하다. 하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미래형 직업교육을 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 과거 제도권의 프레임을 과감히 깨고, 유연성을 갖고 대학이 교육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는 사회적 신분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일반대를 나온 학생과 전문대학을 졸업한 학생이 차별받지 않고 사회적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꿈과 행복을 이루는 직업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 문재인정부에 두 가지를 제안하겠다. 직업교육의 공공성을 위해서 공영형 전문대학은 바람직한 제도다. 국립 전문대학이 없는 상황에서 국가의 지원을 받아 직업교육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공영형 전문대학을 많이 확대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책무성의 차원에서도 전문대 학생 가운데 어려운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직업교육 특성상 현장학습 지원을 과감하게 해야 한다. 폴리텍대는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엄청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전문대학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전문대학생도 현장에 나가 장기간 현장·실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며, 일학습병행제 역시 전문대학에서 보편적인 상황이 돼야 과거와 달라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양한주: 직업교육에 대한 현실과 문제점을 명확히 분석하고, 전문가와 현장의 광범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가 단위에서 국가개혁 차원의 정책을 수립해 청년 실업문제부터 결혼 기피, 저출산까지 인구절벽시대를 초래할 수 있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기 바란다.

사회: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 고등직업교육정책에 대해 그 문제점과 긍정적인 면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셨다. 정책의 모호함과 구체성 결여로 좌절하는 분들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직업교육의 책무성을 강조하고 우수전문대학의 지원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기대를 거는 분들도 있다. 지금까지 고등직업교육이 제자리를 잡지 못한 원인으로 정부의 접근 방식을 지적하는 분도 계셨다. 고등직업교육 문제를 국가경쟁력이나 청년실업 문제 해소 등 국가적 수준에서 다루지 않고 단지 교육부 한 부서의 문제로 축소해서 접근하는 데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국가적인 의제로 올려놓고 전 부처가 참여해 고등직업교육의 큰 판을 짜야 하는 데 너무 지엽적인 데 매몰된 것 같다. 다음으로 초중등과 고등 단계에서의 직업교육 문제가 계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우리의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 중등에서 고등으로 넘어오는 자원들의 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부분도 발견된다. 이 부분에서의 책임이 온통 전문대학에만 몰리는 것도 문제이다. 직업교육 마스터 플랜 수립 과정도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정책의 연속성과 단절성인 것 같다. 정권이 바뀌면 교육정책도 덩달아 바뀌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다른 어떤 정책보다도 정책의 연속성이 필요한 곳이 교육정책인데 우리의 실정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정권의 취향에 따라 정책의 방향성이 요동치다 보니 교육현장에서의 어지럼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고등직업교육 분야에서도 이런 일은 반복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전임 정부에서 추진됐던 고등직업교육 정책도 그 실효성에 대해 깊이 검토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국가교육회의를 구성하여 장기적인 전망하에 교육정책을 수립한다고 하니 기대를 걸고 있다. 국가교육회의에도 직업교육 현장전문가들을 많이 참여시켜야 한다. 이제 일반교육 일변도의 교육패러다임은 일반교육과 직업교육 양자가 병립하는 패러다임으로 바꿔가야 할 것이다. 아직은 기대보다는 실망적인 대세인 상황에 있다. 전문가 간담회에서 해법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중간에 점검하고 현 정부가 수립하고 도움이 되는 말을 많이 했다. 오늘 간담회 내용을 정책 당국자들도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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