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사회 '그들만의 리그'우려…"진정성 보여야” 지적도

[한국대학신문 이하은·김정현 기자] 지난달 25일 창립한 서울소재대학교수회연합회(서교련)가 첫 행동으로 성명을 내놓고 대학들이 언론사의 대학평가 거부 운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교수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서교련에는 △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 9개 대학 교수회가 참여했다. 대체로 대학 구조조정 정국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소위 명문대 교수회 모임이기에 ‘기득권 챙기기’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 서교련이 지난 8일 언론사 대학평가에 대한 입장을 밝힌 성명서

■ ‘서울’ 교수단체 흘겨보는 교수사회= 서교련은 여느 교수단체와 같이 △대학 교육의 질 제고 △회원 대학의 민주적 경영과 교수 교권 확립 및 지위 향상 △대학의 공정성과 자율성 강화 등을 목표로 내세우고, 특히 언론사 대학평가 반대 운동을 첫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가장 먼저 문제 삼는 이유는 대학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대학 운영 전반을 왜곡시킨다는 위기감에서다. 서교련은 성명서에서 “평가순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불필요한 재정 출혈로 교직원의 임금과 복지 악화, 저임금 비정규직 양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언론사 대학평가가 고등교육을 발전시킨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문이 황폐해지고 있다”며 “언론사 대학평가를 전면적으로 거부하자”고 제안했다.

서교련은 필요하다면 다른 교수단체와도 함께 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새 교수단체를 바라보는 교수사회의 눈길은 마냥 곱지만은 않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이사장(동의대 교수)은 “대학평가 정책을 없애고 새로운 역량 진단 사업을 이끌어 낸 것 역시 지난 1주기 구조개혁 평가 정국에 사교련이 노력했고, 민교협 등 여러 교수단체가 힘을 합쳤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문제 제기를 제대로 해야 우리 사회를 바꾸는 충분한 역량이 나올 텐데, 대표 몇 명 모여서 말한다고 얼마나 영향을 주겠느냐”고 말했다.

박배균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서울대 교수)도 “민주사회에서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보장되므로 단체를 만드는 것은 문제 없다. 다만 무슨 의도를 갖고 단체를 조직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며 “수도권의 소위 ‘잘 나가는’ 대학 중심 구조에서 고등교육 전체의 공공성이 상실되고 있는 것이 고등교육 문제의 핵심이다. 그것을 지적하지 않고 ‘다른 교수단체와 같이 하겠다’고 말만 하는 것은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선희 이화여대 교수회장은 “서울지역의 규모 있는 대학은 거버넌스나 대학평가에 관심이 있는 반면, 지방 대학까지 포함한 사교련은 사학비리와 관련해 공조하는 움직임이 많다”며 “우선되는 현안이 다르다”고 말했다. 

회원대학 평교수들의 호응도 높지는 않다. 각 대학의 교수회 임원들이 서교련 구성을 주도했지만, 정작 각 대학의 평교수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대 교수협의회 회원인 한 교수는 “서교련에 가입하겠다고 회원들과 상의한 적이 없는데 결정하면 (곤란하지 않나). 별도로 교수회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기득권을 지키고 싶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 사단법인 서울소재대학교수회연합회가 25일 숙명여대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사진=김정현 기자)

■ 서울지역 대학만의 담론 모아낼 수 있을까 = 서교련의 전신은 2010년 언론사 대학평가를 반대한 사단법인 ‘서울 8개 교수협의회 연합회’(이하 연합회)다. 당시에는 중앙대와 한국외대 대신 서강대가 참여한 형태였다.

서교련이 지난 6일 발표한 서교련의 성명서 역시 7년 전 연합회 성명서와 닮았다. 연합회는 당시 두 달여 만에 성명서를 내놓고 “일부 언론사의 영향력으로 인해 대학행정 책임자들이 무비판적으로 끌려 다니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수익사업과 무관한 기관이 대학평가를 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 입장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만 교수사회가 크게 반대해왔던 정부 주도 평가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이성근 서교련 이사장(경희대 교수의장)은 “서울지역 주요 대학들은 정부의 여러 재정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섣불리 그에 대한 판단을 하기 이르다”면서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개혁평가(역량진단평가)나 재정지원사업 평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지방대학이 주로 참여하는 전국 단위 교수단체와는 정부 평가에 대한 체감도가 다르다는 점은 인정했다. 

유독 언론사 대학평가를 비판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달 발표된 국내 대학평가와 시기가 맞물린 점도 있고, 언론사 대학평가는 불공정하고, 대학의 공공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평가지표를 개선하거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서교련이 그들이 내세운 담론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려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영 제주국제대 민주교수협의회장은 “지역 대학은 대학구조개혁평가 등으로 서울, 경인지역 대학 교수들에 비해 신분 불안을 겪는 등 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다. 서울지역 교수회만 모이면 이런 문제들도 같이 다룰 수 있는지 여부가 첫 번째 의문”이라며 “환경이 바뀌고 있는 지방대학 사립대 문제도 함께 인식하고 국가에 제안하는 조직이 되기를 바란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