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진 성균관대 교수(컴퓨터교육학)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걸 보니 한 해를 마무리할 시점이 다가오나 보다. 여느 때처럼 한 살 나이가 든다는 생각도 있지만 이제 연말 전에 이것저것 마무리할 것들을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하물며 초중고 12년 동안의 결실을 평가받아야 하는 수능을 앞둔 학생들에게는 이제 끝이 보인다는 안도감과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는 부담감이 공존할 것 같다.

사실 요즘의 입시는 우리네가 하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과목 수도 많이 줄었고 절대평가 방식도 도입됐다. 한국사는 지난해부터, 영어는 올해부터 절대평가로 실시된다. 당락을 가르는 실질적 과목은 국어와 수학, 문과의 경우 사회탐구 영역에서 2과목 그리고 이과의 경우 과학탐구 영역에서 2과목 등이다. 제2외국어나 한문도 선택과목으로 시험을 치를 수 있지만 선택 비율과 비중 등을 고려하면 영향력은 적다. 결국, 국어ㆍ수학ㆍ탐구 이렇게 3개 영역이 시험의 비중을 가져가는 셈이다. 거기다 수능은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 비해 수시 전형의 기회를 사용하는 학생들에게는 영향력이 다소나마 적은 편이다.

고등학교 교육은 대학의 입장에서 중요하다. 교육과정 자체를 보면 대학에서 기초적으로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쌓도록 구성돼 있고, 교과별로 성취 수준을 정해 학생들이 대학에서 전문인으로 교육받기 위한 기초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생부를 바탕으로 하는 전형에서도 고교성적을 중요하게 보게 되고, 수능과 같이 고교 교육과정을 평가한 결과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다만 이러한 기초교육이 대학에서 전공을 잘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좀 비약이기는 하지만 대학의 특정 학과에서 4년 동안 공부를 하게 되면 다른 학과 학생하고 이야기도 잘 통하지 않는다. 자주 사용하는 단어, 개념, 배경 지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까지는 전국의 학생들이 동일한 교육과정에 따라서 배우지만, 대학에 오면 자신의 전공이라는 게 생긴다. 전공에 얼마나 몰두해서 자신의 전문성을 기르느냐에 따라 자신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즉 대학에서 저마다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대학에 가고 싶고, 유망한 학과로 지원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대학, 특정 학과로의 쏠림 현상을 초래했고 그러다 보니 경쟁에서 밀린 학생들은 조금 부족한 상황에 처해있는걸 비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에 머무를 필요는 없다. 세상은 간판만으로 미래가 결정짓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자신이 정말 열심히 해야 하는 시기는 대학에서부터다. 그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지금 고교 성적이 좋다고 해서, 수능 점수가 높다고 해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성적에 맞춰 진학한 명문대 출신의 높은 실업률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대학 출신 학생들의 성공 스토리를 숱하게 봐왔다. 자신의 전공에서 정말 열심히 할 때 자신의 미래가 펼쳐진다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

16일에 2018학년도 수능이 실시된다. 수험생들에게는 그 어떤 시험보다 긴장되고 부담되는 시험일 것이다. 하지만 수능이 끝은 아니다. 수능에 충실해야겠지만 그 결과에 따라 실망하지 말고, 대학에서 정말 잘할 수 있도록 심기일전하길 바란다. 여러분은 대학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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