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 용인대 학생생활상담센터 전임상담원

10월의 마지막 주 서울에서 열린 청춘박람회를 다녀왔다. 스펙과 취업, 혼밥이나 혼술의 외로운 현실에서 함께 교감하고 긍정의 에너지를 얻자는 취지로 청춘들을 위한 박람회 겸 콘서트였다. 여러 행사 부스가 있었는데, 그중 가장 많은 것은 고민 상담을 주제로 한 부스들이었다. 주로 자존감, 스트레스 풀기, 취업과 연애 컨설팅, 색채 심리상담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었다. 청춘들의 행사에서 이토록 많은 부스가 심리상담과 관련된 주제라는 것에 놀랐지만, 많은 청춘들이 줄을 서서 참여하려는 모습도 매우 새로웠다.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꾸며져 있어서 그럴까. 아, 이건 모두 대학의 상담센터에서도 주로 나누는 주제들인데, 대학의 청춘들은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을 때 교내의 상담센터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또한 대학은 이토록 많은 청춘들의 고민을 얼마나 담아내고 있을까 하는 아쉬움도 따라왔다.

나 역시 대학시절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 위해 신문과 인터넷을 뒤지기 일쑤였고, 등록금을 벌기 위해 휴학을 해야 했으며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밥을 굶기도 했던 날들이 있었다. 대학 4학년이 될수록 학비와 타지에서의 생활비는 내 가슴을 더 시리게 했다. 취업의 압박은 날이 갈수록 더했다.

그런데 현재 상담센터를 방문하는 많은 청춘들 역시 그때와 다를 바가 없다. 무거운 등록금과 취업을 위한 스펙 경쟁, 불안하기 짝이 없는 세상은 청춘들에게 결코 녹록하지가 않다. 이런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속은 쓰려오는데, 입에선 단내가 나는 건 아린 속을 달래라는 신이 준 선물일까, 참 아이러니하다. 세상살이가 약이 오르고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순간은 넘쳐난다.

최근 한국 사회의 사회적 감정에 대해 다룬 《모멸감》이라는 책을 접하게 됐다. 이 책에서는 경력, 자격증을 가리키는 스펙이란 말이 사용설명서를 뜻하는 ‘specification’의 약자인 것을 예로 들며, 타인이나 자신까지도 수단으로 변해가는 현재 한국 시회의 비인간화된 모습을 지적했다. 또한 열등감과 수치심, 무시 등의 느낌을 받는 모멸감의 정서가 얼마나 한국 사회에 위험하게 퍼져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군림하지 않으며 자신의 존재를 당당하게 누릴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처럼, 현재 무엇이든 서열화되고 경쟁하며, 서로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한국 사회 안에서 이 시대의 청춘을 위해 대학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대학은 청춘들과 어깨를 마주하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방법으로 아린 속을 달래는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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