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금호타이어 기존 대기업 부진에 광주·전남 경제 악화

▲ ‘나주혁신산업단지 에너지밸리’ 구축을 위한 행사에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에서 3번째)가 참석했다. (사진=나주시청)

[한국대학신문 김의진‧주현지 기자] 광주 경제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기아자동차와 금호타이어가 최근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해운 산업이 무너지며 국내 경제가 휘청거리게 되면서 직격탄을 맞게 됐고,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에 따라 현지 시장을 공략하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공생관계에 있는 협력업체에까지 피해가 전달되면서, 광주 경제가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여파가 고스란히 광주를 포함한 호남권 대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가전산업이 빠져나갔고 광주의 대표 중심 산업인 자동차산업의 기아차와 금호타이어가 흔들리게 되면서 관련 학과의 취업률도 하락하고 있다. 대기업을 비롯해 지역 협력업체에 새로운 인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지방대로서는 산업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광주광역시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산업 분야가 흔들리면서, 호남권 대학들은 새로운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광주광역시청)

순천대 관계자는 “매년 취업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경제가 안 좋아지는 등 외부 환경이 좋지 않고, 특히 지역 업체가 휘청거린다는 점이 지역 대학에게 가장 심각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호남대 관계자 역시 “통계를 봐도 ‘지역 내 취업률’ 하락이 확실하게 두드러지고 있다”며 “대기업의 상황이 좋지 않고, 지역 업체까지 어려워지게 되면서 그 아래 하청업체까지 충격이 전달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남권 대학들은 떨어지는 취업률로 인해 대학 평판이 하락하고, 결국 학교 발전의 정체 상태로 이어질까 걱정하고 있다. 순천대 관계자는 “지방대는 수도권 대학에 비해 모든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와중에 지역 기업의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졸업생 취업률마저 떨어져버리면 지방대의 한계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각 대학들은 미래 성장 전략에 대한 정확한 지도를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광주를 비롯한 호남권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산업 분야에 초점을 맞춰보겠다는 것이다. 조선대 관계자는 “대학이 어려운 현실을 제대로 알 수만 있고, 방향을 잘 잡기만 한다면 오히려 긍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남대 관계자 역시 “미래 성장 분야가 무엇이고, 쇠퇴할 것으로 전망될 산업이 무엇이며, 어디에 역량을 쏟으면 미래 핵심 분야로 자리 잡을 것인지 정확히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체 위기 호남권 대학 “에너지 산업에 모든 역량 투입한다” = 호남권 대학들이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바로 ‘에너지 산업’이다. 에너지 산업의 클러스터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 산업이 육성되기만 한다면 호남권 대학 출신 졸업생이 일자리와 소득 창출 면에서 실질적인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기저에 깔고 있다.

목포대는 이미 에너지 관련 특화 캠퍼스를 앞세워 향후 전력 산업에 맞는 인력 양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한국전력이 위치한 전남 나주시의 ‘나주혁신산업단지 에너지밸리’에 ‘목포대 에너지융합밸리 캠퍼스’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산학연계 맞춤형 캠퍼스의 형태로, 이미 산업자원통상부, 전라남도청과의 협의도 끝마친 상태다.

목포대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반기인 2학기부터 전기공학·제어로봇공학·정보통신공학·기계해양시스템학 등 학과의 3·4학년 교육 과정이 이뤄질 계획이다. 졸업생은 에너지밸리 관련 기업에 맞춤형으로 취업이 예정된다”며 “목포대와 같은 지역중심대학일수록 커리큘럼이나 학과를 지역 전략 산업에 맞게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나주혁신산업단지 에너지밸리’에 들어갈 ‘목포대 에너지융합밸리 캠퍼스’ 조감도. (사진=목포대)

동신대 역시 전남으로 이전한 한전이 한 가닥 희망이 돼 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많은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현재는 한전 협력기업의 지속적인 유입이 계속되고 있어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국책사업인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사업 선정을 핵심 동력으로 삼아 에너지 산업에 맞춘 대학 환경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동신대 관계자는 “새로운 단과대학인 ‘에너지융합대학’을 신설했다. 그 안에 ‘에너지전기공학부’와 ‘에너지응용학부’를 만들고, ‘신소재에너지’, ‘신재생에너지’, ‘에너지IoT’, ‘에너지시스템경영공학’ 등의 8개 전공을 운영하고 있다”며 “에너지 스마트그리드 사업 등 전남도와 한전 공동으로도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광주의 전략산업이었던 ‘자동차분야’와 ‘에너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대학도 있다. 호남대는 ‘친환경자동차’와 ‘전기자동차’ 생산도시로 광주가 탈바꿈할 것을 기대하며, 지난해 ‘미래자동차학과’를 신설했다. 호남대 관계자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광주의 주력산업은 여전히 기계·전자 분야다. 에너지 산업과 접점이 있는 미래자동차 산업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쪽 분야에 대한 학생 취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진로지도와 비교과지도, 취·창업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남권 관심 쏠리는 ‘한전공대’…“경쟁보다는 협력 모델로 작용할 것” =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인 한전공대 건립에 대한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건립이 추진되는 한전공대는 ‘독립형 캠퍼스’, ‘글로벌 에너지 연구소’를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특화 중심 대학’이라는 비전을 제시한 상태다.

한전 관계자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경쟁할 수 있는 전력·에너지 특화 대학으로 키울 방침”이라며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과 연구·개발 융복합으로 미래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핵심 센터로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 '빛가람 에너지밸리' 구현도. (사진=한국전력)

이에 광주를 비롯한 호남권 대학들 역시 에너지 산업에 집중하고 또 한전공대와의 상호작용 방식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호남권의 거대 공룡 대학으로 성장할 수도 있지만, 경쟁보다는 대학 간 협력과 상생 관계를 내다보는 목소리에 더 힘이 실렸다.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대학이 지역 발전 동력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이에 대한 파급효과로 지역 대학의 교육 인프라와 학생 수준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남대의 한 교수는 “한전공대는 단순히 ‘공과대학이 하나 더 생긴다’의 정도가 아니다. 광주와 호남권의 미래 성장 동력을 좌우할 브레인이 결집한다는 데에 더욱 큰 의미가 있다”며 “지역에 있는 대학들도 경쟁이 아닌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모델로서 한전공대가 역할을 다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대의 한 교수 역시 “교육 중심 대학으로 운영 방향을 설정해서는 안 된다”며 “연구 중심으로 가야 하며, 우수 교수진·학생을 위한 환경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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