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보다 역량·자격증 중요성 강화…대학·프로그램 특성 맞춘 온라인 강좌 적극 활용

▲ 9일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 2017 UCN 전문대 프레지던트 서밋 5차 컨퍼런스에서 한석수 KERIS 원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고등직업교육의 영토 확장은 결국 온라인 교육을 통한 사이버 세상으로의 확장이다. 또 하나는 대학 간 연합을 통한 기능 확대다. 전문대학은 앞으로 e-Learning (이러닝) 분야에 적극 투자해 교육의 질도 높이고 운영비용을 줄여야 한다.”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 (KERIS) 원장은 9일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 2017 UCN 전문대 프레지던트 서밋 5차 콘퍼런스 ‘전문대학 교육혁신’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강조하면서 전문대학의 이러닝 활용이 일반대학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약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6년 기준으로 이러닝 실시 학교를 보면 일반대학은 159개교, 전문대학은 56개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5년 이상 노후 콘텐츠를 활용하는 비율도 일반대학은 12.36%, 전문대학은 22.72%로 전문대학이 상대적으로 콘텐츠 개발에 약세를 보였다.

한 원장은 기술의 변화에 따라 대학들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수업 제공 방식 △수업 경험 △전공 △학점 부여 방식 등에서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수업 경험의 변화로 조지아공대의 IBM Watson을 이용한 AI 인공지능 조교 활용 사례를 꼽았다. 그는 “학생들이 제기하는 의문사항에 대해 즉각적으로 답변을 해줘야 하지만 TA 숫자가 부족해 학생들이 중간에 탈락하거나 수강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그러나 인공지능 조교를 활용하면서 응답률이 97% 이상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기술 적용과 변화 수용을 통한 국내외 전문대학의 문제 해결 사례도 소개했다. 미국의 잭슨 커뮤니티칼리지의 경우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어떻게 보충해서 다음 단계를 효과적으로 교육시킬까 고민한 끝에 개별화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학생들에게 개별 PC랩과 적용 학습 소프트웨어를 제공한 결과 보충 이수율은 물론 이수기간의 단축에 있어 성공적인 성과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영진전문대학의 사례를 꼽았다. 영진전문대학은 산업현장과 동떨어진 교육 내용과 전문대학 선호도 및 학생수가 감소하고 있는 문제점을 기업의 요구에 따른 교육과정인 주문식 교육 편성으로 이겨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질 높은 직장으로의 취업률 상승, 글로벌 기업과의 협약을 통해 글로벌 인재 양성 등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온라인 교육’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는 학위의 영향은 점점 약화되는 대신 어떤 역량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자격증 등이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대학과 프로그램 특성에 맞게 온라인 강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교육의 질도 높이고 비용도 낮출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격이 중요해지는 만큼 전통적인 학위 프로그램은 엘리트 교육기관 등을 제외하고는 사라지게 될 것이며 고등교육이 고용 조건에 맞는 작은 단위의 역량 프로그램으로 변화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나노디그리, 마이크로디그리 등이 있다”면서 “실제 각종 MOOC에서 제공하는 역량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을 조건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파괴적 혁신’ 개념을 인용하며 “전문대학은 직업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기조 아래 교육의 질은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2년 66개의 선두 제조기업 중 60개가 후발 기업들에 선두 지위를 빼앗겼는데 그 이유로 기존의 고객에게만 치중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면서 “기존 기업은 가격경쟁, 기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전속적 혁신으로 충분치 않다.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기관 중에는) 파괴적 혁신 사례로 폴리텍대학을 말하고 싶다. 단기 직업교육을 주로 하다가 학위과정, 전공심화과정까지 하고 있다”면서 “전문대학도 수업연한 다양화를 주장할 때 일반대학 쪽으로만 지향할 게 아니라 단기과정 등도 운영해서 고용보험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해야지 않겠나”고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 공동체 운영을 통한 상생 모색도 강조했다. 치열해지는 대학의 생존 방안 모색과 다양한 학습자 요구사항 충족을 위해 공동 협의체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원장은 “그동안 대학 간 경쟁이 심하다보니 잘하는 것을 남들과 쉽게 공유하려는 노력이 적었다. 미국에서는 이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을 하면서 각 대학의 우수 사례가 있으면 공유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이 속에서 대학간의 △규율 △표준 △인력 요구 등 표준화된 교육 프레임워크를 설계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라고 해서 국가 수준에서 생각하는데 미국의 경우 30개 단과대학이 서로 연합체를 자율적으로 형성해서 역량 중심으로 확실히 교육시키자며 서로 공유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모나코 등 5개국으로 구성된 ‘직업교육 연합체(법인)’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5개국은 온라인 학습과 오프라인 교육을 모두 포함해 정보를 축적하고 각 대학별의 특성을 고려해 교육과정, 학습, 진로, 학점관리, 장학금 등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특히 AIU(American Intercontinental University)는 11개 대학이 대학간의 멘토-멘티가 된다. 어느 대학에 우수한 사례가 있으면 멘토가 돼서 멘티 대학들에게 정확하게 컨설팅 해주고 안내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대학간의 네트워크도 필요하지만 일반대학, 사이버대학간의 연합 모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문대학에서 새로운 온라인 과정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시설을 투자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기존에 온라인 과정을 잘 운영하고 있는 사이버대 등과의 연합을 통해 이를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온라인 수업을 기반으로 수업연한의 다양화를 꾀할 필요성도 설명했다. 그는 “단기과정 개설 및 대학 이후는 물론 이전 교육으로도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면서 “2~3개월, 6개월짜리 과정의 직업훈련과정은 우수한 인프라를 갖춘 전문대학이 그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일반대학, 유사 고등직업교육기관과의 차별화된 교육과정으로 정체성 확립과 새로운 직업 및 평생직업교육 수요 대응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또한 교육영토 확장의 또 다른 방법으로 O DA 사업 확대를 들었다. 그는 “직업훈련과정 영역으로는 전문대학도 ODA 사업을 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직업훈련과정을 필요로 할텐데 이쪽의 ODA 사업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제는 낙인효과를 벗으려는 노력보다 각인효과를 내기 위한 노력에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전에는 낙인효과를 지우기 위해 일반대학과 계급장을 떼고 한번 붙어보자 했다면 이제는 계급장을 달고 붙어보자고 해야겠다”면서 “고등직업교육이라는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해서 우리는 이런 우수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전문대학이라고 각인효과를 나타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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