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욱 지음 《DNA 혁명,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DNA의 특정 부위에서 유전 정보를 자른다. 원하는 정보를 삽입할 수 있고, 유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다른 부위를 자를 가능성도 있다(표적이탈효과).

기술적 단점은 개선될 수 있다. 그렇다면 임상실험 이전에 유전자가위를 시술하는 것은 옳을까. 약으로 만들어졌을 경우 가격은 어떻게 될까. 이를 위해서 인간 배아를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연 적절할까.

유전자 가위는 인간에게 축복이기만 할까. 《DNA 혁명,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저자 전방욱 강릉원주대 전 총장(생명과학과 교수, 아시아생명윤리학회장)은 이제 이런 고민을 할 때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자는 유전자 가위 기술 개발의 첨단을 걷고 있는 학자들과 논쟁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본지 지난 8월 13일자 보도). 유전자 가위는 광범위하게 응용될 수 있다. 체세포 유전자 치료, 자녀의 유전병을 막기 위한 배아 및 배우자세포 돌연변이 유전자 교정은 물론 다른 생물의 유전자가 필요 없는 식물 유전체 변형, 해충이나 침입종의 멸종, 멸종 동물의 복원. 그만큼 부작용이 불러올 수 있는 후폭풍도 상상 못할 만큼 크다는 것이다.

생명과학에 지식이 없더라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쓰여진 이 책은 최신 3세대 유전자가위(CRISPR-Cas9)를 중심으로 기술을 소개하고, 이 기술의 함의를 조망한다. 모델 생물, 체세포 치료, 생식세포 치료, 유전자 드라이브 등 최신 생명과학 논의를 자세하게 기술했다.

새로운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고쳐 쓰면서 매머드 복제, 무균돼지 논란 등 최신 동향도 담아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유전자 가위가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이해하고, 경우에 따라 발생할 윤리적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다.

책 곳곳에는 유전자 가위를 무비판적으로 다루는 언론과 사회의 시선에 대한 우려가 묻어난다. 임상적 성과를 이루기 위해 윤리적 문제를 돌파하려 하는 과학계의 움직임도 지적한다.

스스로가 식물학자이면서 생명윤리학자인 저자는 책을 통해 시민들의 관심을 일으키고자 한다. 과학자들이 자기 규제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시민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자의 자기 규제와 전문가의 자기 규제 플러스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민 참여 방식이 구현될 때 과학기술은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또 다른 장이 될 것이다”-책 274 p. (이상북스 /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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