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처우개선은 나중
단기과제 많은 출연 기관 전환 부담 커 고민

▲ 표. 2017 3/4분기 교육공공기관 직원 현황 (출처: ALIO)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정부가 지난달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20만 5000명을 2020년까지 단계별로 정규직 전환하는 로드맵을 발표한 가운데, 교육공공기관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대체로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변경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지만 인건비가 제한돼 있어 고용부의 표준안을 기다리는 기관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일 고용부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 852개 공공기관 근로자 184만 8553명 중 비정규직은 기간제 근로자 19만 1233명, 파견·용역 근로자 12만 655명 등 총 31만 1888명이다

정부는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근로자들의 경우 가이드라인 발표 후 바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지연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가급적 올해 말까지는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가이드라인상 고용 안정을 우선한다는 의미로 무기계약직도 정규직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무기계약직의 복지와 처우가 낮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조치는 ‘반쪽짜리’라는 평을 내놓은 바 있다.

정규직 전환 대상인 기간제 근로자는 7만 2000명, 파견·용역은 10만 3000명이다. 연중 9개월 이상 상시 또는 지속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으며, 향후 2년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한정된다. 또 주로 60세 이상이 종사하는 청소·경비직의 정년을 65세로 늘려 3만명을 추가로 전환한다.

교육부문 공공기관들도 연말까지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정하기 위해 심의위원회를 꾸리고 논의 중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교육관련 공공기관 직원 수는 총 3769명이다. 이 중 정규직은 1617명(42.9%)이며 무기계약직은 총 167명(4.4%)이다. 비정규직은 994명(26.3%), 소속 외 인력은 991명(26.3%)이다. 정규직으로 전환할 인력이 절반 이상이라는 얘기다.

이들 공공기관이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에 올해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정규직 수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 9명, 한국교육학술정보원 9명, 한국장학재단 4명,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명 등 24명에 그친 바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지난 9월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를 열고 전환대상자 62명 중 희망자 57명의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변경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서 무기계약직도 고용안정 측면에서 정규직과 동일하게 보기 때문에 우선 2년 계약을 무기계약으로 변경하고, 향후 처우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게 한국장학재단의 입장이다.

국무조정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의 출연 공공기관들은 더 논의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단기 연구과제가 많아 계약직 연구인력 수가 월등히 많은 게 문제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7월 기준 361명, 3/4분기 기준으로 376명으로 교육 공공기관 중 가장 많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72명,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14명에 달한다. 인건비 예산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 모두 전환하려면 정규직 처우를 악화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였다.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는 “심의위원회는 구성됐지만 내년도 예산이 확정되는 12월 중순에야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한 상태”라면서 “1년 단위 단기과제가 많고 비정규직 숫자가 너무 많아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인력 규모도 확정할 수 없다. 우선 신분 전환과 함께 복지 수준을 맞추기 위한 예산 확보에 전력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중 임금체계 표준안을 발표하고, 정규직 호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대신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이 적용되는 직무급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청소업무, 사무보조, 설비업무, 경비업무, 조리 등 다섯 개 분야 정규직 전환 대상자 14만명부터 직무급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직무급제는 직무의 중요도나 난이도를 기준으로 등급을 나누고 그에 따라 평균 연봉과 직무별 연봉을 결정하는 체계다. 호봉제보다 초봉은 높지만 인상률이 가파르지 않다는 점이 특징이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시 상대적으로 재정 부담이 적은 제도를 택하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정규직 노조의 반발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는 교육 공공기관에도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공공기관 관계자는 “우리 기관 역시 정규직 노조에서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정규직 전환을 위해 충분한 재원 없이 고통을 분담하라는 정책은 결국 갈등에 불을 당기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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