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회에서 고등교육 관련한 여러 법안이 통과됐다. 가장 눈여겨볼 만한 것은 대학평의원회를 모든 대학에 설치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대학 운영을 할 때 효율성뿐만 아니라 투명성과 공정성, 민주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은 대학 거버넌스 변화에 있어 큰 한 획임이 분명하다.

사립대는 사립학교법에서 교원과 직원, 학생의 참여를 보장해 대학법인과 본부의 운영을 견제하도록 했다. 그러나 서울 주요 대학을 비롯해 일부 대학들은 2014년까지 대학평의원회 설치를 거부했고, 정부재정지원사업 가산점 조건으로 둔 이후에야 모두 부랴부랴 평의원회를 꾸렸다.

그나마도 대학 보직교수나 학장 등 대학본부 인사들이 교원 평의원으로 참여하는 등 대학본부를 견제해야 할 기구가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쭉 이어져왔다.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심의 권한뿐 아니라 의결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게 대학 구성원들의 염원이지만, 이번 개정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국립대는 다소 동요하는 분위기다. 1988년부터 대형 국립대 중심으로 자체 대학평의원회를 발족해 꾸려왔기 때문이다. 자체 규정으로 운영해온 이 평의원회는 평교수 중심으로 이뤄져 왔고 대학 운영 전반에 대해 심의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직원과 학생도 대학 구성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참여 비율은 총장선출 투표권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논의 과제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할 때까지 국립대 교수사회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은 국립대 평의원회에 대한 어떤 의견 수렴이나 고려도 없이 배제됐다는 방증이다.

개정 고등교육법에 국내 대학의 해외 프랜차이즈를 허용하는 조항이 신설된 것은 반길 만한 일이다. 본지는 일찍이 국내 대학들이 우수한 교육콘텐츠를 해외에 널리 확산할 수 있도록 ‘교육영토 확장’을 주장해온 바 있다. 인하대, 동서대 등이 법적 허용범위 안에서 교육 수출의 선봉에 섰지만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독려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대학의 정원 줄이기에 급급했지만 사실은 고등교육 시장이 팽창할 공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무분별한 팽창은 견제해야 하지만 그 영토를 열어주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몫이었다. 이번 조치로 인해 해외로부터 무수한 러브콜을 받았던 국내 대학들은 진출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상대국가에서도 교육의 문호를 열어야 한다는 외교적 문제가 남아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와 대학이 함께 뛰어야만 한다. 세계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한다는 겸허한 자세, 개방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중요한 것은 세계 대학평가 순위가 아니다. 많은 교수와 연구 인력, 학생들이 교류하고 생각과 가치를 나눌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선진 교육을 배우고 전수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상호작용이 지속돼야만 진정한 ‘세계 속의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라는 본지 캐치프레이즈는 이제 대학인과 정부 국회 관계자들도 인용하는 어구가 됐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는 이제부터 발휘할 것이다. 인프라를 더욱 갈고 닦아 대학들이 내실을 다지고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정부는 단지 길을 열어줬다는 데서 만족하지 말고, 높은 역량과 잠재력을 가진 대학들이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대학도 교육 수요가 있는 개발도상국에 공급자로서만 역할에 한정되지 말고 꾸준히 수요를 발굴하고 교육콘텐츠와 방식을 가다듬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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