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수 본지 논설위원/ 순천향대 일반대학원 경영학 교수(창업지원단장)

대학에서 기업가정신과 창업이라는 이슈가 중요해지고 있다. 대학 기관평가나 정보공시, 산학협력 실적 등을 평가하는 지표에 창업과 기업가 정신 관련 업적과 성과가 포함돼 있고 그 비중 또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전문대학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학은 기업가정신과 창업에 관한 다양한 교육제도와 지원제도를 갖추고 있고, 중소벤처기업부나 교육부, 지자체의 다양한 창업 관련 사업을 유치해 학생들에게 지원을 하고 있다. 불과 3~4년 전과 비교해도 격세지감이다.

그러나 대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은 좀 다르다. 학생의 프로그램  참여도나 열의가 정부나 대학 당국의 의도만큼 그렇게 높지는 않은 것 같다. 원래부터 창업에 대한 끼를 가지고 있거나 전공이 창업인 소수의 학생들 외 일반 학생들의 참여는 기대만큼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학에는 창업이나 기업가정신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나 강의, 동아리 등행사가 많지만 자발적ㆍ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은 제한적이다. 대학 교육현장에서 창업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 운영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욕심이 너무 지나친지는 모르지만 아직은 ‘정부 주도’ ‘학교 주도’라는 분위기를 떨칠 수 없다. 물론 과거보다는 관심이 더 커지고 인식도 더 일반화돼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긍정적이다.

일반 학생들은 창업은 위험하고 내가 할 일은 아니며 전공과도 관계없다고 무조건 담을 쌓는다. 대학 내 일반 교수들의 창업교육에 대한 몰이해와 무경험이 학생들의 창업 기피증을 부채질한다. 전공하는 학과 공부나 열심히 하고 자격증 따서 관련 기업이나 조직에 취업하는 것이 그 학과의 정해진 성공의 길로 자리 잡혀 있다. 자신들의 전공 졸업생 중에 실제 창업을 하려는 학생은 없기 때문에 창업교육이나 활동이 필요 없다고 아예 문을 닫아 버린다. 학부모들은 더 거부 반응이 강하다. 창업은 험한 일, 위험한 일, 내 자식만은 안정된 직장인이 꿈이라는 생각이다. 학생도 문제이지만 가정과 학교가 더 예민하다.

대학에서의 기업가정신과 창업교육은 학생들을 전부 창업으로 내몰자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과 창업교육을 시켜서 학생들이 자기 삶에 보다 주도적이 되고 문제의식과 해결력, 창의성과 모험성, 실패 회복성을 높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불확실한 미래에 생존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학생들은 스스로 주도적이 되고 경쟁하며 창의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진정으로 공부해야 할 이유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교수가 교과서로 강의실에서 강의하면 자던 학생들이 창업활동을 통해 자기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지식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더니 스스로 그 교과서를 들고 다니며 공부한다.

다양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창업교육이나 기업가정신을 경험을 한 학생들이 학업 성적도 더 우수하고 취업률도 더 높으며 취업한 후 직장 내에서 업무 성과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기 주도적이 되고 도전적이며 창의적이고 문제 인식과 해결력이 높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학에서 전공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에게 창업과 기업가정신을 교육하고 체험해야 하는 이유이다.

4차 산업혁명과 같은 대변혁과 불확실한 미래를 견뎌낼 인재는 학벌과 주입식 지식교육의 모범생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든 주도적으로 기회를 찾고 실행할 수 있는 야성을 가진 기업가형 모험생이다. 정해진 것, 시키는 것 심부름하는 종업원이 아니라 알아서 주도적으로 개척하는 기업가형 인재만이 생존할 수 있다. 그래서 이미 많은 전문가들은 미래형 인재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 4C(Critical Thinking, Creativity, Communication, Collaboration)를 천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식의 머리 좋은 일류 학벌의 수재가 아니라 정확히 창업과 기업가정신 교육이 의도하는 인재이다. 창업교육과 기업가정신 교육은 철없는 청년들을 살벌한 창업 현장으로 내모는 위험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청년들의 미래 안전을 담보하는 미래 교육 프로그램이다. 모든 전공의 모든 학생이 이수해야 할 대한민국 대학생 교양필수 과목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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