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삼육보건대학교 기획처장

전문대학 직업교육 개혁의 출발은 어디서부터 해야 할까.

요즘 대학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교육에 대한 쟁점과 해결책(방향성)에 대한 토론으로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그만큼 한국교육혁신운동본부 교육개혁팀장을 맡고 있는 나는 더욱 고민이 많아졌다.

이찬승 대표가 블로그에 올린 '싱가포르의 교육혁신이 주는 시사점 12가지' 라는 글에서 싱가포르는 1990년대에 ‘생각하는 학교, 학습하는 나라(Thinking school, Learning nation)'라는 탁월한 국가 교육 비전을 제시하여 국민들의 공감 형성은 물론 학교교육이 사고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도록 했다. 그래서 나는 특별히 전문대학에서 직업교육 개혁을 위해 제일 먼저 모든 국민들이 공감하는 가슴 뛰는 교육 비전을 세워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적게 가르치고 많이 배우게 한다(Teach less, Learn more)’ 싱가포르가 교사의 지식 전달식 수업방식을 벗어나 학생 스스로가 학습의 주도성을 갖도록 하는 정책 추진을 위해 만든 교육혁신 슬로건이다. 이는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직업교육 개혁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슬로건이라 생각되며 현장중심 교육과 창의적인 프로젝트수업 중심으로 혁신하기 위한 최고의 정책적 슬로건이라 판단된다. 이와 같은 국가적 교육 비전과 슬로건 수립 다음 단계로 생각해 본 것이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교육으로 바꾸어야 할 ‘수업개혁’ 이다. 매주 10여 개의 다양한 교과목과 자격증 특강을 수강하는 전문대학생들의 하루는 안쓰럽기만 하다. 자기 생각이 교수와 다를 경우, 90퍼센트의 대학생들이 본인의 생각을 포기한다고 말한다. 길어진 인생에서 끊임없이 새로 배워야 하는 시대에 대학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 앞으로 미래 세대는 일생 3개 이상 영역에서 5개 이상의 직업을 갖고 19개 이상의 서로 다른 직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래학자들은 단 한 개의 직업으로 평생 살 수 있는 시대는 끝나간다고 말한다. 언제까지 서로 다른 개성과 장점을 지닌 다양한 학생들을 한 강의실에 모아놓고 똑같은 내용을 가르친 다음에 똑같은 시험으로 평가하는 방식의 교육을 계속할 것인가?

류태호 교수는 그의 최근 저서 <<4차산업혁명, 교육이 희망이다>>에서 마이크로러닝(Micro Learning)을 밀레니엄 세대(학습자)의 자기 주도 학습의 한 방법으로 제안하고 있다. 마이크로러닝은 특성상 학교 교육보다 기업의 재직자 교육 분야에 먼저 도입됐다. 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학교 교육에서도 마이크로러닝이 보편화될 전망이기에, 나는 전문대학 직업교육 개혁에 있어서도 분명히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수업당 주제를 세분화하여 수업시간을 90초 미만으로 하고 아무리 길어도 4분을 넘기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새로운 도전이며 시도해 볼 만한 직업교육의 혁신방향이 아닐까 한다. 전공별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들을 4분 이내의 콘텐츠로 제작하고, 전공별 직무능력을 이해하는 데 좋은 질문과 주제를 1~2분 단위의 콘텐츠로 만들어서 같은 교과목을 가르치는 교수 커뮤니티에서 공유하고 대학 LMS에 탑재해 강의에 활용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교육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전문대학형 마이크로러닝을 직업교육 현장에 속히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위한 콘텐츠개발과 연구가 전공 교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국가나 대학에서는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학의 교수들은 이러한 교육에 올인할 수 있는가? 안타깝게도 각종 평가 등으로 인해 가장 젊고 능력 있는 교수일수록 위기의 대학을 우선 지키기 위해 각종 TFT 활동으로 교육보다 행정 업무에 올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종 기관과 단체에서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대학을 평가한다고 하지만 평가 준비로 인해 교육의 주체인 교수는 강의 준비와 학생 상담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실제로는 그 평가들이 교육의 질을 낮추고 있는 것임을 우리는 재고해 봐야 한다. 매년 정보공시의 수많은 지표 자료(공시정보 항목 14개, 내용 62개)를 토대로 국가와 국민은 대학을 평가할 수 있으며, 비리 대학은 감사를 통해 처벌을 받게 할 수 있기에, 지난 1주기 평가 5년의 기간을 지나 새롭게 2주기 평가는 대학 기관평가인증(9개 기준, 25개 세부기준, 62개 평가요소로 평가인증기준 구성)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각 대학의 경쟁력과 질 관리에 대한 책무성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교육 강국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경쟁 위주와 감사식 대학평가가 아닌 컨설팅과 지원식 대학평가로 탈바꿈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이름을 바꾼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와 ’자율협약형 대학지원사업‘의 새로운 청사진을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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