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대학과 학사교류·편입제도 활성화 등 유연한 학사운영 강조

정부 재정지원, 단기적 투자 성과 아닌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야
교사는 아동이 세상을 바라보는 창, 지속적으로 전문성 길러야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교사는 영원한 학생이어야 한다.”

고대혁 경인교대 총장이 강조한 ‘교사’의 자세다. 교사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고 총장은 “교사는 아동이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라며 “변화하는 그들의 삶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대 흐름에 맞춰 지속적으로 전문성을 길러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교육대학의 시스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 총장은 “지식이 4~5년 주기로 확확 바뀌는 시대고 사회는 점점 더 전문화되고 있지 않느냐. 초등교사 양성 기간도 대학 4년으로 부족하다”며 “교원 양성도 5년 체제 방식의 학·석사 통합과정으로 이뤄지고, 교대에 입학하지 않더라도 정원의 30% 정도는 2학년 때 편입해 교대에 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 직업 위상이나 취업 성공을 두고 교대를 선택하는 사회적 분위기에는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고대혁 총장은 “교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헌신의 마음가짐이 있는지 여부”라며 “교직을 단지 생계를 위한 직업으로만 이해하는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 아동이 향후 자신들이 만나게 될 세계와 대화하며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인도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소명의식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고 총장은 “교육자로 가져야할 덕목은 ‘경 (敬)’과 ‘관 (寬)’. 두 가지다. 공경할 경, 너그러울 관. 항상 깨어있는 마음으로 사람을 관용으로 이해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인교대에 133명의 교수님이 계시는데 앞으로 4년은 133명의 스승을 모시는 제자의 심정으로 보낼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취임 6개월 지났다. 소회는.

“1984년 경인교대에서 조교로 근무, 1993년에 교수로 부임했으니 그 인연은 올해로 33년째다. 기획처장, 교무처장, 신문방송센터 소장 등을 맡으며 학교 성장에 있어서 선배 교수, 총장님들과 공동작업을 많이 해왔다. 이를 통해 대학 흐름과 미래 발전방향을 구상했다. 취임 이후 3개월 동안 전체 교수들과 대학 발전과 비전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면담 했다. 교수들의 의견이 15개 분야에서 100가지 정도 된다. 대학 체제, 발전, 교육 프로그램, 복지 등으로 정리해서  정책에 반영할 생각이다.”

-‘큰 힘, 큰 사랑, 큰 빛’. 학교 교훈치고 독특하다. 어떤 의미인가.

“경인교대 교훈은 건학정신과 이념을 포함하고 있다. ‘큰 힘’은 교사가 갖춰야할 지적인 전문성, 교과와 아동에 대한 이해의 전문성을 나타낸 것이다. ‘큰 사랑’은 교직에서는 결국 아동과 인간, 생명에 대한 사랑을 누구보다 실천해야하기 때문에 큰 힘이 머리라면 큰 사랑은 가슴을 의미한다. ‘큰 빛’은 우리 사회에서 교육자는 문명과 아동을 이끄는 지도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동이 세상과 소통하도록 연결하고 아동을 미래사회로 연결시키는 리더로서의 지도자를 강조하는 의미다.”

- 우리나라의 초등 교육방식은 서구나 일본과 비교해서 어떤가.

“초등교육 방식은 우리나라가 굉장히 자유롭고 개방돼 있다. 미국·캐나다 등 서구 초등 교육방식은 우리보다 더 보수적이고 엄격하다. 서구는 사회 기본 규칙을 이해하고 지키는 데 엄격한데 비해 우리 사회는 상당히 개방적이고 활력이 있다. 일본과 대조해도 마찬가지다. 사범대 자체가 일제 시대 정치적·교육적 의도에 설치 운영됐지만 1980년대 이후부터는 대개 일본과 한국이 같으면서도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초등교육에 있어서 일본은 보수적이고 엄격하게 질서와 규율을 강조한다. 그러나 우리 초등교육은 일본에 비해 굉장히 개방적이고 자유롭다. 이런 면에서 앞으로 미래사회 문명의 흐름으로 보면 우리나라 초등교육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 경인교대만의 특성이 있다면.

“원래 경인교대의 출발은 개성사범학교에 있다. 현재 개성은 북한 땅이지만 6.25 전에는 개성이 남한지역이라 그곳에 있었다. 태생이 이렇다보니 경인교대가 강조하는 교사상은 통일을 대비하고 준비하고 완성하는 교사이다. 탈북자 가운데 교사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을 위한 탈북자 전형이 있다. 탈북자 중 교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뽑아 나중의 통일을 대비하는 거다. 올해 첫 탈북자 졸업생이 나온다.”

-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방향과 지원은.

“교대 등록금은 일반대학의 3분의1 수준이다.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야 한다. 교육은 한 번 투자했다고 바로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 10~20년 뒤에 그 효과가 나온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책 결정이 다소 성급하고 단기간에 승부를 내려해 재정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대학이 더 나은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

- 일반대와의 교류는?

“과거에는 교대로의 학사편입이 20%정도 있었다. 저출산 여파로 줄었다. 나는 학사편입제가 확대돼야 한다고 본다. 공동학위 프로그램이나 연합대학을 강조하는 추세지 않나. 특히 교대는 학생이 원해서 지원하지만 부모님의 무조건적인 추천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입학 후 자신의 진정한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유연한 학사운영을 해야 한다. 각 나라마다 대학시스템이 다르지만 프랑스의 에꼴노르말의 이런 부분은 벤치마킹할 만하다. 에꼴노르말이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일반대학과의 협업체제 때문이다. 교대도 독자성 유지도 좋지만 일반대학과의 보완을 통해 협업을 구축하는 게 앞으로의 발전에 필요하다.”

- 글로벌 시대다. 외국 대학과의 연계나 교류가 있다면.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스위스, 덴마크, 몽골 등 14개국 39개 대학과 다양한 교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교원양성거점대학(GTU) 사업’을 통해 해외 대학과 복수학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학부생의 미국, 캐나다, 덴마크, 홍콩, 일본 등 외국대학과의 장기 교환학생 프로그램, 단기간의 해외 교육실습 및 해외 교육봉사활동 등 풍부한 운영 경험을 갖고 있다.”

- 학령인구 감소로 교대는 점차 정원을 줄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임용절벽’ 논란이 일었다.

“교육대학은 2006년부터 초등 임용 인원 수급 계획에 따라 입학 정원을 지속적으로 감축해왔다. 경인교대의 경우, 경기 인천 지역의 초등교사 임용 수요가 우리 대학 졸업생 수보다 많음에도 불구하고, 2006년 이후 연차적으로 입학정원을 감축해 2006년 입학정원 1000여 명 대비 약 40%정도의 정원을 감축했다. 현재 입학정원이 600여 명 정도다. 최근 임용절벽 논란은 수도권과 지방 초등교원의 수급 불균형 현상으로 인해 생긴 현상이다.”

- 우리나라의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주요 선진국보다 여전히 많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원 감축이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교원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보인다.

“통계 수치와 평균의 함정이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으로 본다면 우리나라의 교사 수와 교육 환경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열악한 수준이다. 오히려 초등교원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적 요구가 확대되고 학생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OECD 선진국의 기준이나 가정의 교육적 기능이 약화되고 사회적 불평등을 교육을 통해 해소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는 초등교원 정원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사교육 문제 어떻게 보나.

“사교육 시장이 주도하는 입시 중심 교육은 공교육 본질이나 가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야기하고 있다. 공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는 너무나 신속하게 공교육 관련 정책들을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상당수 교육정책들이 정치적 맥락에서 전격적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공교육의 철학적 담론이 빈곤하고 활발한 공론의 장이 국민에게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신속한 개혁도 좋지만 개혁의 방향과 개혁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교육적 이상과 비전에 대한 철학적 성찰과 공론화가 충분히 이뤄져야한다.”

- 우리나라 대학이 고통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교대들이 당면한 과제나 문제점은.

“사실은 교대도 재정이 열악한 게 현실이다. 등록금 인상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로부터 재정지원 받지만 지난 정부까지 경쟁과 평가를 통해 재정 지원 이뤄졌다. 기본적으로 70%는 지원되지만 나머지 30%는 경쟁을 통해 받는다. 특성화 사업이나 교육혁신사업 등이 주된 사업이다. 경인교대는 다른 교대 가운데 가장 많은 재정지원을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실험하기 위해서는 재정 자원이 부족하다. 이는 전체 교대가 갖고 있는 공통적 딜레마라 본다.”

- 교대 교육과정 측면의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교원 양성대학의 한계는 현장과 대학과의 프로그램 연계가 다소 열악하다는 점이다. 일반 중등은 4주 동안 교생실습을 하고 초등의 경우 4년 동안 9주한다. 최소 15주 정도로 늘려야한다. 외국 인턴십이나 수습교사 활동도 한 학기 정도 할 수 있도록 해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

▲ 고대혁 총장이 이인원 본지 회장(오른쪽)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 고대혁 총장은…

1959년생. 한양대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육학 문학석사, 한양대 대학원 교육철학 교육학박사를 취득했다. 1993년 경인교대 교수로 부임해 신문방송센터 소장·기획연구처장·교무처장, 동양고전학회 회장, 동양윤리교육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초등도덕교육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17년 5월 경인교대 총장에 취임했다.

<대담 = 이인원 회장/ 사진 = 한명섭 사진부장 / 정리 =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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