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 계명문화대학교 교수

▲ 최준영 교수

2005년 노무현 정부의 ‘전문대학 특성화 지원 사업’ 이후, 이명박 정부의 ‘전문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대표브랜드 사업)’, 박근혜 정부의 ‘특성화사업(SCK사업)’까지 정부마다 전문대학 특성화를 위한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전문대학의 특성화 개념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약간의 차이를 보이면서 변화해 왔으며, 각 정부마다 전문대학에 수많은 국고를 투입했다. 그러나 전문대학이 얼마나 특성화되고 변화되었는지는 의문이 든다. 이는 전문대학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전 정부의 정책을 계승 발전시켜 왔다기보다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 지난 정부의 정책을 무시하고 대선 공약에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즉, 새로운 정부가 공약한 사업을 실현시키는데 목적을 두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정부 정책은 지난 정부 정책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정확한 진단 속에서 새로운 사업이 구상돼야 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선택과 집중'이란 슬로건 아래 이루어진 정부 재정지원사업은 정량지표 값을 향상시키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대학들이 지표 달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7년까지 전문대학 취업률을 80% 이상 달성하겠다고 했다. 전문대학 취업률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의지는 높이 평가 할 수 있다. 취업률 향상은 우선 일자리부터 제공돼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대학이 일자리를 늘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이는 사회와 정부의 몫이다.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밝히고 있지만, 청년들은 절대적인 취업 환경이 열악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헤맨다고 할 수 있다. 교수들이 졸업생 취업을 위해 산업체를 돌아다니고 총장이 직접 산업체를 방문해 취업 알선을 하는데 이는 한계가 있고 바람직한 행위도 아니다. 교육현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슬픈 현실이다.

과도한 취업 지표 달성을 위한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하면 자칫 대학의 본질인 교육의 방향성을 상실할 수 있다. 대부분의 전문대학에서는 수년간 취업 지표 값을 올리기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했거나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 프로그램들이 전문대학의 자생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실효성은 얼마나 있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전문대학의 특성화 사업은 대학마다 설정한 교육이념과 목표에 맞게 충실히 교육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대학의 다양한 시스템에서 길러진 다양한 능력의 인재가 다가올 4차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다양성은 창의적 경쟁력의 기본이고 바탕이다.

이 시점에서 새로운 고등직업교육의 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문대학 교육의 본질을 되짚어 보고 고등직업교육의 현실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즉 전문대학의 교육이념과 목표 그리고 산업사회의 요구를 반영해 정책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책 수행에 대한 평가 내용과 방법에 있어서도 정량적인 평가와 정성적인 평가의 적절한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교육 현장의 충분한 의견 수렴 및 검토도 필요하다. 나아가 정책을 검토·수행하는 정부와 대학에서는 그 정책 방향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위해 사전 준비가 수반돼야 한다. 인적 구성에도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성과에 연연해 충분한 사전 준비를 하지 않고 정책을 펼치거나 학연, 지연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친다면, 급변하는 고등직업교육의 환경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자칫 고등직업교육의 생태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대학은 스스로 지속 가능한 발전 계획 체제를 마련함과 동시에 자율적 구조개혁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는 대학 자체의 구조 조정이라 할 수 있다. 대학마다 설립 목적과 추구하는 교육이념에 따라 자체의 구조 조정 방향을 스스로 설정해 추진한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전문대학 SCK사업은 2018년을 끝으로 사업이 종료된다. 2019년부터는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사업이 시작될 것이다. 그 기대치는 대단히 높다. 전문대학은 인구 절벽시대를 맞아 대학 구조 개혁과 맞물려 있는 현 시점에서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 미래 산업사회의 변화에 따라 현장 선호도가 높은 산업분야별 우수한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대학 스스로가 실효성 있는 긍정적 방안을 도출하고자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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